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마음이 심란할 때면 어떤 사물이든 마음이 투영된다.
어제도 그랬던 하루였던 것 같다.
회사도 가정도 내 마음 같지 않으니 더더욱 깊은 땅굴 속으로 들어가려는 나를 봤다.
들어가지 말아야지, 나와야지, 올라가야지!
세마대 독산성에 올랐다.
바다가 보고 싶었지만 갈 엄두가 안 났다.
아니 가고 싶은 마음만 있고 갈 여유가 없었다.
차도 밀릴 테고 돌아올 때도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가까운 산으로 타협을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결국 얼마 전 아이들과 아침 일출을 본다며 나섰던 독산성에 올랐다.
오늘은 일출이 아니라 낙조였다.
내 기분처럼 어둠에 서서히 가라앉는.
한 바퀴, 두 바퀴 산성을 돌았다.
매서운 바람에 몸에 땀은커녕 얼굴이 얼얼했다.
그래도 조금 아주 조금은 시원함을 느꼈다.
걷고 또 걷고
이젠 하늘은 밝음보단 어두움이 더욱 짙게 흩뿌려졌다.
도시의 네온사인과 차량의 헤드라이트가 형형색색 아름답게 보였다.
근데 난 왜 이렇지?
하늘을 보고 달을 보니 이 말이 떠올랐다.
달이, 참 외롭다.
신기한 건 오늘 아침 동규가 내게 어제의 달을 봤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작은 별을 말해줬다.
친구라서 같이 다닌다고.
"그랬구나."
아마도 오늘부턴 달은 외롭지 않을 것 같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