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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드id Aug 07. 2024

남매의 스마트폰을 잠갔습니다

"아이들 뇌가 달라진다는 말에 솔깃해 시작했습니다"


2009년 아이폰3S로 시작해 2011년 아이폰4를 끝으로 ios와 결별했습니다. 당시 획기적이었던 갤럭시노트1과 인연을 맺어 갤럭시23 울트라까지 펜 있는 스마트폰만 고집했습니다.


2020년 이모티콘 작가 도전을 위해 아이패드를 구매했지만 흐지부지. 지금은 아이폰 쓰는 딸내미한테 빼앗겼죠. (시험 기간에 스카에서 인강을 듣겠다는 설득에 넘어갔어요) 관련 글: 뜬금없는 이모티콘 대잔치


제 폰이 갤럭시라 아이패드 활용도 제대로 못하고, 아이폰 유저가 아니니 불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점점 아이폰은 범접하기 어려운 존재가 되어갔습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는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품고 살았어요.


14년 연을 맺은 갤럭시와 과감하게 이별하고 아이폰으로 갈아탄 결정적 계기는 아들입니다. (아들의 따끈하고 매끈한 아이폰을 보니 끌렸습니다) 얼마 전 갤럭시를 쓰던 중2 아들이 용돈 45만 원을 모았다며 아이폰으로 바꾸고 싶다고 했습니다. 나머지 금액은 보태달라고. 이전 폰을 3년 넘게 썼죠. 상태도 안 좋았고요. 이날이 올 줄 알고 있었습니다. 차곡차곡 돈을 모은 기특한 마음을 외면할 수 없었어요. 또 아이폰은 젊은이들의 표식 같은 거니까요.


문제는 아들의 폰관리였습니다. 딸아이도 중3 때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하루 2.5시간으로 제한했습니다. 아이폰 관리는 (지금은 딸에게 빼앗긴) 아이패드로 했고요. 아들은 갤럭시 폰이었기 때문에 패밀리링크로 손쉽게 관리할 수 있었죠.



코로나19로 비대면 온라인학습과 가정에서의 생활시간이 늘어나면서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 폰관리를 마음먹은 건 2020년, 책 <중학생 뇌가 달라졌다>를 읽은 직후였어요.


책에는 전두엽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70일간 스마트폰 사용 절제 실험을 한 뒤 자기 조절, 작업 기억 등 전두엽 기능 개선과 정서, 가족 관계에서 일어나는 긍정적인 변화를 담았습니다.


실험에 참여한 중학생들은 3개월간 스마트 폰 사용을 평일 한 시간, 주말 두 시간 이내로 절제하고 뇌 이미지를 촬영했습니다. 그 결과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은 학생은 자기 조절과 충동 조절 능력, 작업기억 능력과 연관된 전두엽 기능이 향상된 것이 입증되었다는 내용입니다.


어른인 저도 스마트폰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듭니다. (하지만 강제로 스마트폰 없이 지낸 3일이 정말 좋았습니다) 습관적으로 집어 들곤 합니다. 아이들은 오죽할까요. 관련 글: 3박 4일간 스마트폰을 꺼놓고 지냈습니다


책을 읽을 당시 딸아이가 6학년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중학교 입학 전이라 타이밍도 적절했죠. 책 이야기를 해주며 딸아이를 설득했습니다. 당시 4학년이던 아들은 왜 누나만 하냐며 자기도 하겠다고!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됩니다. (인터넷도 안 되는 폰이었는데... 귀여운 아들)


중학생 때는 학교에서 폰을 걷습니다. 하교 후 학원까지 다녀오면 폰 쓸 시간이 많지는 않습니다. 다만 잠들기 전 게임에 심취하거나 침대에 누워 폰을 만지며 버리는 시간을 아끼고 싶었죠. 책에서처럼 평일 한 시간, 주말 두 시간 이내의 사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하루 평균 2.5시간으로 정했습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잘 지켰습니다. 향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습관을 들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고등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유지하고 싶었죠. (어차피 고딩때는 말을 듣지도 않을 테니)



조금씩 머리가 커가면서 딸도 아들도 처음에는 불만이 있었어요.


"친구들은 그냥 다 써요. 우리 집만 그래요!"


캠핑 가서 툴툴거리던 아들의 말입니다. 투정도 잠시, 잘 적응했습니다. 딸은 중학생 시절 폰 시간 절약을 위해 학원 갈 때 폰을 집에 두고 가기도 했고요.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자율에 맡겼습니다. 역시 폰을 쥐고 있는 시간이 훨씬 늘었죠. 그래도 시험 공부 할 때는 전원을 꺼놓는 모습에 조금은 안심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본인이 조절해야 할 때죠. (어차피 말해봐야 안 들을 테니까요)


갓 중학생이 되어 불만이 극에 달했던 아들도 "나도 중 3 때까지는 지켰어!"라는 누나의 똑 부러지는 말에 더이상 반기를 들지 않았습니다. 아들은 누나를 추종하거든요. 역시 윗물의 모범이 중요합니다.


아이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결정한 만큼 무조건 강요하며 통제하지는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시간을 조절해 줍니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 폰은 11시(방학 때는 12시)면 잠기는데, 불평불만 없이 이 생활에 잘 따라주니 고마울 다름이죠. (딸아 너는 이제 조금 일찍 자면 안 되겠니?)


"밤에 잠은 안 오는데, 폰도 안 되고 할 일이 없어서 책을 읽었다니까요!"라던 중학생 시절 딸아이의 귀여운 말이 떠오릅니다. 폰이 꺼지면 아들은 자연스럽게 잠자리에 듭니다. 게임하며 떠들다가도 순식간에 잠든 모습을 보면 사랑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스마트폰에게 밤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들인 습관입니다. 책에서처럼 드라마틱하지는 않아도 아이들 뇌에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또 하나의 자연스러운 규칙은 가족이 함께 식사할 때는 폰을 보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들도 가족과 식사할 때는 자연스럽게 폰을 놓고 옵니다. 남매가 이렇게 아빠를 잘 믿고 따라주니 아이들에게 잘해줄 수밖에 없고, 잘해주다 보니 아이들도 아빠 말을 잘 듣습니다. 흐뭇하고도 다행스러운 선순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사족>


아들 폰관리라는 핑계로 휴가 기간에 과감하게 아이폰으로 갈아탔습니다. 아이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유튜브를 보면서 열심히 배웠습니다. 하지만 14년 안드로이드 유저 입장에서 불편한 점이 명확하게 보입니다.



가장 큰 불편은 삼성페이 사용 불가(애플 페이는 현대카드만 가능. 안 되는 곳 다수), 모바일 교통 카드 기능 없음(NFC 기능 없어 모바일 사용 불가. 실물카드 지참 필수. 익숙하지 않아 카드 안 가지고 나갈 때가 많음), 익숙한 키보드 없음(14년 간 써 온 모아키 없어 타자 겁나 느려짐)입니다.


가장 슬픈 일은 분명 15개월 무이자로 구매했는데, 나중에 보니 실수로! 일시불 클릭. 보험도 삼성처럼 매달 내는 게 아닌 수십 만원을 한 번에 결제해야 하네요.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지른 김에 모든 걸 세트로 바꿨습니다. (기존 삼성 폰, 워치, 버즈는 당근행)


물론 좋은 점도 있죠. 아이들과 대화의 접점이 하나 늘어났습니다. 아이폰 3총사가 되었답니다. 편리한 기능도 있고요. 얼마 전 제주 여행을 다녀왔는데, 수백 장 되는 사진을 폰에 가족 폴더를 만들어 손쉽게 공유할 수 있었죠. 아이폰 끼리는 에어드롭(AirDrop)으로 사진 등을 훨씬 빠르고 간단하게 전송할 수 있습니다. 또 딸아이와 피트니스앱을 공유해 매일 운동량 경쟁도 펼치고 있답니다. 결국 엄마만 갤럭시 왕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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