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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Dec 16. 2021

혼술 (7)(완결)

 정리

 현주는 민망함에 머리를 긁적이다 잘 지냈어.라고 대답했다.


 그날 그렇게 가버려서 당황했지?

 괜찮아. 그날은…….

 그날은 내가 미안해.


 자신이 사과하는 게 맞는 일이라 생각했던 현주는 연수의 사과에 당황하며 눈을 크게 떴다. 이 상황을 알 리 없는 연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날 네가 어떤 마음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갑자기 그러는 게 아니었는데. 후회 많이 했어.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커서 연락을 못하겠더라. 아무튼 이렇게 연락이 돼서 다행이야.


 현주에게 지난 9일은 후회와 미안함의 연속이었다. 자신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라 생각해 가상의 연수에게 숱한 사과를 퍼부었는데 연수도 자신에게 미안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머리가 새하얘지다 이내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마워.

 고맙기는, 내가 먼저 잘못을 했는걸.

 아니, 그거 말고. 덕분에 내 문제가 뭔지 알 거 같아.

 문제라니?

 그런 게 있어.


 현주는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전화를 끊으려다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휴대전화를 다시 귀에 댔다.


 너랑 키스한 거 솔직히 말하면 좋았어. 하지만…….

 하지만?

 사귀는 건 안 될 거 같아. 아니, 안 돼.

 그렇구나.


 연수는 잠시 침묵을 하다 얘기해줘서 고마워.라고 말했다. 버스의 엔진 소리와 주변 소음으로 인해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현주는 연수의 목소리가 젖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주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밝은 목소리로 초밥은 선물이야. 맛있게 먹어.라고 했다. 연수는 젖은 목소리로 피식 웃고는 여기 맛없는 곳이야. 라며 볼멘소리를 하더니 맛있게 먹을게.라고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현주는 벨을 누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까지는 몇 정거장을 더 가야 했지만 그녀는 단말기에 카드까지 찍고는 정류장에 도착하기 무섭게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반대편 버스정류장으로 건너가 버스를 기다리며 정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초밥 도착했어?

 헤어지자.


 수화기 너머로 정원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현주는 대꾸도 않은 채 한 번 더 헤어지자.라고 말했다. 그러자 현주의 내면에서부터 강렬한 해방감이 뿜어져 나왔다. 현주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잘 지내.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멀리에서 그녀가 타려는 버스가 정류장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드디어 완결이 났습니다.

생각한 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는 말이 있으니 나중에 수정을 하면 나아지겠지. 하며 위로를 해봅니다.


요즘 다시 운동을 시작해서 평일에는 술을 안 마시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동안 게으르고 나태하게 지내느라 살이 퍽 많이 붙었거든요. 하지만 오늘은 완결도 했으니 스스로에게 주는 상으로 한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고민이 됩니다.


아 어제 구독자 한 분이 더 늘었어요.

글이 완전히 마음에 든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관심이 있다는 방증이니 기분이 좋습니다.


새로운 이야기는 A4 4매 이내의 짧은 단편을 생각하고 있어요. 크리스마스 이야기라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쓰고 싶은데 솔직히 자신은 없습니다. ㅎㅎ 그래도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Joanna wang - Aubrey를 들으며.

(라디오를 듣다 알게 된 곡인데 음색이 너무 좋아요. 개인적으로 원곡보다 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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