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에이커프의 피니시를 읽고 주체적인 사유의 기록(5)
이 글은 존 에이커프의 FINISH에 담긴 통찰과 나의 경험과 생각을 담았다. 이 글이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나 완벽주의가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사람에게 작은 영감이 되기를 바란다. 더 많은 사람이 완벽주의에서 벗어나 하고자 하는 일을 시도하며 주체적인 삶에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우리의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완벽주의의 네 가지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했다.
목표 달성 계획을 세우고 네 가지를 확인해보면 완벽주의의 꼬임에 넘어가는 것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절반으로 줄이기.', '모두 다 할 수는 없다.', '즐겨라! 그거면 된다.'
1. 완벽하지 않다면 하지 않는 게 낫다.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2. 더 큰 목표를 가져라. => 목표를 절반으로 줄이자
3. 당신은 모두 다 해낼 수 있다. => 모두 다 할 수는 없다.
4. 재미있는 건 가짜다. => 즐겨라 그거면 된다.
내가 세운 계획에 네 가지 요소를 적용하려고 보면 불편함이 찾아온다. '나는 목표를 절반으로 줄이지 않아도, 즐기지 않아도, 완벽하게 다 할 수 있는데!' 맞다. 우리는 분명 모두 다 할 수 있다. 나는 사람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믿는다. 단지 무한한 잠재력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장애물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스스로의 잠재력을 믿고 완벽주의에게 잠시 물러서 있으라고 이야기하자. 계획을 세울 때 완벽주의의 역할은 없다고 말이다.
이제 우리는 목표 달성을 위한 여정을 출발했다. 완벽주의는 우리의 시작을 가로막고 목표를 폄하하는 시도를 차단당하고 나면 '파괴'에서 '방해'로 전략을 바꾼다고 한다. 즉, 우리들이 목표 달성에 집중할 수 없도록 하는 방해가 시작되는 것이다. 존 에이커프는 '은신처'와 '숭고한 방해꾼' 두 가지 방해 요인을 소개한다.
'은신처'는 일을 망치는 것에 대한 공포로부터 숨을 수 있는 장소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목표 달성을 위해 달려가다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을 자주 발견한다. 이것은 모든 노력에 뒤따르는 '불완전성'에 대한 두려움을 직면하지 않으려고 어떤 기술도 요구하지 않는 다른 일에 몰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은신처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나의 '은신처'는 스마트폰이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몇 번이나 휴대폰을 들었는지 모른다. 급한 연락이 왔나 확인하고, SNS에 내 친구들은 잘 지내는지 소식이 궁금하고, 오늘 안 본 웹툰이 있나 확인하고, 갑자기 유튜브에서 재미있는 영상을 발견하고, 듣고 있는 노래가 마음에 안 들고, 브런치에 영감을 주는 글이 없을까 뒤적인다. 그런데 내가 인식하기 전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딴짓을 하고 있다는 것도 잘 모른다. 인식하고 나면 다급하게 스스로에게 이유를 설명한다. 갑자기 그 친구가 생각나서, 열심히 했으니까 쉬는 시간이 필요했어, 자료조사를 해서 영감이 필요했어 등 손쉽게 의미를 발견해낸다.
'숭고한 방해꾼'은 우리가 다른 어떤 것을 해내기 전까지는 목표를 쫓을 수 없다고 한다. 방해요인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면 우리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아무리 제거해도 그럴듯한 방해요인은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목표를 향해 다가가 봤자 결국에는 결과가 안 좋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목표 달성의 결과를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목표가 너무 이상적이어서, 부정적이어서 포기한다.
나는 요즘 브랜드 공부와 스스로의 브랜드를 형성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런데 '숭고한 방해꾼' 때문에 좀처럼 목표에 가까워지지 못하고 있다. 먼저 브랜드를 형성하기 위해선 많은 과정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내부적 브랜드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상품을 분석해야 하고 전하고자 하는 가치가 명확해야 하고, 글과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외부적 브랜드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고객의 관점과 시선을 알아야 한다. 이 과정들을 모두 해낼 역량도, 자원도 부족하다는 사실에 직면하고 무기력해졌다. 또 "브랜드를 완벽하게 만들지 않으면 고객에게 가치를 잘못 전달하여 비난받을 거야. 그렇게 나쁜 평이 쌓이고 양치기 소년처럼 아무도 나를 찾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 앞에선 '은신처'로 도망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생각해보면 나에게 '은신처'와 '숭고한 방해꾼'은 공통적으로 몰입이 깨지는 순간에 나타난다. '몰입'하는 순간에는 다른 곳으로 관심이 갈 틈이 없다. 누가 불러도 모르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기도 한다. 하지만 '몰입'이 깨지는 순간에 친구의 안부, 추가적인 자료 조사, 마음에 안 드는 노래 등 여러 가지 생각들이 몰려온다. 이렇게 생각에 휩쓸려 가다 보면 방해가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몰입이란 무엇인가?
칙센트미하이에 따르면 몰입(flow)은 '무언가에 흠뻑 빠져있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한다. 몰입은 주위의 잡념 , 방해물을 차단하고 자신이 원하는 어느 한 곳에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다. 칙센미하이는 몰입했을 때의 감정을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 '하늘을 날아가는 자유로운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일단 몰입을 하면 몇 시간이 한순간처럼 짧게 느껴지는 시간 개념의 왜곡 현상이 일어나고 자신이 몰입하는 대상이 더 자세하고 뚜렷하게 보인다. 그리고 몰입 대상과 하나가 된 듯한 일체감을 가지며 자아에 대한 의식이 사라진다.
몰입이란 '무언가에 흠뻑 빠져있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한다. 뇌과학적인 관점으로 보면, 외부와 나를 구분하고, 현재 상황을 판단하는 좌뇌 영역의 활성화도가 급격하게 낮아질 때 몰입이 일어난다. 이는 시간 개념의 왜곡 현상, 그리고 몰입할 때 외부 자극에 둔감해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몰입할 때 우리는 다양한 판단과 조잘조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좌뇌에서 잠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무언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바쁘고 산만한 사회에서 몰입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자극적이고 강렬한 외부 자극에 자주 노출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기민하게 외부 자극에 반응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끊임없이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수많은 정보의 바다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 떠나야 한다. 하지만 외부 자극은 완벽주의와 함께 우리의 목표 달성을 방해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몰입해야 하는 일뿐만 아니라 재미있어 보이고 흥미로운 것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어떻게 하면 몰입할 수 있을까?
먼저, 몰입하기 위해서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무엇을 이루기 위한 일인지 알아야 한다. 목표가 분명할수록 그 일에 몰입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나는 일의 이유와 목표가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면 흥미를 잃어버린다. 왜냐하면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불안'을 극도로 경계하기 때문이다. 명확한 이유와 목표가 없는 경우에 우리는 '불안'을 느끼고 최우선적으로 이를 극복하려 한다. 이때 우리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떠나거나 끊임없이 외부의 상황과 상태를 파악하여 불안함을 극복하고자 한다.
또 내가 한 일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세상에서 장기적인 노력의 결과가 나의 의도와 목표에 부합하는 것은 어렵다. 나의 의도와 목표에 부합되지 않는 결과는 마찬가지로 '불안함'을 촉발한다. 따라서 방향을 잃지 않기 위해 우리는 작은 단위의 목표와 피드백들을 통해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을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해야 한다. 또한 즉각적인 피드백은 일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좋은 동력이 되어준다.
마지막으로 나의 현재 능력에 맞는 적절한 난이도의 목표를 설정하고 자기 효능감을 유지해야 한다. 사람들은 너무 어려운 일에 무력감을 느끼고, 너무 쉬운 일에는 스스로 의미를 찾기 어려워 따분함을 느낀다. 또 자기 효능감이란 내가 어떤 일을 수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나 신념이다. 자기 효능감은 개인의 성취 경험이 모여 형성된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자신이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해낼 수 없다. 개인 능력과 난이도의 균형 그리고 자기 효능감이 충족되면 우리는 개인의 자발성을 기대할 수 있다. 자발성이 발휘될 때 우리는 자기 힘을 능동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몰입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토닥여주자.
지금 불안한 게 너무 당연하다고,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괜찮다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지금 그 상태로 너무 충분하고 아름답다고 이야기해주자.
스스로 해낼 수 있다고 믿어주자.
종합해보자면 몰입하기 위해 '불안'의 덫에 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불안의 덫은 무의식적인 과정에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생각과 행위 뒤에 가려져있는 경우가 많다. 단지 내가 집중력이 부족해서 스마트폰을 손에 쥐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지금 하는 일을 꼭 해내고 싶은데 재미없거나 하기 싫다면 스스로에게 불안한지 물어보자. 불안함을 마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끝없는 감정의 골로 빠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상황을 판단하고 자신 혹은 타인, 사회를 탓하기 전에 자기 자신을 토닥여주자. 지금 불안한 게 너무 당연하다고,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괜찮다고,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토닥여주자. 지금 그 상태로 너무 충분하고 아름답다고 이야기해주자. 스스로 해낼 수 있다고 믿어주자.
그리고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자. "왜 이 일을 하는지?" '나다움'의 나침반으로 지금 과정의 의미를 명확히 하자. "목표가 먼 미래에 달성할 수 있는 건 아닌지?" 짧은 피드백으로 개선하고 보완하여 적절한 방법을 찾아보자. "나의 능력에 맞는 적절한 난이도인지? 내가 할 수 있다고 믿는지?" 능력과 난이도의 균형을 맞춰 자기 효능감을 유지하자. 온전히 목표 달성 과정에 몰입할 수 있다면 '은신처'와 '숭고한 방해꾼'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다음 글 : 무의식 속의 혐오
우리 모두가 완벽주의를 넘어 목표 달성에 다가가길 바라며.
각각의 성취 경험들이 모여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2. 절반으로 줄여라.
3. 모두 다 할 수는 없어
4. 즐겨라! 그거면 된다.
6. 무의식 속의 혐오
8. 마무리의 아름다움
참조.
1. FINISH(피니시), 존 에이커프, 다산북스, 2017
2. 심리학 용어사전, 한국 심리학회, 2014
3. unsplash.com, 사진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