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지 않은데

27화

by 김소연



아무거나 괜찮다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을 곁에 두면 아주 성가신 일들이 생긴다. 그들은 성격 좋은 사람처럼 나의 어떤 질문에도 괜찮다고 말하지만 그들의 괜찮다는 말 뒤에는 ‘네가 말하는 것만 빼고’라는 말이 묵음처리 되어있다. 그들이 괜찮다고 말하면 나는 그들이 무엇이 괜찮은지에 대해 스무고개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친구를 만나 저녁을 뭘 먹을지에 대해 말한다면, 어떤 친구들은 ‘난 아무거나 괜찮아’라고 말하지만, 결국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싫다. 그들은 좋아하는 것이 없을 뿐, 싫어하는 건 너무 많다. 그들은 내게 선택권을 맡긴 것이라 하지만, 나는 그저 그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는 고용인에 불과한 것처럼 생각될 때가 있다. 차라리 선택권을 내게 주지 않고 그들이 스스로 선택해 통보하는 게 나에겐 훨씬 편한 일이다.





웹디자인 일을 할 때, 내 고객들은 결과물에 늘 괜찮다고 말했지만, 한 번에 일을 끝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디자인이라는 건 여러 번의 수정이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그들의 괜찮다는 말 뒤에 ‘그런데’라는 말이 늘 따라오기 때문이다. 어느 부분이 잘못됐는지는 그들도 확실치 않다. 다만, 수정을 몇 번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첫 번째 결과물에서 선택을 하는 건 손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디자인 작업을 하기 전에 수정을 몇 번 할 수 있는지 알려주면 그들은 정말 그 횟수를 정확히 채운다. 하지만 그런다고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건 아니다. 그건 마치 장사꾼이 흥정을 위해 처음에 가격을 높여 부르는 것처럼 다 부질없는 일이다. 국 처음 보낸 시안이 결정되는 일이 빈번했다.


우리는 시간 낭비를 하면서까지 불필요한 ‘밀당’을 하고 있다. 그럴 바엔 괜찮은 거 말고 괜찮지 않은 일에 집중 해보면 어떨까 싶다. 싫어하는 게 명확한 고양이처럼 말이다. 고양이와 함께 살기 위해선 그들이 좋아하는 것 말고 싫어하는 걸 알아두는 게 편하다. 고양이는 그들이 싫어하는 일 몇 가지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다 괜찮은 함께 하기 좋은 반려동물이 때문에 그들과의 밀당은 아무 의미가 없다. 도 그들처럼 인간 관계에서 정말 괜찮은 것과 괜찮지 않은 것을 확실히 정해둘 수 있다면 좋겠다. 그 무의미한 시간을 그 상황이 괜찮지 않은 상대방과 함께 낭비 할 필요 없지 않은가. 가끔은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참 괜찮은 일인 것 같다.



“괜찮지 않은 건 괜찮지 않다고 말해보려고요.”





keyword
이전 27화화도 나지 않는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