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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메이 Jul 11. 2024

초등교사가 된 첫 날 나의 교실 풍경.

 신혜 이야기 1

18년 전 3월, 나는 초등교사로 발령을 받았다.  학생에서 사회인으로의 신분 변화가 얼마나 떨리고 조심스러웠을지는 경험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 터. 


게다가 나의 직업은 초등학교 교사였으니 13살에 초등학교 졸업 이후 실습을 제외하고는 오랜 시간 그 곳을 떠나 있다 나의 직업의 터전으로 다시 찾은 초등학교는 설렘 그 자체였고 나는 어색하고 어렵고 서투르고 낯설었다.


나는 6학년 1반 담임이 되었다. 이미 내가 발령나기 전 학년 조각이 다 되어 있었고 하나 비워져 있는 반이 나의 반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 반이 바로 1반이였던 것이다. 교실은 5층 꼭대기 첫번째 교실이였는데 아파트 재개발로 인해 곧 새로 입주할 대단지 아파트의 학생들을 위해 급하게 5층을 증축한 상태였고 교실이라고 꾸미고 있었으나 3월 한 달 동안은 컴퓨터와 교사책상도 없었던 그 곳이 나의 첫 교실이였다.


학생들을 만나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어떻게 내 소개를 해야하나, 첫 시간은 어떤 활동을 계획해야 하나하나 부터 열까지 잠도 못자고 고민하게 만들었던 것들이 어떻게 흘러갔나 모르겠다. 나는 그저 13살의 발랄하고 호기심 가득한 30여명의 눈동자 앞에서 자기 소개를 하고 부족한 무언가는 웃음으로 채우며 첫 시간을 맞았다.


내 소개가 끝나고 학생들의 출석을 부르고 한 해 동안 나의 학급 경영 철학을 밝히고 있는 와중에 어디선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덩달아 학생들이 잡담을 하며 소란해졌다. 내 목소리를 키우며 하려던 말을 이어가고 있는데 앞에 앉은 여학생 하나가 손을 들고 말한다.


" 선생님,  신혜 쥐 들고 왔어요. "


나는 한 번에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교실이 소란하기도 했고 쥐라고? 교실에 쥐라고? 매칭이 안 되는 말이였기 때문에 알아듣지 못했다는 시늉을 하며 하던 말을 이어가려했더니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앞서 말했던 여학생이 더 크게 소리쳤다.


" 선생님, 신혜 쥐 들고 왔어요!!"


그 말과 동시에 여학생들이 "꺄악!!!!!!!!" 소리를 지르더니 일부는 책상 위로 펄쩍 올라가기도 했다. 일순간 교실이 난장판이 되었다. 남학생들은 "어디?어디?" 거리며 쥐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여학생들은 " 쥐 소리가 난 것 같아!"라고 말하며 계속해서 고함을 치며 하나둘 책상 뒤로 기어올라갔다.


나는 증축한 교실에 정말 쥐가 돌아다니나 싶어 당황해서 난리를 치는 학생들 사이를 비집고 이리저리 쥐가 있나 재빠르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맨 처음 쥐가 있음을 알렸던 여학생이 나에게 와서 말한다.

" 선생님, 쥐 신혜 사물함 안에 있어요. "


나는 기함했다.  아직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는 첫 만남, 첫 시간이라 정신이 없는데 쥐라니? 사물함에 쥐라니? 오 마이 갓!! 내가 쥐를 치워야 하나? 나도 만지기 무서운데? 순간 온갖 생각이 다 들면서 신혜를 찾았다.


" 신혜야, 네 사물함이 어느 것이니? " 


신혜는 교실 뒤에 있는 윗칸 사물함 하나를 가리켰다.

그리고 나는 침을 한 번 꼴깍 삼킨 후 우루루 몰려들어 나를 살펴보는 학생들을 뒤로 하고 신혜의 사물함을 열었다.  그곳에는 검은 비닐 봉다리가 하나 있었고 그 비닐 봉다리에 무언가가 부스럭 부스럭 거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 저 봉다리에 쥐가 있어요!!!"


다행히 봉다리는 어설프게 묶여 있었고, 봉다리 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지만 마치 정말로 쥐가 들어있을 것만 같은 모양새로 스스로 부스럭 거리며 봉다리를 이리저리 펄럭이고 있었다.

나는 쥐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봉다리를 열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봉다리가 어설프게나마 묶여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누구 이 쥐를 밖에 버리고 올 사람?" 


내가 말했더니 키 큰 남학생 몇 명이 " 저요, 저요! " 하며 내게로 다가왔다. 나는 여전히 생물체가 살아서 꿈틀거리는 봉다리의 손잡이 부분을 겨우 부여잡고 그 중 제일 키가 커 보이는 남학생에게 1층 화단쯤에 가서 쥐를 버리고 오라고 말했다.


내가 지목한 남학생과 그 옆에 있던 남학생이 날쌔게 내가 건네준 검은 비닐 봉지를 들고 교실 밖을 빠져나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그제야 사물함 앞으로 몰려들어있던 학생들을 자기 자리에 앉히고 책상 위에 올라간 학생들도 제 자리에 앉으라고 지도를 한 뒤 교실에 왜 쥐가 있냐며? 그 쥐가 어떻게 비닐에 들어갔으며 그 비닐은 또 왜 신혜 사물함에 있는지 모든 의문을 그저 깊이 생각하지 않은채 쥐를 갖다 버리는 것으로 이 소동이 마무리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쥐가 나오는 교실이라니, 그것도 교사로서 첫 시작을 하는 첫 시간에 말이다. 나는 뭐가 먼지도 모르겠는 이 상황에서 그래도 진짜 쥐가 교실을 휘젓고 다녀서 아이들이 더 난리는 치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다시금 내 학급 경영 철학을 말하고 있었다.


멀찍이 신혜가 조금씩 울먹이고 있는 건 전혀 모르고 말이다.

신혜가 울고 있다는 것과 운 이유는 며칠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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