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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Oct 16. 2021

혼술 (3)

 친구

 몇 번의 술잔이 오가니 둘 사이에 어색함은 사라졌다. 술 때문만은 아니었다. 동성인 데다 동갑이라는 사실도 한몫을 했다. 연수는 테이블에 빈 병에 네 병이 되었을 때 현주에게 번호를 물었다. 현주는 반가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번호를 알려주었다.


 만나는 사람은 있어?


 연수가 현주의 번호를 저장하며 물었다.


 응. 만난 지 일 년 조금 넘었어.

 근데 왜 혼자 술을 마시러 왔어?

 애인이 술을 못 마시거든.

 결점이 크다.

 내 말이.

 그럼 만나면 술은 안 마셔?

 조금. 아주 조금. 가끔 취하고 싶은 날에 칵테일 바에서 깔루아 밀크를 마시더라고.

 결점이 크다.

 내 말이.


 현주는 아쉬운 얼굴로 술잔을 어루만졌다. 연수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 말했다.


 그럼 나랑 술친구 하자.

 술친구?

 응. 친구 말고 술친구.

 차이가 있나?

 친구는 가끔씩 연락하기 마련이잖아. 너랑 나랑은 술을 좋아하니까 술친구. 일주일에 못해도 두 번은 만나서 한잔 하자.

 친구도 같이 술을 마실 수 있는 거 아닌가?

 아무튼. 싫은 거야?

 좋아. 같이 술 마실 친구. 너무 좋아.


 현주는 헤헤 웃으며 연수의 술잔을 채웠다. 술에 취했는지 잔을 넘어 테이블 아래까지 흐를 때까지 술 따르는 행위는 멈추지 않았다.


 이 아까운 술을…….

 미안.

 너라서 참는다.


 연수는 현주의 머리에 툭하니 손을 얹어놓았다. 그리고 거칠게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다. 현주의 머리가 연수의 손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공감

 풀잎에 다녀온 이후부터 현주는 혼술 대신 연수와의 술자리를 즐기게 됐다. 술을 마시며 끙끙 앓던 고민들도 그녀에게 털어놓으면 무게가 가벼워지며 아무런 일이 아닌 것이 됐다. 그게 좋아 점점 그녀와 보내는 시간들이 늘어났다. 연수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보다 현주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는 편이었다. 말수가 많은 현주는 그녀의 성격이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편하고 좋은 사람은 있을 수가 없어.’ 따위의 고민을 왕왕 하고는 했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눈치 빠른 연수는 현주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내가 널 좋아해서 그래.”라는 말을 버릇처럼 했다. 연수는 그럴 때마다 헤헤 웃으며 “나도.”라고 말했다.






















대화가 많다 보니 이번 편은 짧은 느낌입니다.

저는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스토리를 생각하다 스스로 납득할만한 개연성이 성립되면 글을 쓰는 편이에요. 머릿속에서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때가 있거든요. 아주 잘 짜인 스토리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 흔치는 않지만요. 오늘이 그런 때라 기분이 좋아 개인적으로 정해놓은 A4 한 페이지 이상을 쓰고 싶었지만 (조금 넘기는 했습니다.) 술을 마신 상태라 자제하려고 합니다. 취기로 정해놓은 스토리 대신 다른 걸 써버리거나 오타가 날 거 같거든요.


며칠 만에 술을 마셨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퍽 좋아요.

오랜만에 느끼는 취기.

머릿속이 가벼워지며 행복이 단순해지는 느낌.

많은 헛소리를 늘어놓고 싶은 기분에 휩싸이지만 자중하겠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길 바랄게요.


그럼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강허달림 - 외로운 사람들을 들으며.

(개인적으로 원곡보다 더 좋아합니다.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왈칵 쏟아질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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