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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메이 Jul 11. 2024

친구를 버려버린 선생님.

신혜 이야기 2

정신없는 첫날이 지나가고 우리 반을 찬찬히 살펴보니 정신없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금에서야 생각하니 경력에서 오는 노련함이라곤 하나도 없는 신규가 열린 마음으로 6학년 학생들을 만났으니 학생들의 본연의 산만함에 나의 부족함과 열정이 더해져 우리 반의 산만함은 가히 상상초월이었다.


내 목소리보다 두 세배는 더 큰 목소리로 지방방송을 쉴 새 없이 해 대는 남학생들은 귀여울 지경이고 교실과 복도에서는 마치 학생들이 걸어 다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처럼 거의 나는 것에 가까운 모습으로 뛰어다니기 일쑤였고 고학년 여학생들의 미묘한 감정 변화와 교우 관계의 복잡성에 대해 그 시절 1도 몰랐던 나는 매일매일 무리를 짓고 몰려다니며 하하 호호하는 여학생들과 그 무리에 어제는 속했다가 오늘은 속하지 못해 속상해하며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학생들을 상담하느라 매일매일 진이 다 빠지고 있었다.


출근 한지 일주일 되는 날 나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던 것 같다.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모르겠다. 잘할 수 있을까?' 눈물방울 번진 내 일기장에는 마치 정글 같았던 우리 반에서 내가 교사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 당황하고 어리둥절했던 내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수많은 고민들 중에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신혜'였다.


신혜는 특수아동이었다. 정신지체가 있었고 사회성이 부족하여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하였다. 전년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3월이 지나기 전에 전화가 와서 5학년때도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많이 힘들어하였다고 전해주셨다.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 통합교육반에 가서 교육을 받지는 않았으며 일반 학급에서 교육받기를 희망한다고 했었다.  이 전화를 받고부터 나는 신혜의 교우 관계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살펴볼 것도 없이 여자 학생들은 조용히 신혜를 피했고 남자 학생들은 '병신, 냄새나! 가까이 오지 마!' 등의 노골적인 욕지거리와 모욕의 말로 신혜를 놀리고 괴롭혔다. 신혜는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를 정도로 맥락에 맞지 않는 말을 했고 이해도는 낮았으며 외모도 깔끔하거나 단정하지 못했다. 늘 같은 옷을 입고 한쪽 머리가 불쑥 솟은 채로 뒷 머리를 하나로 묶어 다녔던 것 같다.  나는 한 달 내도록 서로 존중하는 것에 대해서, 언어에 대해서, 친구 사이의 예절에 대해서, 남을 괴롭히는 것의 아픔에 대해서 열심히 교육했다. 


그리고 3월 말 어느 날인가 학생들의 일기장을 처음으로 검사하던 날 나는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바로 신혜의 일기장 내용 때문인데 내용인즉 친구들이 자기의 애완견 햄스터를 쥐라고 말해서 첫날 내가 갖다 버렸다는 것이었다. ㅠㅠㅠ


자초지종을 조사하고 추리해 보니 '신혜는 초등학교에서 줄곧 친구 없이 혼자 지냈다. 가정에서도 부모님이 안 계셔서 외로움을 많이 탔는데 혼자 용돈을 모아 햄스터를 사서 기르고 있었다. 그것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6학년이 첫날 학교에 들고 왔는데 그것이 햄스터이고 신혜가 키우는 것인 줄을 알고 있었던 소수의 학생도 있었지만 신혜가 쥐를 들고 왔다고 난리를 핀 목소리 큰 소수의 학생들 때문에 첫날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당연히 쥐인 줄 알고 학생을 시켜 갖다 버리게 했다.'는 결론이었다.


이럴 수가. 자기의 유일한 친구를 내가 학생을 시켜 갖다 버리게 했다니!!!!!

나는 그 일기를 읽고 너무 당황하고 미안하였다. 그리고 상황 설명을 제대로 못하는 신혜의 수준과 그것을 알고도 그 분위기를 묵인한 학생들에게 실망했다. 신혜를 불러 사과했다. 


신혜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 따돌림을 당했고 생각보다 상황과 언어, 학교 생활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내가 기를 쓰고 신혜를 감싸고돌자 학생들은 대놓고 신혜를 경멸하고 모욕하는 말은 줄었지만 여전히 신혜는 친구가 없었고 언제나 나에게 와서 나도 이해하지 못할 엉뚱한 말들을 한 아름 쏟아내었다.


나는 안타깝고 안타까웠다. 

그래서 내가 신혜의 친구가 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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