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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친코(이미진), 재일교포의 일생

by 영복 Feb 22. 2025

  어떤 단어를 들었을 때, 그 단어에 대해 다른 사람과 온전히 같은 감정을 가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루 세 끼의 '메뉴'를 고민하는 아이에게, 그리고 하루 세 끼를 걱정하는 아이에게의 “생일”은 같은 단어일지라도 결코 같은 감정을 불러오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역사, 근대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시대를 꼽으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제 강점기”를 가장 많이 꼽을 것이다. 이후의 역사적 사건들이 대부분 이 “일제 강점기”의 잔재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라는 말을 들으면 무슨 생각과 감정이 먼저 드는가? 슬픔과 분노? (일본에 대한) 적대감? 이 단어 역시 한국인이라면 큰 맥락에선 비슷한 감정을 가질지도 모르나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사정에 각자 조금씩은 다른 감정을 가질 것이다.


  특이하게도 이 책은 이야기의 초점을 일제강점기 시대를 살아가는 조선인에 맞추기보다는 일본으로 넘어간 재일교포 2세, 3세에게 맞추어서 전개된다. 이야기 중 “선자”는 후에 야쿠자로 밝혀지는 한 남자의 도움으로 일본에서 안전하게 정착한다. 그런 선자에게는 두 아들이 있는데, 첫째가 “노아”, 둘째가 “모자수”이다. 첫째 아들인 노아는 도움을 준 그 야쿠자 남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이고 둘째 모자수는 후에 정식으로 결혼한 목사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이다. 아버지가 다른 두 아들은 다른 성격만큼이나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일본에서 사는 조선인으로 적응하려한다.


  총명한 두뇌로 와세다 대학에 합격해 더 나은 삶을 꿈꾸던 첫째, 뛰어난 사업수완으로 파친코장을 운영하며 재정적으로 성공을 꿈꾸던 둘째, 그리고 또 한명의 재일교포가 태어나는데 그게 바로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이다.(이름만 들어도 현명할 것 같지 않은가?) 자신과는 다른 방식으로 성공했으면 하는 모자수의 바람으로 솔로몬은 미국으로 유학까지 다녀오게 되는데, 유학까지 다녀온 솔로몬은 과연 재일교포 3세로서 일본에서 잘 적응하고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렇게 세 인물의 적응기와 좌절기를 다룬다. 냉전의 산물이었던 고국으로 돌아갈수도 없던, 그렇다고 아무리 성공해도 매년생일에 거주도장을 찍어야만 일본에서 살아갈 수 있었던 재일교포들에게 “일제 강점기”는 어떤 감정을 일으키는 단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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