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小暑)호, 셋째 주
에세이 - 원선아는 왜 이럴까
하루가 눈을 갓 떴을 때의 기분으로 시작해서 감기 전까지 생각으로 끝난다. 보통 처음부터 기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생각이 시작된다. 대단한 사유도 아니다. 그날 하루를 사는데 딱히 필요가 없다. 내가 오늘 왜 입이 제주도까지 튀어나왔으며, 도저히 사람의 말을 듣기가 힘든가.를 해결하는 데 필요하다. 당장 해야 할 일들을 매섭게 재치고 ‘나는 왜 이러지’ 가 1등을 차지한다. 그 의문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방 정리를 한번 시작하면 몇 시간씩 흐르는 것과 비슷하다. 이럴 때는 내가 무엇을 할 때 기분이 좋았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상태가 젖은 빨래와 같다.
나는 숨김, 돌림이라는 방어기제를 좋아한다. 솔직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괜히 솔직하고 싶지 않다. 숨길 수 있으면 최대한 숨기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거짓말을 즐기는 건 아니다(이 발언 역시 방어기제에 해당된다). 부정적인 견해가 턱 밑까지 뛰어오면 밀어 넘어뜨린다. 중요한 건 표정관리를 잘 못한다는 점이다. 마음과 다른 말을 하면 얼굴 근육이 발악한다. 입꼬리가 움찔거리고 눈동자는 불안해진다. 말투도 목소리도 갑자기 뻣뻣해진다. 듣는 사람이 나를 몇 번 안 만나봤거나, 무딘 성격이라면 상관없다. 나는 하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들키곤 해서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방어기제는 기대와 다르게 흘러간다. 예를 들면 선의의 침묵 같은 경우다. 상대방을 배려해서 한 행동이 되려 상처를 준다. ‘나는 너 생각해서 그런 건데’의 대부분은 거의 상대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그 사람이 되어 사는 것도 아니면서 자꾸 감정을 예측하려 든다. 나의 아주 커다란 단점이다.
그렇지만 나 역시 누군가에게 예측되고 싶기도 하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란다. 하지만 실제로 진심이 모두 간파되면 그것 나름대로 꽝이다. 스스로를 정제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패배감을 느낀다. 나도 내 비위를 맞추는 것이 어렵다. 내가 이런 사람인데 어쩌냐 싶다가도, 내가 이런 사람이라 미안해진다. 혼자일 땐 혼자이기 싫고, 사람과 함께일 때는 혼자이고 싶다. 나는 감출 수 있어도 상대방은 내게 보여줘야 한다. 볼 거 없는 텔레비전 채널 바꾸듯이 오락가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