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길의 풍경

12화

by 김소연



나는 거의 매년 제주도로 여행을 간다. 서울에서 태어나 수도권에서만 살아왔지만, 자주 가다 보니 제주도의 길은 어느 정도 익숙해져 마치 오래전부터 살아온 고향 같다. 갈 때마다 나는 늘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로 가곤 했는데 내비게이션은 항상 최단거리로 안내하는 게 기본이어서 꽤 넓은 제주도에서는 주로 산간도로를 안내해 준다. 음 몇 번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러 번의 여행 동안 내가 지나던 길은 거의 산간도로여서 나는 바다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비게이션의 입장에선 산을 가로질러 가는 게 거리상으로 가장 가깝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운전이 서툰 사람이라면 구불구불 험한 산 때문에 오히려 더 지체될 수도 있다.


제주도의 산간도로로 운전을 하다 보면, 신호등이 거의 없어서 회전차로를 여러 번 지나다 보면 운전이 너무 지친다. 게다가 길이 너무 험하고 도로에 바다가 보이지 않으니 제주도 여행을 온 느낌도 잘 나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산간도로에는 가로등이 없다는 거다. 귤나무는 밤에는 잠을 자기 때문에 컴컴해야 잘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번 여행 때는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산간도로가 아닌 해안도로로 가보기로 했다. 비게이션은 늘 산간도로로 가라고 안내를 해주니 과감히 내비게이션도 꺼두고 지도를 검색했다.


지난번 여행으로 느낀 건 여행할 때마다 내가 가고자 했던 곳은 거의 해안도로 근처였고, 해변 가로 가기 위해 산간도로를 이용하는 셈이었다.



2022년 제주도여행 중


처음에는 해안도로로 진입하는 길을 찾지 못했지만, 무작정 바다가 보이는 곳으로 운전을 하다 보니 이내 해안도로가 보였다. 근데 말만 해안도로지 길에 바다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해안도로라는 개념을 잘 알지 못한 바다가 보이는 길을 찾아 아주 작은 바다가 보이는 길에 들어섰고, 막다른 길을 만났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가는 길이 해안도로라고 해서 바다가 계속 보이는 건 아니란 걸 말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편견과 불안함은 나를 자꾸만 막다른 길로 내 몰고 있었다. 왜 바다가 보이지 않는 길을 해안도로라고 부르는지 속은 것 같다. 이럴 거면 그냥 산간도로로 가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투덜대며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려는데, 거기엔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많았고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있었다. 투덜대느라 그때까지 보지 못한 그곳의 바다는 정말 예뻤다. 마치 사진 명소 같은 분위기였지만, 어디에도 그런 표식이 없는 걸 보니, 사진을 찍고 있는 그곳에 있는 사람들도 그곳에 우연히 들른 것이 분명했다.


막다른 길이었고 온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하지만, 잠시 내려 사진을 찍으며 감탄할 만큼 바다는 예쁘다. 나는 잠시 그곳에 머물기로 했다. 어차피 발길 닿는 대로 가기로 하고 내비게이션도 꺼둔 상태 아닌가. 서둘러 다음 목적지로 가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막다른 길에서 이렇게 예쁜 풍경을 만난 게 행의 재미 아니겠는가. 그러니 운전을 잘못했다고 화를 낼 필요도 다시 해안도로로 돌아갈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쌩쌩 달려가는 해안도로에서보다 막다른 길에서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더 선명히 잘 보일 테니 말이다.


인생은 여행과 같다. 인생의 여행길은 우리가 도로라고 부르는 그 길처럼 좋은 길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느 길로 가야 헤매지 않는지 지도도 방향도 불분명한 그 길에서 나는 막다른 길을 얼마나 만나게 될까. 그러면 나는 투덜대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다시 되돌아 올 용기를 가지고 있을까. 그곳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막다른 길을 만나면 주위 풍경을 둘러보며 잠시 쉬어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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