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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연 Dec 04. 2023

소원은 구체적으로 빌어야 합니다.



 어렸을 적 제 소원은 불치병 환자였습니다. 예전엔 티브이 드라마에 나온 여주인공은 불치병 환자가 많았었죠. 그녀들은 늘 멋지고 잘생긴 남자주인공의 사랑을 받았고요. 저도 간절히 빌었어요. 도 저들처럼 불치병 환자가 되게 해 주세요. 교회도 안 다니면서 매일 하느님을 찾았습니다. 불치병 환자와 백마 탄 왕자는 한 세트였으니까요. 하지만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어요. 하느님은 종교도 없고, 기도문도 모르는 내가 비는 소원 따위를 들어줄 리가 없었죠. 그렇게 저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잘 살아왔습니다. 사실 아주 어린 나이부터 이미 불치병 환자였지만 말이에요. 공교롭게도 제가 병을 눈치채지 못했으니 당연히 백마 탄 왕자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불치병의 정체, 기면증을 알게 되고선 하느님이 이미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신 걸 알게 되었어요. 그 뒤로 많이 원망했죠. 불치병 환자인데 백마 탄 왕자는 어디 있는 거죠? 소원을 왜 들어주다 말은 건가요? 그래요. 그건 그렇다 치. 뇌경색과 신경병증을 더 진단받을 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오늘 의사 선생님의 입에서 또 하나의 생전 처음 들어 본 병명이 나왔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본 바로는 희귀 난치병이라는데 내일 정밀검사를 받기로 했어요. 천주교에서 세례를 받을 때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신댔는데, 아마 그때 소원을 잘못 빌었나 그런 생각이 요. 왜 하느님은 소원을 안 들어주냐는 아이들의 성화에 소원은 정말 정확하게 구체적으로 빌어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로 여러 번 말했는데요. 하느님! 제 소원은 불치병환자가 아니라 사실 백마 탄 왕자님이에요. 조금 오해가 있으신 것 같으니 이제라도 정정할게요. 아플 만큼 아팠으니 이제 제대로 된 소원 들어주세요. 아니면 그 소원 취소할게요.



 소원을 빌 때는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빌어야 해요. 다들 명심하시길!


 의사 선생님이 운동도 안되고, 서있는 것도 걷는 것도 조심하고 안정을 취해야 한대서 원래 늘 그랬던 대로 누워있네요. 다행히 손가락은 멀쩡하니 글은 쓸 수 있겠어요. 다시 소식 전할게요. 그럼 다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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