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를 걷어내는 것

28화

by 김소연



내가 사는 동네는 바다를 메워 만든 매립지 위에 지어진 신도시이다. 그래서 늘 아침마다 안개를 볼 수 있다. 바다를 메워 땅을 만든다는 건, 안개 속을 걷는 것과 같다. 아침마다 안개가 자욱한 풍경은 이곳 사람들에게 너무 익숙해져서 혹여 어느 날 안개가 없는 쨍쨍한 아침햇살을 본다면, 이상하리만큼 전운이 감돈다. 안개란 이곳 사람들에겐 아침에 때 맞춰 해가 뜨는 것처럼 살아있다는 증거가 된다. 아침마다 안개가 잦다보니 높은 건물이 즐비한 도로에서 건물의 일부가 보이지 않아 그 풍경이 조금 신비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평소보다 조금 더 습한 날에는 폐허가 된 듯 스산하다. 그것은 억지로 무언가를 만들어낸 부작용일 것이다. 억지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면 우리는 어떤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바다를 얼마나 메웠는지, 원래는 있지도 않았을 땅이지만, 현재 행정구역인 구청에서 독립해 다른 구를 만들어도 될 만큼 넓어진 이곳은 주변 풍경만큼 사는 동네를 부르는 명칭이 독특하다. 마치 SF소설이나 미래의 어느 도시처럼 동이 아니라 그 만들어진 순서에 의해 구역을 정해 부르는 것이다. 모두 하나의 동이지만, 먼 곳은 차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곳도 있으니 이곳에도 자연스레 구역마다의 계급이 다르다. 새로 만들어진 구역이 대부분 아파트 가격이 비싸다. 접근성이나 보이는 풍경에 따라 집값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그래봤자 우리는 바다를 메운 매립지인, 아침마다 안개에 뒤덮인 같은 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주 작은 차별성이 있다면 그 곳에서 계급을 나누기 마련이다. 그것들은 주로 보여지는 것들에 의해서일 거다. 정작 중요한 가치는 눈으로 볼 수 없는데도 말이다.


어떤 아파트 단지에서 외부 아이들이 놀이터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이용권 같은 걸 판매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보통의 건축법에 의하면 큰 건물을 지을 경우에 그 건설사의 땅 중 일부를 공용공간으로 만들어야하고, 또 도시의 미관을 위해 조형물도 설치해야한다. 아파트 단지에서 놀이터란 그런 개념이다. 그 아파트에 살지 않는 주변의 주민들이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인 거다. 그러니 내 공간을 누군가가 침범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불편을 위해 만들어진 이용권이라는 개념도 경우에 따라서는 입주민일지라도 이용권을 분실하면 놀이터 이용을 할 수 없게 되는 것 아닌가. 타인이 불편하길 원하는 만큼 나또한 불편해지는 순환이다.


간혹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받은 것은 생각지도 못하고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더 큰 가치를 놓치고 있다. 외부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 놓은 안개로 인해 나도 세상에서 고립되는 것과 같다. 내 안의 안개를 걷어 낸다는 건 내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짙은 안개를 없애는 건 아주 작은 빛으로 충분하다. 그러니 우리는 아주 조금만 변하면 된다.



“때로는 나를 드러냄으로써 그것이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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