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에 나만의 길이 있나요

2화

by 김소연



나는 길치다. 처음 운전을 시작했을 때, 유독 방향이나 길을 잘 찾지 못했던 나는 운전이 익숙해지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실 운전을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건 운동 신경이 아니라 길을 찾는 능력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내비게이션이 보편화되었던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길을 찾을 때마다 지도책을 펼쳐 들었고, 큰 건물이 아닌 작은 골목길에서는 여러 번 같은 곳을 헤매기도 했다. 부끄럽지만 새로 이사 간 집을 찾느라 도로에서 한 시간을 헤매기도 했다. 나는 긴장성 다한증이 있어서 내게 운전이란 어지간히 스트레스받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 걸려도 결국엔 길을 찾아냈다.


헌데 어떻게 된 일인지 요즘엔 그때보다 운전이 익숙해졌지만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처음 가는 길은 갈 엄두가 나질 는다. 이미 여러 번 가봤던 길이라 해도 내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면 마찬가지다.





여러 번 가봤던 곳을 가더라도 꼭 내비게이션이 필요한 이유는 기계에 의존하여 길을 찾았기 때문에 길이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누군가 최단 거리의 길을 알려줘야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 때문이다. 아주 사소한 시간이지만 그 시간도 아껴 쓰고 싶어서일까. 니면, 땀범벅이 된 채 상기된 내 눈빛을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기 때문일까. 군다나 가끔은 생각하지 못하는 아주 잠깐 사이에 잘못된 길을 만나게 되고, 그 길에서 손해 보는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럴 땐 방향을 바꾸어 나오면 되지만 간혹 어느 길에선 쉽게 방향을 바꿀 수 없다. 내가 가는 길이 넓은 도로라면 참 좋겠지만, 아주 좁은 일방통행 길을 만나게 된다면, 또 그곳에서 마주 오는 차량을 만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좁은 일방통행 길에서 역주행 중이던 차량의 운전자는 쉽게 방향을 바꿀 수 없고, 때로는 자신의 방향이 잘못된 걸 알면서도 그걸 인정하지 못한다. 언제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이 많은 세상이다. 그리고 가끔은 내가 내 길을 잘 가고 있어도 누군가는 그 길이 틀렸다고 말한다. 내가 나를 의심하는 순간 나는 그들과 함께 역주행을 해야 한다. 그게 인생이다. 그러니 소심한 나는 늘 아는 길로만 다니고, 운전 실력이 늘지 않는다. 운전 실력에는 길을 잘 아는 것까지 포함되니 나는 아주 좁은 시야를 가진 셈이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수없이 펼쳐진 갈림길에서 이미 알고 있는 안정된 길로만 갈 수는 없다. 아는 길로만 가고 싶어도 잠깐 부주의한 사이에 처음 가보는 길로 들어서게 되고, 나는 또 그곳에서 초보운전자처럼 헤매게 될 거다. 그래서 처음 가보는 길을 갈 때면 운전을 잘하게 된 이후에도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든다. 때로는 누군가 길을 잘 아는 사람이 곁에서 헤맬 필요 없이 빠르고 정확하게 내 길을 찾게 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 길은 완벽히 내 길이 되지 못할 거다. 다음번에도 또 길을 알려줄 누군가가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내 길을 누군가가 먼저 가보고 알려줄 것이며, 누가 알려준다 해도 그 길이 내가 가고 싶은 길일 경우가 몇이나 될까.


조금 헤매더라도 조금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완벽히 내 길을 찾는 방법은 스스로 길을 알아내는 것뿐이다. 그러니 조금만 천천히 가보자. 주위를 둘러보고 조금 헤매도 좋다. 아니 어쩌면 나는, 많이 헤매는 걸 추천하고 싶다. 한번 진땀 날 정도로 헤맸던 길은 절대 잊혀지지 않으니 훗날 그 길이 나만의 길이 될 거다. 나는 오늘부터 내가 가진 내비게이션을 꺼두기로 했다.



“아무리 애써도 길이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면, 나만의 길을 가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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