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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과삶 Dec 30. 2018

[주간 성찰] 중년 여인의 사랑이야기

이것도 사랑일까요?

어제는 대학 시절 같은 과 여자 친구 4명의 모임이 있었어요. 졸업한 지 20년도 훌쩍 넘었지만 아직까지 일 년에 두세 번은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네 명 중 두 명은 평범한 친구들입니다. 평범한 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평균의 범위 안에 속한다고 볼 수 있어요. 저는 아주 독특한 캐릭터입니다.(네 저도 잘 알아요) 긍정 에너지 과다증으로 "항상 무조건 좋다"를 남발하는 사람이죠. 오죽하면 친구들이 제가 좋다는 것은 반만 믿어야 한다고 하네요. 저는 제가 가진 것에 비해 늘 운이 좋은 편입니다. 일 복도 있고 사람 복도 있어요. 그래서 늘 감사하죠. 나머지 한 명은 저보다 더 독특한 캐릭터인데요. 지극히 방어적이고 자신을 숨기면서 고집도 아주 센 친구예요. 가진 것에 비해 정말 풀리지 않은, 옆에서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는 친구입니다. 일 복도 없고 재산 복도, 남자 복도 없어요. 아직까지 결혼도 하지 않았고요.


대화 중 대학 동창 한 명이 최근에 연하의 남자와 결혼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대학교 다닐 때 저와 친했던 친구인데 약간 통통하다 보니 착하고 좋은 성격을 가졌음에도 늘 소개팅에서 퇴짜를 받았어요. 제가 몇 번을 주선했는데 잘 안 되서 너무 속상했던 기억이 났어요. 직장인이 되었을 때도 몇 번 만났었는데 그때도 남자 친구가 없어서 안타까웠죠. 그랬던 친구가 결혼했다니 진심으로 기뻤고 축복해 주고 싶었어요. (정말 축하해~ 꼭 행복하길 바래~)


그런데 자기방어적인 미혼의 친구가 말했어요.

"그 나이에 결혼을 왜 해? 나라면 혼자 살겠다. 이해가 안 된다. 나이 오십이 넘어도 사랑이라는 걸 할 수 있는 거야? 결혼이 무슨 의미가 있어?"


나이 오십이 넘으면 사랑을 할 수 없는 걸까요? 글쎄요. 제가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많은 글에서 혹은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능한 것 같던데요. 그 친구는 결혼과 사랑을 향한 왜곡된 사고를 가진 것 같았어요. 결혼이 종족 보존의 목적이라고 했거든요. 어쩌면 결혼관이 20대에 머물러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범한 두 친구는 결혼 전 동거가 좋은 방법이라고 해서 제가 또 화들짝 놀라긴 했어요. 아직까지 전 보수적인가 보네요.


그때 한 친구가 60세의 한비야 씨도 최근에 결혼했다고 말했습니다. 작년 11월에 결혼했는데 기사는 올 1월에 났었네요. 전 몰랐거든요. (늦었지만 너무 축하드려요~) 기사 속의 한비야 씨 표정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 보였어요. 나이 오십이 넘어도 사랑은 할 수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려야 했지요. 그리고 이번에 결혼한 친구 역시 "얼마나 사랑했으면 결혼을 결심했을까?"로 의견을 모았어요.


그런데도 전 방어적인 미혼의 친구가 참 안쓰러워요. 꼭 이성 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사랑할 사람이 너무나 많거든요. 이런 기쁨을 느껴보지 못한 채, 자기만의 벽에 갇혀 있기를 원하는 친구가 안타까워요. 저는 요즘 카카오톡에 너무나 감사합니다. 카카오톡을 통해서 여러 사람과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때로는 실제로 만났을 때 보다 온라인에서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더 유머러스한 사람도 있더군요. 모두가 너무 사랑스러워요. 공동의 관심사와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과 주고받는 대화에 전 푹 빠져 살고 있거든요. 이것도 사랑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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