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오신 거군요
긴 여름을 지나 잠시 들른 가을하늘을 타고서
당신을 기다렸어요
영원을 태우고 태울 때 온몸 다 젖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서
언제라도 떠날 것을 알지만
저 하늘 위에 영원보다
더 뜨겁게 타올라주세요
피가 증발하여 응고될 한 방울마저 없을 때까지
찬란한 빛으로 춤을 출게요
그러다 마지못해 한 차례씩 흙이 되길 바라면
남은 한 사람이 쓸쓸히 식어가는 벌을 받을게요
그러자
가을 하늘 솔바람처럼 날아든 당신이
우리 두 사람을 줄로 엮은 다음
하나의 생을 살아내라 명령하고
우리 두 사람에게
흙이 되어서도 뒤섞여서는
그리 누워있으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