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세 아이 육아기
평일인데 큰아이가 피시방에 들렀다며 밤늦게 들어왔다.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하니 쿨하게 "죄송!"이라고 한다.
말이 아주 짧다.
요즘 아이들의 특징인가?
불과 4~5년 전만 해도 급식체가 유행했었다.
'버정'(버스정류장), 'ㄱㄹㅅㄷㄱ'(그러시든가) 등등 학교에서 급식받는 아이들이 쓰는 말을 일컬어 급식체라고 불렀다.
당시 TV 예능 프로그램 자막에 급식체가 무분별하게 노출되어 국어학자나 어문학자들의 원성을 샀는데 이제는 청소년 문화로 정착한 듯싶다.
다시 큰아이 이야기로 돌아가자.
동생들이 다 보고 있던 터라 늦게 왔다는 이유로 더는 큰아이를 닦달하지 못하고 대신 "아빠가 퀴즈 하나 낼게."라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건성으로 듣던 세 아이 눈빛이 금세 초롱초롱해졌다.
"급똥을 네 글자로 하면?"
(침묵)
요새 아이들은 기다리는 것을 무지하게 싫어하는가 보다.
답을 모른다고 인정하되, 빨리 가르쳐달라고 재촉이다.
질질 끄는 걸 극혐 한다나?
그래, 그럼 말해 주지.
"정답은 바로......, 돌연변이."라고 했더니, 한 2~3초 걸렸나?
첫째와 둘째는 뒤집어졌는데 막내는 아직 급식체 세대도 안 되는지 멀뚱한 표정으로 태블릿만 쳐다본다.
"니들도 MZ야?"라고 물었더니 딸내미가 "아니, 우린 그냥 Z [지:]야." 한다.
어쨌든 오늘은 오래간만에 꼰대가 세 명의 Z 앞에서 우쭐했다.
하기야 건강하게만 자라준다면야 Z면 어떻고, 마징가 Z면 어떤가.
에어컨 투쟁에 지쳐 잠든 막내아이 목 주위로 벌겋게 땀띠가 퍼져 있다.
오늘 밤도 열대야에,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담배연기에, 낮에 마신 아이스커피로 잠을 설칠 것만 같다.
아이들 자는 방에 에어컨을 켰으나, 냉방병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만이다.
하나라도 아픈 아이는 더 이상 보기 싫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