해야 하는 것들 사이에 하고 싶은 일들 끼워넣기

by Sunday

행복은 자기 주변에 ‘하고 싶은 일들’로 가득 찬 상태이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해야 하는 것들’이 우리 주위를 채운다. 주변에서도 책임감을 가지라며 은연중에 세뇌를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철이 덜든 사람’이라고 규정하면서 혀를 찬다. 확실히 어릴 때는 마음이 가벼웠다. 덩달아 몸도 가벼우니 어릴 땐 누구나 항상 날아다닌다. 그러다 중, 고등학교에 들어서면서 해야 할 것들이 하나둘씩 부여된다. 숙제와 시험 준비를 해야 하고, 시간에 맞춰서 등교를 해야 한다. 대신 이때는 돈을 벌어야 하는 의무는 없다. 말 그대로 성년이 아닌 미성년자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 보호를 받을 때라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는 항상 높은 텐션으로 날아다녔다고 하면,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그나마 많이 뛰어다닌다. 이제 날아다니는 애들은 많이 없어진다. 성인이 되면 뛰는 사람도 많이 사라진다. 지긋하게 걸어 다니거나 어깨에 짓눌린 무게 때문에 땅만 보고 걸어 다닌다.


해야 할 일들만 가득 찬 삶은 불행한 삶이다. 물론, 가정환경이나 현평 때문에 해야만 하는 일들로 가득 찬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자본주의는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가여워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못 배우고,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가혹하다.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들로 가득 찼다면 빠르게 의미를 찾아야 한다. 가족을 위해서 돈을 번다던지, 남동생의 학비를 대줌으로 동생이 온전히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던지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래도 고돼도 보람차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해야 하는 것은 ‘밥벌이’뿐이다



나도 오늘을 즐기기보다 의무감을 가지고 살아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남부러운 결과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남자라면 이렇게 살아야지, 30대가 되면 이 정도는 돈을 모아야지.. 등’ 목표와 해야하는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인생을 하고 싶은 것으로 채우는 것은 나태함이요, 죄인줄 알았다. 어리석었던 것이다. 원래 인생은 그런 줄 알았다. 해야만 하는 일들로 가득 찬 삶 말이다. 한 차례 번아웃이 크게 오고 나서는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찾으려 노력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명 같은 것을 찾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그래도 쓰임은 있으니 태어나지 않았을까.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을 것이고, 남에게 도움이 될 때가 올 것이다라고 믿는다. 하지만, 도저히 의미를 못 찾는 것들은 하나씩 버렸다.


굳이 해야만 하는 일들이 아닌 것들,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들을 하나씩 버리기 시작했다. 어쭙잖게 잡고 있던 욕심들을 놓아줬다. 오랫동안 잡고 있었던 ‘중국어’도 작별인사를 고했다. 해야만 하는 일들을 없애고 나니 그 시간들이 비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비워지니 그곳에 하고 싶은 일들이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그렇다. 물컵이 비어있어야 다른 것으로 채울 수 있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해야만 하는 일들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관성 때문이다. 살아온 대로 사는 것이 마음 편하다. 변화는 뇌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뇌는 변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친다. 변화는 그만큼 어렵다. 내가 잘 쓴 방법은 해야만 하는 일들 사이에 하고 싶은 일들을 끼워 넣은 것이다. 군에 있을 때는 정말 해야만 하는 일들로 가득 찼다. 대부분은 의미를 찾으면서 꾸역꾸역 버텨나갔지만, 그렇지 못한 일들도 많았다.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기에 중간중간하고 싶은 일들을 끼워 넣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점심시간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렸다. 잠시 동안이지만 내가 세상에 오롯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내가 나로 살고 있는 느낌이 들고, 스스로가 멋지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물론, 밥 먹고 피곤하고 눈은 감기지만, 그 시간마저 없었다면 스트레스에 머리가 다 빠졌을지도 모른다.


요새도 그렇다. 꼭 필요하게 공부를 해야 될 것들이 생겼다. 꾸준히 재테크 공부를 하고 있었고, 최근에는 더 박차를 가해서 하고 있다. 쉬운 내용이고, 경험담처럼 재미있는 내용은 별 노력 없이 받아들여지지만, 계산을 하거나 용어들이 어려우면 금세 또 하기 싫어진다. 이럴 때는 억지로 잡고 있기보다는 다른 책을 읽는다거나 턱걸이를 한다거나 재미있고, 확실하게 나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을 한다. 그럼 또 금방 환기가 된다.


의무감에 해야 하는 것들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절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즐거웠던 과거만 회상하기에는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고, 지금의 내가 불쌍해진다. 지금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 확실하게 행복을 주는 것들을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한다면 삶이 조금은 말랑말랑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시 어릴 적처럼 날아다니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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