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에이커프의 피니시를 읽고 주체적인 사유의 기록(3)
이 글은 존 에이커프의 FINISH에 담긴 통찰과 나의 경험과 생각을 담았다. 이 글이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나 완벽주의가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사람에게 작은 영감이 되기를 바란다. 더 많은 사람이 완벽주의에서 벗어나 하고자 하는 일을 시도하며 주체적인 삶에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완벽주의의 세 번째 거짓말, 당신은 모두 다 해낼 수 있다.
계획을 세우다 보면 항상 아쉬운 점이 있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물리적인 시간은 턱 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계획을 세울 때마다 생각나는 영화 속 도구가 떠오른다.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 등장하는 헤르미온느의 '타임 터너'이다. 맥고나걸 교수가 같은 시간에 진행되는 여러 가지 수업을 듣고 싶다는 헤르미온느의 부탁으로 어렵게 구해서 전해준 시간을 되돌리는 도구이다.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
헤르미온느도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지 않았을까?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은 너무 많은데 나에게 주어진 24시간은 너무 짧다. 마법을 사용하는 세계에서는 물리적인 시간을 뛰어넘은 해결책이 있지만 내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에는 아직까지 물리적인 시간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나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욕심부려 계획을 세울 때 하고 싶은 건 모두 넣는다. 내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다짐한다. 결과적으로 '나는 계획을 무리하게 잡는 성향이 있어'라고 합리화하고 목표한 계획의 반 정도를 달성하면 스스로 만족한다. 피니시를 읽으며 이것이 성향이 아니고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요소인 것을 알았다.
피니시에서는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당신이 가진 가장 값진 자원, 즉 '시간'을 그 목표에 쏟아붓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한 가지 일에 쏟는 시간만큼 다른 일에 쏟을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절대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라고 한다. 그래서 '수치심의 조종을 받는 순진한 이들은 매번 완벽주의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 어떻게 하면 주어진 일을 정해진 시간 안에 모두,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라고 한다.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 '타임 터너'를 찾고 있는 게 아닐까?
나의 최근 계획을 살펴보면 반복되는 일상인 루틴을 달성하는 데에만 8시간 30분이 필요하다. 하루 준비, 운동, 글쓰기, 학습, 책 읽기, 하루 마무리 총 6가지의 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밤에 6시간을 자고 낮잠을 20분 자고 나머지 8시간에 내가 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면 완벽하다. 계획을 세우고는 한 달 뒤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충만해졌다.
생각해보면 이 계획에는 많은 모순들이 있다. 일단 8시간 30분 + 6시간 20분 + 8시간 = 22시간 50분. 남는 시간은 24시간 중 1시간 10분뿐이다. 이 시간 동안 식사시간, 이동시간, 목욕시간 등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행위들을 해결해야 한다. 하하... 참고로 나는 샤워를 30분 정도 한다. 또 경험적으로 집중력을 유지하려면 2시간에 30분 정도는 휴식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람을 좋아하는 나는 누군가 만나자는 제안에 쉽사리 흔들린다. 문제는 이런 모순과 계획이 지켜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욕심부려 전부 계획에 반영한다.
어떻게 하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모두 달성할 것인가?
역시나 이 계획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속적으로 계획을 달성하며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계획을 계속 수정, 개선했다. 나는 '어떻게 하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모두 달성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내가 모두 다 해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뭔가 자존심이 상한다. 나의 무능과 직면하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괴롭다. 이제는 개선한 개획들도 지켜지기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나에겐 '타임 터너'가 없으니까...
피니시에서는 내가 잘 해내지 못해도 괜찮은 '미루기 목록'을 작성하길 제안한다. 이를 신경과학자 조시 데이비스 박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를 '전략적 무능'이라고 했다. 모든 일을 다 해내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인생의 이번 시즌에는 그 일을 의도적으로 한쪽에 제쳐두자는 것이다. 책에서 제시한 예시가 너무 적절하여 그대로 인용해보려 한다.
목표 설정에 열심인 젊은 엄마 리사는 자신이 가장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일이 집안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빨래를 하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일들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자신의 목표에만 집중한답시고 아이들에게 ‘이번 주는 저녁식사를 건너뛸 거야. 각자 스스로 영양 보충을 잘해보렴,”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신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 간단한 식사'를 준비하고 ‘빨래는 하되 개지 않고 그냥 두어, 마감 며칠 전까지는 온 가족이 구겨진 옷을 입고 다니게'하기로 했다.
현대에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집안일'. 제주에 내려가 처음 한 달은 '삼시 세끼' 프로그램과 유사한 삶을 살았다. 왜냐고? 생활을 유지하는데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차려먹고 설거지하고,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장을 봤다. 점심을 먹고 설거지를 하면 어느덧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저녁을 먹고 나면 잠들 시간이 되었다. 제주 생활을 하며 요리, 청소, 빨래 등의 집안일은 내내 골칫거리였다.
지금 파주집에서 생활하며 정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어머니의 노력 덕분에 나는 공부하고, 책 읽고, 주체적으로 시도하고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여러분은 어머님의 노력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부끄럽지만 나는 비교적 최근에 실제로 인지하고 알았다. 부모님의 품이 너무 익숙했다. 그게 너무 당연했다.
제주에서 살 때,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건 모르고 삶의 질이 낮다며 불평하기 바빴다. 그 대상은 나 자신이 되기도 하고, 함께 사는 친구, 함께 일하는 사람, 이 사회가 되기도 했다. 먼지가 쌓이고 더러운 집이 싫었고, 자주 먹는 컵라면이 싫었고, 곰팡이 냄새나는 옷이 싫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 상황에서 내가 리사처럼 내가 다 해낼 수 없음을 인정하고 어떻게 최소한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했었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내 안의 많은 스트레스는 줄어들지 않았을까?
'혁신적'의 대명사인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는 항상 같은 옷을 입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티브 잡스의 검은 터틀넥과 청바지, 주커버그의 회색 티셔츠는 그들의 대명사이다. 옷에 대한 고민은 전략적으로 미루어 둔 것이다. 그들은 그것에 대해 조금의 수치심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지금 나의 상황은 어떠한가? 나의 우선순위와 미루기 목록은 어떻게 되는가? 지금 나는 부모님의 노력 덕분에 의, 식, 주에 대한 고민을 미루어둘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언제까지 부모님의 품 속에 있을 수는 없기에 조만간 이것들은 내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 지금 나의 우선순위는 먼저 건강이다. 체중도 많이 불었고, 체력도 많이 약해졌다. 더 멀리 오래가기 위해서 건강을 챙겨야 하는 시점이다. 다음은 '실험'이다. 그간의 인사이트와 생각들을 세상에 풀어놓고 싶다. 행동하여 변화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싶다.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춘 계획을 다시 세워볼 것이다.
여러분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요? 혹시 우선순위 없이 모든 것을 이루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진 않나요?
다음 글 : 즐겨라! 그거면 된다.
우리 모두가 완벽주의를 넘어 목표 달성에 다가가길 바라며.
각각의 성취 경험들이 모여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2. 절반으로 줄여라.
3. 모두 다 할 수는 없어
4. 즐겨라! 그거면 된다.
6. 무의식 속의 혐오
8. 마무리의 아름다움
참조.
1. FINISH(피니시), 존 에이커프, 다산북스, 2017
2.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중, http://bitly.kr/MZKNq, 네이버 영화 소개, 사진 참조
3. unsplash.com, 사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