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에이커프의 피니시를 읽은 주체적인 사유의 기록(1)
이 글은 존 에이커프의 FINISH에 담긴 통찰과 나의 경험과 생각을 담았다. 이 글이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나 완벽주의가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사람에게 작은 영감이 되기를 바란다. 더 많은 사람이 완벽주의에서 벗어나 하고자 하는 일을 시도하며 주체적인 삶에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서 완벽하게 쓰고 싶어서 시작하지 못한 나를 바라본 글을 통해 내 안의 완벽주의를 마주했다. (무슨 글을 어떻게 왜 쓰지? https://brunch.co.kr/@ybeom/5) 글을 쓰며 피니시(존 에이커프)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나의 경험과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마무리, FINISH. 나에게 어려운 단어 중 하나이다. 마무리하는 것은 항상 어렵다. 나는 마구마구 상상하며 잘 시작한다. 막상 시작하면 그 일을 꾸준히 하기 어렵다. 목표 달성을 하기에 나는 항상 부족한 상태이다. 또 마무리할 때쯤 되면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결과물과 마무리된 결과물을 비교하며 낙담한다. 그리고 마무리하기 전에 '이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하며 흥미를 잃어버린다.
이 책은 작가가 '도전의 30일 프로젝트(The 30 days of Hustle Challenge)'를 진행하며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을 준 경험과 연구에서 도출한 통찰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완벽주의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했다. 자기 인식을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사람들이 완벽함을 추구하며 힘들어하는구나. 스스로에게 조금 더 관대해지면 좋을 텐데,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 너무나도 아름다운데...'라는 생각과 말을 해왔다. 그런데 나도 완벽주의에 휘둘리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었다.
제주에서 올라와지내며 정말 많은 계획을 세웠다. 루틴(Routine)과 프로젝트로(Project)로 나누어 분류하고 각각을 기획해서 문서도 만들었다. 그리고 트렐로(trello)로 스크럼을 짜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결과는 반복적인 일상인 루틴을 단 한 번도 모두 수행한 날이 없다. 그리고 12월 23일을 기점으로 더 이상 기록하지 않았다. 또한 목표로 세운 프로젝트는 대부분 기한안에 실행하지 못하고 미루어두고 있다. 왜 나는 공을 들여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으로 기획하여 시작했음에도 지속하지 못할까? 피니시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그건 다 완벽주의 때문이야." 작가는 책에서 완벽주의가 우리에게 네 가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건 다 완벽주의 때문이야."
완벽주의의 첫 번째 거짓말, 완벽하지 않다면 하지 않는 게 낫다.
우리가 목표를 포기하는 날은 바로 "계획이 완벽하게 되지 않는 날"이다.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완벽하게 수행하려는 경향이 있다. 다이어트, 공부 등을 위한 계획을 세우며 우리는 "내일부터 시작이다!"는 말을 습관처럼 한다. 계획은 내일부터니까 오늘은 폭식을 하고, 책을 펴보지도 않고 컴퓨터 게임을 한다. 여기에는 완벽하지 않다면 하지 않겠다는 완벽주의의 덫이 놓여있다. 완벽하지 않았기에 포기한 오늘처럼 내일에도 계획에서 틀어져 완벽하지 않게 된다면 목표 달성을 포기할 것이 분명하다. 또 어릴 적 공부하려고 마음 먹으면 꼭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해서 하기 싫어진 경험이 누구나 있지 않은가? 이것도 완벽주의의 영향이 아닐까? 컴퓨터 게임을 딱 지금 하는 것까지 하고 기분 좋게 공부하려는 완벽한 나의 계획이 부모님의 잔소리 때문에 망가져버려서 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목표를 위한 계획을 하루 지키지 못했을 때
실제로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은 무엇인가?
'피니시'에서 많은 사람들은 완벽한 계획이 틀어졌을 때 "정상 궤도에 다시 진입할 수 없을 거야. 내 계획은 이미 궤도를 벗어났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존 에이커프는 우리에게 묻는다. "목표를 위한 계획을 하루 지키지 못했을 때 실제로 당신에게 일어나는 일은 무엇인가?"
사실 나에게 오늘 계획을 지키지 못했다고 인공위성이 궤도를 이탈한 것처럼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심적인 압박감은 찾아오겠지만 목표 달성의 과정에서 큰 문제는 아니다. 예전에 살을 빼려고 헬스장에 다닐 때 하루 운동을 못 가면 다시 운동을 마음먹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목표한 정도의 감량을 성공했고 그 과정을 통해 "아... 오늘 운동 못 갔다... 망했어, 아... 오늘 술 마셨어... 다이어트는 망했어."에서 "오늘 못 갔으면 내일은 꼭 가야지!, 운동은 맥주 한잔 하려고 하는 거지!"로 생각이 바뀌었다. 운동을 한 다음날 아침에 체중이 늘어있고 술 먹은 다음날 아침엔 체중이 줄어있는 것을 자주 목격하며 내 몸무게는 하루 운동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 이것을 확인할 때마다 분한 마음이 들었다. 나의 살을 빼기 위한 노력이 보상받지 않는 것 같았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완벽함의 기준인 '매일 운동하는가?'는 목표 달성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이처럼 완벽함의 기준은 사실 목표 달성과 크게 연관이 없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에게 한, 두 번만 질문을 던져보면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왜 지금이 아니고 내일부터 시작인지? 왜 엄마의 말 한마디에 하고 싶지 않은지? 왜 한 문장의 글도 적지 못하는지? 왜 하루도 빼지 않고 운동을 해야 하는지? 왜 완벽해야 하는지? 사실 완벽해야 할 이유는 없다.(왜 우리가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는 이후에 역사적, 철학적으로 다루어보고 싶다.) 단지 우리가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저자는 완벽주의의 반대말이 목표 달성이라고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 우리는 불완전함에 내성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우리는 불완전함에 내성을 가질 수 있을까?
여기서 '성취 경험'과 '실패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완벽주의에게 성취와 실패는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을까? '물이 반 밖에 없어'와 '물이 반이나 있어'의 차이는 아닐까? 사실 완벽주의의 사전에 완전한 목표 달성이란 없다. 완벽주의는 구체적이고 셀 수 있는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 모호하고 끝없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완벽주의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 불편한 감정이 찾아온다. '왜냐고? 몰라! 하지만 완벽해야 돼!' 그리곤 지금의 상황이 부족하다며 채찍질을 해댄다.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느끼게 하고 무기력과 고독으로 몰아넣는다. 지금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여유 따위는 없게 만든다. 진짜 문제는 이와 같이 모든 상황을 실패했다고 느끼며 무의식에서 자신을 '실패자'라고 정의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완벽주의의 늪에 빠진다. 실패자는 성공하기 위해 더 완벽함을 추구하고 그럴수록 목표 달성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나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함께 고민해주는 사람의 시선이다. 상호 존중하는 관계에서 나에겐 너무 당연하고 별 것 아닌 게 타인의 시선에서 특별한 것이 너무 많다. 내가 실패했다고 평가하는 것을 타인은 성취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실패자'라고 정의한 사람은 타인의 이야기와 시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의식적으로 밀어내고 회피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성취 경험들이 쌓이며 무의식에서 나를 다르게 인식하기 시작한다. 자기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나는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것에 무던하고 취약한지 등 자신을 알아간다. 절대적인 완벽주의에서 상대적인 나다움으로 나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식한 사람은 점점 불완전함에 내성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우리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목표 달성을 위해 과정을 지속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완벽하지 않다면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완벽주의의 거짓말을 넘어서 "완벽을 추구할수록 목표는 더 멀어진다."를 알 수 있었다.
다음 글 : 절반으로 줄여라.
우리 모두가 완벽주의를 넘어 목표 달성에 다가가길 바라며.
각각의 성취 경험들이 모여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2. 절반으로 줄여라.
3. 모두 다 할 수는 없어
4. 즐겨라! 그거면 된다.
6. 무의식 속의 혐오
8. 마무리의 아름다움
참조.
1. FINISH(피니시), 존 에이커프, 다산북스, 2017
2. unsplash.com, 사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