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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mi Lee Jan 16. 2021

우리 집을 일으킬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이 문구는 내가 꽤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말이다. 고등학생 정도 되었던 때인가? 골프선수 박세리나 배우 원빈을 보며, 그들이 성공해 부모님께 집 한 채 사 드렸다는 얘기를 듣고 보니 몹시 따라 하고 싶어 졌다. 내가 어렸을 적에는 '돈을 벌고 싶다' 거나 돈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 놓으면 썩 고상치 못한 분위기를 풍겼음에도. 그래도 나는 개의치 않고 꿈이 뭐냐 물으면 돈 되는 일은 다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어떻게 만 원을 백만 원으로, 천만 원으로, 일억으로, 십억으로, 백억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꽤나 오래 한 셈이다.


 우리 집은 평범한 서민 가정이었다. 지방의 방 두 칸 아파트에 네 식구가 살았으며 아빠는 회사에 다니고 엄마는 간헐적으로 가게를 운영하셨다. 부모님이 결혼을 할 때 넉넉지 않았던 양가 집안에서 아무 도움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전세금도 부모님이 직접 마련했고 꽃 값 3만 원만 내고 조촐하게 성당에서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결혼생활은 풍요롭지 않았던 것 같다. 양가의 가족들 챙기는 경조사만 으로도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했다. 시대가 변하며 자식을 키우는데 드는 비용도 치솟던 시절이었다. 아빠의 회사원 월급으로 살림이 빠듯할 때마다 아빠와 엄마는 합심해서 가게를 얻었다. 우리를 키우는 동안 일본식 꼬치집, 노래방, 슈퍼마켓 세 번의 장사를 하며 우리를 대학 공부까지 순탄하게 시켜주셨다. 아무리 어렸어도 한 집에 살면서 부모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자식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해맑았던 나는 힘에 부친 엄마 곁에서 걸핏하면 매우 부자가 되어서 우리 집안을 일으켜 세우겠다고 입버릇처럼 쫑알거렸다. 그러면 엄마는 물론 그러면 참 좋겠지만 말만 하지 말고 공부부터 열심히 하라며 내 입을 막았다. 무술을 열심히 연마해서 강호에 나가겠다는 또 다른 입버릇을 주문처럼 외우는 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모두 신빙성 없어 보였나 보다. 하지만 나는 공부를 하지 않았고 다행히 공부와 부자는 상관이 없었다. 어른이 되어서 생존 전선에 섰을 때, 어릴 적 마음을 잃지 않은 것만으로도 반은 성공한 거라 생각한다. 열심히 하고 싶은 걸 하면 돈은 따라오는 거라고 하지만 때론 목표로 정확한 설정을 해 둘 필요도 있다.


 금수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알에서 깨어난 황금 동자도 있던가. 삼성도 이병철이, 현대도 정주영이, 그 밖의 수많은 재력과 권력을 가진 집안들이, 누군가 태초로 온 몸을 던져 일으켜 세워 만든 것 아닌가. 이병철이 정주영보다 나은 조건이었다고 말하지 말라. 당시 이병철보다 더 나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모두 삼성을 만든 것은 아니잖는가. 얼마 전 SNS를 보는데 <재벌 자녀들은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아요. 그들의 눈에 저는 빈민촌 소녀 같겠죠?> 하는 질문에 누군가 댓글을 달았다. <전쟁국가의 판자촌에 살며 배곯는 아이들 눈에는 쓰니가 공주처럼 보일 거예요> 하는 말에 내 속이 다 시원했다.


 그러니까 나라고 못할 것 없지 않나. 때로 조바심을 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20대에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 중 매우 크게 성공한 사람도 많고 그에 비해 나는 새발의 때도 안 되는데. 왜 나는 아직 더 크게 성공하지 못했을까? 하지만 누구나 자신의 페이스가 있고 시와 때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내가 시도해서 안 된 일이 뭐가 있었던가. 나 이제 겨우 30대. 아직 엄청난 일을 벌일 수 있는데? 아마 오래가는 좋은 기업을 만들려면 기초공사 십 년 정도는 우스울 것이다. 100층짜리 건물을 지으려면 지반 공사가 더 오래 걸리겠지. 이렇게 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끌고 가본다.

 

 때로 나도 금수저가 부럽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우리 아버지가 직장을 다니는 대신 큰 회사를 일구었더라면 나는 아마 가업을 승계받아 굉장히 멋지게 키우려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장단점도 생각해 본다. 그랬다면 이혜미가 아닌 아빠의 딸로 불리며 그 그늘에서 독립하기 위해, 아빠를 뛰어넘기 위해 매우 애써야 했을 테니까. 평범한 우리 아빠는 작은 일에도 나에게 곧잘 만족을 해 준다. 처음 목돈을 모았다고 이야기했을 때도, 내가 작은 회사 건물을 지었을 때도. 아빠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재미가 그만이고 아빠에게 해 드릴 수 있는 게 많아서, 아빠가 그걸 또 너무 기쁘게 받으셔서 즐겁다. 아빠의 회사가 아닌 내 회사라 까먹어도 되고 말아먹어도 돼서 부담이 하나도 없다.

 나는 부모님에게 내가 크게 성공할 날만 기다리라고 말한다. 갖고 싶은 거 다 사 드릴 거라고. 그러면 그냥 부모님은 지금에 만족하니 건강이나 잘 챙겨서 여유를 가지고 일하라고 한다.


 몰락하지 않고 몇 백 년 가는 가문이 몇이나 되랴. 그리고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기업 총수의 자식들이 금수저를 물고도 그것을 엿 바꿔 먹은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금수저가 부러우면 내가 금이 되면 되잖아? 금쪽같은 자식에게 금을 물려주면 되잖아. 세상에 믿을 건 나 자신뿐이고 설득하고 바꿀 수 있는 것도 나 자신뿐이니, 나 스스로 이병철이, 정주영이, 빌 게이츠가, 엘론 머스크가 되어보면 될 일이다. 우리 집을 일으킬 사람은 나밖에 없다.









한 달에 한 편 두 편씩 겨우겨우 올리는 시골에서 하는 회사생활(feat. 멍멍이들 시녀 생활) 브이로그 채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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