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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Dec 14. 2021

혼술 (6)

 현실

 맞붙었던 입술이 떨어지며 현주와 연수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들은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연수의 얼굴은 발그레 상기되어 있었지만 현주의 얼굴은 삭막한 건물의 벽처럼 잿빛이 되어있었다. 연수는 현주의 얼굴을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해.


 연수는 그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현주가 연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계단을 올라간 뒤였다. 현주는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자신 때문에 상한 기분을 풀어주고 싶었지만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키스를 하고 난 뒤에 잿빛이 된 얼굴에 대해서 납득 가능할 변명을 생각했지만 오해가 깊어질 것들 투성이었다. ‘네가 싫거나 키스가 싫은 건 아니었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 옳지 않은 일이라며 멋대로 얼굴 표정을 바꿔버린 것일 뿐이야.’ 현주는 연수에게 하고픈 말을 속으로 되뇌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9일

 그 후로 연수에게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현주는 연수를 만날까 싶어 풀잎에 들렸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현주는 연수의 번호를 누르고는 통화버튼을 매만지다 테이블 위에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오늘로 정확히 9일째였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매일 풀잎에서 연수에게 전화를 할지 망설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소주 한 병을 비우면 정신이 몽롱해지며 당장이라도 통화버튼을 누를 수 있는 용기가 생겼지만 그뿐이었다. 휴대전화를 드는 순간 충만했던 자신감은 두려움으로 바뀌고 통화버튼은 기폭장치의 스위치가 되었다. 현주는 안주에 손도 대지 않은 채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소주 한 병을 비우고는 가게를 나왔다.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는 순간, 휴대전화에서 진동이 울렸다. 정원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현주는 그제야 정원과 연락을 안 한지 9일이 됐다는 걸 깨달았다. 연수에게 정신이 팔려 정원의 존재를 완전히 잊었던 탓이었다.


 뭐해?


 9일 만의 통화 치고는 퍽 일상적인 대화였다. 현주는 혼란스러웠다. 언성을 높이며 다툰 것은 아니었지만 마지막 연락은 정원의 잘못으로 만나지 못한 채 끝이 났다. 그 후로 아무런 연락이 없더니 이렇게 태연하게 연락을 하는 건 자신을 가볍게 생각해서인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당장이라도 물어보고 싶은 마음에 입술이 들썩였다. 하지만 자신의 질문으로 인해 다툼이 이는 것은 원치 않았다.


 나 집에 가는 길이야.

 잘됐다. 나 지금 너희 집에 가는 길이거든.

 우리 집에는 왜?

 같이 저녁 먹으려고.

 나 생각이 없는데…….

 나 배고프단 말이야. 그럼 간단하게 초밥 먹자. 괜찮지?


 현주는 괜찮지 않아.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걸 꾹 참으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정원은 운전을 하는 중이니 현주에게 주문을 부탁했다. 현주는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으려다 조심히 와.라고 말했다. 정원은 응.이라는 짧은 대답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현주는 배달 어플에서 손가락에 닿는 가장 가까운 초밥집에 들어가 초밥 하나를 주문했다. 별점이나 리뷰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주문을 하자 20분이 걸린다는 메시지가 왔다. 현주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연수로 심란했던 마음에 정원이 끼어들어 분노로 바뀌었다. 그것은 정원에 대한 것이 아닌 거절을 못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였다. 표출할 곳 없는 분노는 현주의 손을 꽉 움켜쥐고 이를 앙다무는 것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현주는 씩씩거리며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퇴근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사고라도 났는지 버스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연수에게 전화가 온 건 답답함에 긴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초밥 시켰어?


 현주는 고대했던 연락의 첫마디로 초밥이 튀어나오자 심란했던 마음과 분노가 사라지는 걸 느꼈다. 연락이 없는 9일 동안 도청장치와 GPS를 설치해 자신이 어디서 무얼 하는지 확인하고 있었던 걸까? 따위의 생각을 하느라 연수의 질문은 혼잣말이 되었다.


 초밥 시켰어?


 연수의 입에서 같은 질문이 나왔다. 현주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어떻게 알았어?

 배달이 와서.

 배달이 왔다고?


 현주는 그제야 자신이 주문을 할 때 주소를 변경하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렸다. 9일 전에 배달을 시켰을 때 연수의 집에서 주문을 했다는 걸 잊고 있던 탓이었다. 현주는 민망함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연수는 지금의 상황이 재밌는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고는 안부를 물었다.


 잘 지냈어?






















이번화에 완결을 맺고 싶었는데 분량 조절에 실패를 했습니다.

변덕이 심한 성격 탓에 이미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한데 이거 참... 다음 편에는 완결을 짓도록 하겠습니다.


저번 주 주말에 동묘를 갔어요.

TV나 유튜브 브이로그에서 동묘 영상이 나오면 흥미롭다. 나도 나중에 가봐야지. 하는 마음은 있었는데 그게 드디어 행동으로 옮겨졌어요.

처음 가본 동묘는 어르신들의 플리마켓 같았어요. 사방에 옷들이 즐비하고 한쪽에는 저렴하게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내내 입에서 우와. 하는 감탄이 터져 나오더라고요.

동묘 이곳저곳을 다 구경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크고 날씨가 너무 추워서 아쉽지만 절반 정도만 보고 왔어요. 다음에는 중무장을 하고 가서 쇼핑도 할 생각이랍니다.


그리고 기쁜 소식 하나. 최근에 구독자분이 생겼어요.

구독자분이 생긴 건 처음이라 알람이 온 날은 종일 기분이 좋더라고요. 더욱 열심히 글을 써야겠다는 자극도 되고요. 매일 쓰는 건 요즘 제 상황 때문에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자주 쓰도록 노력을 하겠습니다.

구독을 해주신 차인님. 너무 고맙습니다. 느리지만 멈추지 않고 열심히 글을 쓰도록 할게요.


그럼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스웨덴세탁소 - Be your christmas를 들으며.

(볼빨간사춘기의 음색은 정말.. 괜히 갓춘기 갓춘기 하는 게 아닌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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