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발휘를 위한 두 가지 방법
8월 20일 자 중앙일보 기사에 "내 지휘 백지 평가 해달랬더니, 연주자들이 달라졌어요"라는 기사가 있다. 세계적인 리더십 강연자이자 보스턴 필 하모니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벤저민 잰더와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 기사다. 그중 리더십 발휘를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지휘자뿐 아니라 리더십 발휘가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하고 유용한 것 같아 소개한다.
벤저민은 "모든 연주자에게 흰 종이를 주고 '우리의 연주와 내 지휘를 평가라고 대안을 제시해 달라'라고 한 뒤 반영하면 연주자들의 태도가 능동적으로 변한다"라고 한다. 그는 이 방법을 연주자의 능력을 끌어내기 위해 사용한다. 아마도 평가 및 대안을 제시하라고 했고, 그것을 또 반영했기 때문에 연주자들은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느껴 더 능동적으로 변했을 것이다.
강의를 주로 했던 필자는 강의평가가 늘 궁금했다. 물론 사람들은 예의상 "매우 만족" 혹은 "만족"을 주지만, 실제로는 귀찮아서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한 무기명이 아니다 보니,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적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좋은 강의 평가 결과가 나왔음에도 나의 강의에 대한 비공식적인 부정적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객관적이고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까?'라는 고민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백지 평가다. 강의가 끝난 후 원래 방식대로 강의평가를 요청하고, 추가로 백지를 한 장씩 나누어 주고는 "나의 강의에 대한 객관적인 피드백이 받고 싶고 또한 다음 참가자들을 위해 솔직한 평가를 해달라."라고 했다. 그럼에도 부정적인 평가보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한두 가지 정도 다음 교육을 위한 환경개선 의견은 있었다. 가끔 그렇게 용기 있게 맞서 팩트를 확인하는 게 객관적으로 알 수 있고, 정신건강에도 좋다. 만일 내가 당시 백지 평가로 객관적인 상황 파악을 하지 않았다면 비공식적인 부정적 피드백으로 상처만 받았을 것이다.
만일 리더십의 역할을 맡고 있다면 구성원들에게 "나의 리더십에 있어서 "좋은 점"과 "개선할 점"을 솔직하게 써달라"라고 백지 평가를 요청해볼 만한다. 그래야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있고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다. 구성원들은 자신을 평가하는 리더에게 솔직하게 개선사항을 말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익명을 활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다만 벤저민이 대안에 대해 반영하듯이, 개선사항에 대해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진행해야 할 것이다. 피드백만 받고 개선이 없다면 구성원들은 실망할 것이고 관계는 더욱 악화된다.
대학교수이기도 한 벤저민은 첫 수업에 모든 학생들에게 A학점을 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조건을 건다고 한다. "지금이 학기 말이라고 상상하면서 '내가 A학점을 받은 이유'란 주제의 편지를 교수에게 써야 한다." 그렇게 하면 학생들이 서로 A학점을 받겠다고 경쟁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창조적인 작업에 집중한다고 한다.
이를 다시 기업의 리더십 맥락으로 가져오면 리더가 구성원들에게 "지금이 연말이라고 상상하면서 '내가 성과평가 A를 받은 이유'란 주제의 보고서를 내라."라고 하면 어떨까? 미래의 목표에 대해 현시점에서 상상을 하게 하는 방법이다. 아마도 A를 받아야 한다는 가정에서 스스로 잣대를 높일 것이다. 또한 스스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제출했으므로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노력을 주도적으로 할 것이다. 이 방법은 써보지 않았지만, 언젠가 내가 리더가 되거나, 대학교수가 된다면 잊지 않고 꼭 활용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