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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도 힘이 있다.
19화
아버지는 초밥을 여덟 개나 드셨다.
아버지는 초밥을 좋아하신다.
by
봄비가을바람
May 30. 2022
결국 일이 터졌다.
며칠 째 겨우 미음 한 숟가락 뜨시고 온갖 짜증에 힘들다는 소리만 하다가 까라 앉다 못해 까무러쳐 119를 불렀다.
두 달에 한번 외래도 병원 냄새만 맡아도 거부감에 싫증이 머리가 곤두서듯 싫어하시는데 한밤중 응급실 문턱을 넘고 말았다.
병원에 오니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으시고 집에 간다고 난리셨다.
심장질환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한 지 5년이 지나고 있었다,
응급실 시간은 왜 그리 더딘 지 밤 9시에 들어와 새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근처에 살고 있는 동생 내외는 출근 때문에 출근 두세 시간 남기고 들어가고 보채는 아버지 곁을 지켰다.
아침 해가 희뿌옇게 올라오는 7시쯤 귀가해도 좋다는 의사의 말이 전달되었고 빠른 날 중에서 외래 진료를 예약했다.
집에 간다고 하니 마음은 더 급해지셨다.
"이제 집에 가니 천천히 하세요."
겨우 달래 집으로 왔다.
외래 진료 결과는 평소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안 드시려고 하는 고질병 때문이었다.
"연세도 있으시고 약이 부담이 되는데 너무 안 드셨어요. 처방을 내리며 드시는 것도 충분히 잘하셔야 한다는 전제하에 한 것입니다."
언제나 죽을 만큼 힘든 마지막 바로 전까지 몰고 갔다.
아버지가 가장 힘들겠지만 다른 가족은 아버지가 몰고 가는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휘청한다.
집에 와서 뭐라도 드시게 하려고 하니 며칠 제대로 안 드셨으니 기운은 바닥이고 입맛은 여전히 안 돌고 영 목으로 넘기기 힘들어하셨다.
"얼마 전에 보니까 초밥집이 새로 생겼던데 내가 가서 좀 사 올까."
남동생이 보다 못해 말했다.
"못 드실 텐데."
"한 개라도 드시면 좀 나을 것 같아. 일단 사 올게."
"알았어."
본래 초밥을 좋아하셔서 가끔 드시기는 했는데 지금으로는 달리 방법이 없어서 사 오기로 했다.
동생이 초밥을 사 오고 방안으로 앉은뱅이 밥상에 초밥 1인분과 초밥집에서 같이 보낸 전복죽을 아버지 앞에 놓았다.
억지로 힘을 내어 밥상 앞에 앉은 아버지도 어떻게든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았다.
손을 깨끗하게 닦아 드리고 밥상 앞으로 더 바투 앉혀 드렸다.
"그냥 손으로 드셔도 돼요. 하나라도 드셔 보세요."
초밥은 손으로도 먹는 음식이고 숟가락 들 힘도 없는데 젓가락은 무리일 것 같아서 편하게 드시라 했다.
제발 하나라도 드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편히 드시라고 자리를 비켜 드렸다.
초밥을 좋아하시지만 편찮으시고는 자주 안 드셨고 발병 초기에는 음식도 조심해야 해서 드셔도 4개 ~ 6개 정도 드셨다.
그런데 8개나 드셨다.
"이제 살았다. 이제 다시 살아나나 보다."
아버지도 당신 스스로 단단히 다짐을 하신 것이다.
그렇게 초밥으로 입맛이 돌아왔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몸도 추스르셨다.
한번 나빠진 체력은 회복도 더뎠지만 그 후부터 식사는 절대 마다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먹는 것이 고역처럼 느껴질 때에는 초밥이 특효가 되었다.
(그 후로 몇 번 사다가 드렸던 초밥, 감사한 마음에 리브라도 올리려고 찍은 사진이 있었다.)
(실제 올린 리브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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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차 한국어 선생님이며, 등단 시인입니다.. <시간보다 느린 망각>시산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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