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선아 Jul 20. 2023

<딱궁이 합동 원고 4> 질투 이용 방법

소서(小暑)호, 셋째 주



소서(小暑)호, 셋째 주 특별 코너

<이거 내 이야기는 아니고>



* * * * *

네번째 합동 원고의 답장 원고

에세이  - 질투 이용 방법

글쓴이  - 원선아

* * * * *



   밖에 나가면 주위를 꼼꼼히 살핀다. 환경보다는 사람을 관찰한다. 당신이 평소 가방에 관심이 있었다면 가방만 확대하듯 볼 것이다. 회사나 학교나 학원에 가도 주위를 바쁘게 살핀다. 당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동일한 목표로 활동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줄곧 개인의 역량이 부족했다면, 목소리가 당차고 행동이 똑 부러진 사람에게 눈길이 갈 것이다. 눈이 머리보다 많은 활동을 한 채 귀가하면 또 어떤가. 손바닥만 한 곳에 기록되는 수억 가지의 정보들을 만나러 간다. 손가락도, 팔도 뻐근할 정도로 열심히 본다. 당신은 하나씩 궁금해진다. 장소, 가격, 재력, 나이 등. 그리고 이것들이 당신과 어떻게 다른지 대입하기 시작한다. 밤은 자주 길어진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부러워한다는 것은 부지런해야 한다. 질투가 게으름을 막는다.


   다른 사람을 왜 부러워해. 네가 어때서. 나는 나를 비난하려 작정한 게 아니다. 질투를 이용하려고 먼저 질투를 한다.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실컷 부러워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허기가 진다. 배도 아픈 것 같고 그렇다. 내게 질투라는 쿰쿰한 감정을 느끼게 한 사람들을 생각한다. 정확히는 그들의 최근 삭제된 항목이나 가려진 항목을 상상해 본다. 내가 보고 듣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한 정보일 경우 말이다. 사실 부러울 것도 하나 없을 그 사람들의 뒤통수에 관심을 가져본다. 부러움이 벌려놨던 거리감은 좁혀지고, 알 수 없는 동질감까지 든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고 다시 배가 찬다.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납득하기 쉬워진다. 내가 질투를 할 수 있는 환경적 여유가 있구나, 부터 시작해서 누리고 있는 것들이 하나씩 소중해진다면 질투 이용하기 대성공이다. 질투는 열등감의 증거로 불충분하다.


   실패도 있는 법이다. 질투 좀 이용해 보겠다고 해서 질투 컬렉션까지 나올 법한 상황인데, 그날따라 내게 영 안 좋은 일만 있었던 거다. 질투가 잘 익어가는 홍시라면 그걸 기다렸다가 따 먹기도 전에 땅바닥에 떨어지는 날이 그렇다. 막상 발을 빼기 어려워지는 경우다. 빠져나오는 게 조금 오래 걸린다. 이런 상황에서도 좋은 방법은 있다. 무턱대고 장점 10가지 적기, 친구를 통해 자존감 올리기가 아니다. 내가 사랑하고, 그런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들이 대체 나를 왜 사랑하는지 따지자는 게 아니다. ‘~인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라는 공식을 세우고, 내가 그들을 사랑하는 이유를 대입한다. 미운 구석 하나 찾기 어려운 사람들이 나를 사랑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는 것만큼이나 대단한 건 없다. 양분으로 바꾸지 못할 질투도 없다. 해결하지 못한 질투가 마음에 남아 곰삭지 않게 된다. 질투는 더 이상 나를 못살게 굴지 않는다.


이전 10화 <딱궁이> 원선아는 왜 이럴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