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은 성적순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천성 무엇이든 할 수만 있다면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중고등 학교 시절, 학교 공부는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방법의 문제였을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었지만, 그에 반해 성적(입시결과)은 따라주지 않는 느낌이었다. 늘 1등 하는 친구들은 변함없이 최상위권이었고, 나에게 그들은 범접지 못할 천재적 두뇌를 소유한 특별한 존재였다. 이렇게 말하면 내 자신이 초라해지겠지만, 나는 흔히 드라마에 나오는 최상위권에 가보고 싶어 안달난 노력형 상위권 학생이었다. 모짜르트와 살리에르와 관계. 안타깝게도, 이상과 현실의 갭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그 날까지 결국 좁혀지지 않았다.
나는 대학에 들어와서 절대로 입시, 고시 등 시험은 보지 않기로 했다. 내가 시험형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았다. 그 흔한 토익도 한번 보고 말았을 정도다. 대학원도 절대 안가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몇년간 공부해 획기적인 발견이나 연구결과를 제시할만한, 연구형/ 논문형 인간도 아니었다.
졸업 후, 얕은 네트워킹과 행운으로 나는 얼토당토하지 않게 업계 최고의 회사에 입사했다. 그 곳에서 나는 내가 회사형 인간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정치를 잘하는 것도, 인간관계를 즐기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주어진 업무에 책임감을 갖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열심히 했다. 야근도 즐거웠다. 시험 정답지와 달리, 회사가 해결하려고 달려드는 문제에는 특정한 답이 없다. 논리적인 근거만 있다면, 다양한 각도의 접근법과 제안이 허용되고 채택될 수도 있었다.
내가 담당한 브랜드의 홍보 책자를 만드는 일. 브랜딩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섭외하는 것. 후에 그 효과성을 평가하고 개선점을 찾아 발전시켜 가는 것 등등. 열심히 하면 할 수록 회사에서도 해당 고객들로부터도 인정받고 성과가 났다. 같은 팀의 비슷한 나이 또래의 동기들은 “네가 너무 열심히 하니까, 너 때문에 우리가 비교당하고 피해보자나.” 라며 장난끼 어린 불평을 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스스로 살리에르 같다며 자존감이 낮았던 나는, 회사에 와서야 적어도 마음만이라도 모짜르트가 된 것 같았다. 모짜르트처럼 노력없이 가능한 천재가 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회사에 와서야 내 자신을 찾고 노력에 상응하는 성과와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적어도 나는, 보스들이 자기 팀에 두고 싶어하는 부하 직원이자, 동기들 중 연말 평가 최상위권의 한사람이 될 수 있었다.
우리 모두에게는 우리가 빛날 수 있는 영역이 따로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빛이 어디 있는지를 찾는 것이 우리 진로 문제의 핵심이다. 당신은 회사형 인간인가? 연구논문형 인간인가? 시험형 인간인가? 사업형인간인가? 유튜브형 인간(?)인가? 수만가지 카테고리가 존재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안의 모든 긍정적인 능력들이 극대화 될 수 있는 영역을 찾는 것이 우리 자아실현의 숙제이지 않을까 싶다.
최근 나는 내가 혹시 사업형인간의 재능도 갖고 있지 않을까 싶어 새로운 도전을 하는 중이다. 내가 빛날 수 있는 영역은 단 한 곳이 아닌, 이렇게 끊임없이 개발되고 진화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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