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효이재 Oct 30. 2022

4.5 목표의 페르소나 5. 피벗(Pivot)

열망의 현실화에 필요한 7가지 과학적 관점과 맥락

에피톤 프로젝트 - 새벽녘


열망의 현실화에 필요한 목표의 관점 다섯:

목표는 팅커링과 발견의 지혜를 바탕으로 유연하게 근본적인 변화도 수용하는 것이다.


 2002년 한 게임회사가 설립되었습니다. 이 회사는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역할 플레이 게임(MMORPG)을 시장에 내놨습니다. 게임은 어느정도 유저를 확보했지만 폭발적 성장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2002년은 닷컴 버블 시기 이기도 했기에 회사가 투자를 받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파산을 향하고 있던 무렵, 회사 대표와 경영진은 ‘과연 우리가 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게임에 새로운 기능 하나를 추가했습니다. 게임 채팅창에서 사진을 쉽고 빠르게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었습니다. 그들 스스로 게임의 사용자로써, 사용자간 좀 더 재미있고 직관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나온 아이디어였습니다. 플리커는 복잡한 업로드 절차 없이 드래그 앤 드롭만으로 간단히 업로드가 가능했고, 태그를 붙여서 사진을 손쉽게 분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게임 속 기능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사용자들은 사진교환을 위해 게임에 참여했습니다. 사진공유 기능이 게임을 넘어선 것입니다. 이 회사는 결국 게임 개발을 포기하고 기능을 독립시켜 사진공유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에 전념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 만인 2005년 야후는 이 서비스를 4천만 달러(약 434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이는 2000년 대 번진 Web2.0의 참여, 개방, 공유 철학을 세련되게 풀어낸 서비스라고 평가받는 플리커Flickr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게임회사를 하다가 사업 방향전환을 통해 플리커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킨 이 회사의 대표는 야후에 서비스를 매각 후 플리커를 총괄하다 몇 년 후 회사를 나와 다시한번 게임 개발에 도전합니다. 게임 개발을 위한 제반 기술이나 인터넷 사용 환경이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그는 이번엔 투자도 제대로 받았습니다. 그의 회사는 3년여를 개발에 몰두해 2011년 게임을 출시했습니다. 결과는 이번에도 역시 실패였습니다. 게임은 1년 반 만에 서비스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마지막 18개월 동안 게임의 회생을 위해 팀과 함께 괜찮다고 생각했던 아이디어 15개를 시도했고 실험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과거와 유사한, 하지만 좀 더 위험한 ‘발견’을 하고 마지막 가설을 세웁니다. 게임 개발 당시 개발자들이 여러 도시, 나라에서 일하다 보니 빠른 협업을 위한 도구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그간 쌓은 커뮤니케이션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메신저에 메시지를 저장하고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3주 동안 회의를 하다가 그들은 게임을 만들 때 사용했던 이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어쩌면 특별할 수 있겠다고 발견했습니다. 무엇을 하든 이 메시지 어플리케이션 없이는 일을 추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것입니다.


 게임을 중단했을 때 그의 회사는 일방적인 중단 대신 ‘종말의 기사’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사용자들의 캐릭터와 함께 종료를 슬퍼하는 마지막 의식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인 직원들을 위해 경영진이 직접 다른 회사에 이력서와 추천서를 보내 모두를 재취업 시켰습니다. 이 과정을 지켜본 투자자들은 남은 투자액 550만 달러(60억)를 돌려받지 않겠다면서 그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지지해줬습니다. 2013년 클라우드 웹 기반의 기업 전용 메신저 슬랙Slack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슬랙은 현재 기업가치 약 20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는 회사가 되었습니다.



 일련의 사례처럼 제품과 비즈니스 전략을 방향전환하는 것을 ‘피벗Pivot’ 이라고 합니다. 

피벗의 사전적 의미는 ‘회전축’을 뜻하고 주로 농구와 같은 구기 스포츠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입니다. 농구에서는 한 발이 바닥에 닿은 상태에서 좌우로 방향을 틀어 상대방의 수비를 제치거나 슛, 패스를 하는 동작을 의미합니다. 피벗이라는 용어가 비즈니스 시장에서 보편적으로 쓰이게 된 것은 앞에서 소개한 『린스타트업』의 에릭 리스Eric Ries에 의해서 입니다. 그는 피벗을 ‘기존 제품, 비즈니스 모델, 성장 전략 등에 대해 근본적인 새 가설을 실험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피벗은 목표의 현실화 가정에서 조직이 추구하는 팅커링 메커니즘, 목표의 반(反)서재적 속성과 그 궤를 같이합니다. 에릭 리스의 스승 스티브 블랭크는 피벗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피벗은 현재 작동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부분 혹은 그 이상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피벗은 그냥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끊임없이 학습하고 ‘발견’한 결과다.. 기업은 검증되지 않은 가설들, 쉬운 말로 추측에서 출발하는데 익숙해야 한다, 이런 추측은 언제든 ‘틀려도 괜찮다’. 빠르게 실험, 테스트하고 학습해 다른 가설로 바꾸면 된다. 피벗에 담긴 핵심 아이디어는 조직과 리더십이 그러한 변화를 신속히 허락한다는 것이다.”[i]


 슬랙의 사례에서 보듯 기업은 고객의 요구에 꼭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사전에 미리 알고 시작하기 힘듭니다. 기업은 불확실한 시장의 속성을 인정하고 가설 주도의 비즈니스, 제품을 최소요건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습니다. 그런 다음 고객의 반응을 바탕으로 초기 가설을 검증, 또는 기각을 하면서 학습을 합니다. 만약 가설이 기각되었다면 기존 가설을 수정해 나가는 반복적인 과정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비즈니스는 기존의 핵심 경로를 지속하면서 점증적으로 제품을 개선할 것인지 아니면 핵심 경로 자체를 수정해 방향전환을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처럼 피벗은 구조화된 팅커링 메커니즘 과정에서 나오는 전략적인 의사결정 행위입니다. 동시에 피벗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때로 실험과 가설 자체를 벗어나 발생하는 우연의 상황, ‘발견’에 대비하고 열려 있는 반(反)서재적 태도가 필수적입니다. 링크드 인Linked In의 공동 창업자 리드 호프먼은 성공적인 피벗은 대부분 그 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지만 자신들이 이미 가지고 있고 알고 있는 어떤 것을 알아차림으로써 발생한다고 강조합니다.


 “피벗은 화이트 보드 앞에서 ‘우리 그럼 쇼핑몰을 만들어 볼까요? 아니면 피자 배달 레스토랑?’ 이라며 아무 아이디어나 끄집어 내는 것이 아니다. 성공한 피벗은 자신들이 이미 축적한 기술과 기존의 비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슬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슬랙은 얼핏 시장 자체를 바꾸고 뒤엎는 완전한 제품 피벗을 이룬 사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랙 창업자 스튜어트 버터필드(Stewart Butterfield)와 그의 팀을 추적 하다보면 ‘개방’, ‘공유’, ‘연결’, ‘협력’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가치와 그 가치에 부합하는 기술 개발에 그들이 꾸준한 관심과 노하우를 쌓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가치 아래에서 스튜어트 버터필드(Stewart Butterfield)와 그의 팀은 스톡데일 패러독스 균형을 이루었고(위기 앞에서 과감히 기존의 것을 버리는 것을 의사 결정함), 새로운 가능성, 발견에 대해 열려 있었으며(사진 공유, 기업 협업 메신저), 자신들이 제품과 가설에 담고자 한 가치를 내재화한 모습을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스스로 보여주고, 행동함으로써(실패 앞에서도 자신들을 믿어준 직원, 투자자, 사용자들과 윤리적이고 좋은 이별을 하고자 최선을 다함) 주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강력한 신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슬랙의 경우 매우 드라마틱한 방향전환, 피벗이지만 스티브 블랭크에 따르면 피벗은 이런 큰 폭의 변화를 떠나 비즈니스 캔버스 상의 어떤 부분에서든 적용할 수 있습니다.



References


[i] 동아비즈니스 리뷰, 스티브 블랭크 인터뷰, ‘코로나 이후 고객 잡으려면 추측-실험-피벗하는 스타트업 방식으로, 2021, 1월, Issue 2호


매거진의 이전글 [Insight] 무엇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