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불안이 많은 사람입니다
잠에서 깨어나면 8차선 도로 한가운데 서 있어요
전봇대를 집어삼킨 덩굴처럼
적막이 내 목을 휘감고 조르기도 했어요
주변의 것들을 깨워 뭉툭한 귀로 헤집으니
나를 삼키려다 만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더군요
선생님
저는 둥지를 촘촘히 틀어
격하게 웅크리는 것으로
바다너머를 상상하고
설산의 추위를 대비할 것입니다
오늘은 바다였다가 내일은 단풍이 물들 곳을 뒤지고
소복이 쌓인 눈 위의 발자국 보이면 따라가 볼까도 합니다
그리 가벼워질 것을 바라면
이불냄새를 맡고
기지개 켤 수 있을 것인가 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