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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필 Oct 11. 2024

어차피 비슷한 사랑이 찾아오는 것이라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만한 문제


앞서 말했듯, 사랑에 빠지는 것은 선택의 영역에서 한참은 벗어난 일이다. 어떤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될지 우리는 감히 예측할 수 없고, 그렇기에 먼저 움직일 수 없는 운명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거기에 일정한 패턴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알아차리게 된다. 지난 연애들과 지금의 연애 혹은 앞으로 하게 될 연애, 매번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이기에 '차이'라는 것은 분명히 발생하겠지만, 어딘지 모르게 미묘하게 공통된 부분들을 우리는 발견하게 될 것이다. 


운명의 장난과도 같이 나 역시도 꽤나 비슷한 사랑들을 연속적으로 겪어왔다. 특별히 눈에 띄게 다른 몇몇의 변수 같았던 사람들을 제외하고 나면, 꽤나 천편일률적인 사랑의 패턴이 확연히 드러난다. 그런 과정을 거친 나는 공통된 부분에 대해서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우선, 나는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쪽의 사람들과 쉽게 사랑에 빠져왔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척점에 서 있는 내가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어서 그런 쪽의 끌림을 느꼈을 수 있다. 대화를 하는 데에 있어서 주도하는 쪽에 있고 싶어 하며, 나의 이야기에 적극적인 반응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이들보다는 가만히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을 선호한다. 일정한 대화의 흐름 속에서 좀처럼 대화 주제를 내 것으로 가져오지 못하면 사랑에 빠지기보다는 불안에 빠지기도 했다.


외모적인 측면에서도 나의 무의식이 선호하는 얼굴은 꽤나 뚜렷한 편이다. 지금은 외모에 대해서 큰 비중을 두지는 않지만, 지금껏 내가 애정을 담았던 연인들의 얼굴은, 동물로 비유하면 여우와 고양이의 중간쯤에 있는 듯하다. 나는 왠지 그런 이성에게서 끌림을 느껴왔다. 이것은 굳이 고쳐야 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만, 완전히 다른 외모의 이성을 만나보려고도 시도를 해봤던 적도 있었다. 물론 결과는 대실패.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끌림이 없는, 매끄럽지 못했던 만남은 번번이 깊은 관계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었다. 


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는 지난 연애들에서 공통된 특성들을 추출해 낼 수가 있다고 믿는다. 어쩌면, 더 깊게는 공통된 문제점 역시 도출해 낼 수가 있을 것이다. 매번 헌신하다 차여왔다든지, 아니면 연인의 동일한 문제점들에 쉽게 포기하고 연애의 마침표를 찍어왔다든지, 혹은 언제나 격렬한 싸움에 휘말려 어느 한쪽이 지쳐 떨어져 나가는 지옥과도 같은 연애를 해왔다든지 말이다. 나는 그런 측면에서 약간의 도전을 감행해 보기를 감히 권한다.


우리의 무의식은 지금 만나는, 혹은 이전에 만났던 연인과의 만남을 뒤로하더라도 사람은 다르지만 어차피 비슷한 사람을 눈앞에 데려다 놓고 사랑에 빠질 것을 강요하고 겁박할 게 뻔하다. 어차피 그런 것이라면, 당장에 부딪힌 문제들에 대해서 좀 더 심도 있게 고찰하고 해결해 나가는 자세를 한 번쯤은 가져봐도 괜찮지 않을까? 이전과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비슷한 경험들을 좀처럼 타파해나가지 못하는 경우라면 신선한 해결책들을 적용해 보기도 하며 우리는 더 나은 연애로 나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약간의 단점에 쉽게 포기만 해왔던 연애들을 이어왔다면, 이번에는 쉽게 포기하기보다는 상대의 단점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극복에 대해 논의해 본다거나, 계속적인 불같은 싸움으로 연애를 망쳐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 참아보고 대화를 통해 해결해 보려 한다거나, 아니면 이전의 급급했던 연애들을 청산하고 좀 더 자신을 가꾼 뒤에 제대로 된 사랑에 뛰어든다거나 하며 우리는 보다 나은 사랑을 경험해 볼 수가 있다. 


지금 만나는 연인과 이별을 생각하고 있는가. 혹시 이전의 연애와 똑같이 지금의 연애가 끝나가려 하는 것은 아닌가. 어차피 우리는 또 비슷한 사람과 마주하게 된다. 굳이 더 완벽하게 맞는 유니콘 같은 사람을 찾아 나설 것이 아니라, 당장 눈앞에 펼쳐진 문제들을 이전과는 다른 방법들로 타파해 나가려는 노력을 해 보도록 하자. 유니콘이 이 세상에 없기 때문에 유니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본다면, 그리 나쁜 제안은 아닐 것이다. 그 결말이 결국에는 이전과 똑같이 이별에 다다른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전에는 해보지 않았던 시도들을 겪으며 다음번에는 더 나은 연애를 할 수 있게 된다. 혹은 그런 시도들을 계기로 더 나은 내가 되어, 더 나은 사람이 찾아오게 되는 행운을 거머쥐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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