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오늘 너무 신났는데
좋은 일이 있나 봐요.
"아니요. 없는데요."
분명 좋은 일이 있어요.
목소리가 들떠 있어요.
"아니에요. 하나도 들뜨지 않았어요."
좋은 일이 있어요. 나도 가르쳐 줘요.
"아니요. 없어요."
정말 있는데.
"나중에 알려 줄게요."
알았어요. 조심히 잘 갔다 와요.
그냥 옆에 그 사람
하나는 하나.
둘은 둘.
하나둘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 어디쯤 왔다 갔다 하는지.
머릿속 마음속
헤집고 뒤엎지 않아도
그냥 아는 사람.
목소리로 날씨 가늠하고
얼굴색으로 온기 재고
발걸음으로 심기 살피고
샛벽으로 막아도
그냥 아는 사람.
고개 들어 보는 하늘
고개 숙여 세는 발자국
봄비 오는 소리 우레 좇는 소나기
은행잎 갈잎 날리는 거리
눈꽃을 피운 겨울나무
그냥 아는 사람,
그냥 옆에 있는 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