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현 등단시인 칼럼니스트
Mar 12. 2022
스산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나뭇가지에 달린 잎들이 앙상하게 말라 약한 바람에도 쉽게 떨어져 나가 바닥에 살포시 주저앉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삭, 바사삭 소리를 내며 아주 맛있는 과자를 깨물듯 기분 좋은 소리로 들으며 발걸음을 계속 이어 나간다. 나뭇잎들은 그렇게 자신의 마지막 순간까지 바사삭 소리를 내며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지내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인간의 삶도 그리 다르지는 않으리라!
겨울은 인생의 시련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시련은 여러 가지 색으로 다가온다.
겨울이 찾아오면 으레 같이 한 번씩은 따라 찾아오던 감기! 그 지긋지긋한 아픔이 육체뿐 아니라 마음으로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정말 육체의 감기를 떼어 낼 때보다 더 수만 배는 힘들고 아픈 것 같다.
나는 겨울이 찾아오면 오히려 땀으로 축축하게 몸이 젖더라고 졸리는 목이 올라간 티셔츠 대신 외투를 항상 목 위 끝부분까지 최대한 올리게 남기 보기에 우습던지 아님 오히려 나를 못 보게 만드는 것인지는 몰라도 모자까지 깊숙하게 쓰고 장갑까지 필수로 끼어야만 5분 정도의 아파트 밖의 쓰레기통 앞으로의 외출도 가능하다. 그리고 돌아오면 바로 외투를 정리하고 간단히 씻은 후 따뜻한 이불속에서 혹시 모르게 붙어 들어왔을 찬기운까지 멀리 보내야만 안심이 되곤 한다.
멋모르던 나이에는 그냥 편한 대로 다니고 감기가 찾아오면 '왔나 보다.' 반길 수는 없어도 인정하며 그 시간을 견뎌온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는 정말 감기가 싫어졌다.
지독히 아픈 적을 몇 번이나 겪어서일까 약물 알레르기가 있는 줄도 모르고 그런 약물을 계속 입에 털어놓고 정신까지 멍하고 기운까지 털려 버린 채로 지내 온 시간들이 두렵고 한심해서 일까는 모르겠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도 흔히 걸리는 감기는 내게는 체감의 온도가 더 뜨겁고 강렬했다.
그런데 마음의 감기는 더한 것 같다.
몸의 감기만큼은 자주 찾아오지는 않아서 다행이지만 아이를 낳고 찾아오기 쉽다는 이것을 한 번 겪은 후로는 내게 무서움? 두려움?이라는 단어로 마음의 감기는 그렇게 또 다르게 내 마음속에 새겨졌다.
오늘은 꿈을 꾸었다.
사랑하는 가족의 옛 모습을 보았다.
아직도 부정의 단계를 넘지 못한 듯했다.
겉으로는 멀쩡한 척 하지만 마음속 한 구석에서는 뾰족한 가시를 만들고 있는 것 같아서 속상했다.
이 가시가 더욱 커지고 굵어져서 나 자신을 공격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새벽이 흐르고 그 흐르는 줄기는 사람들의 삶을 깨우고 있다.
나도 새벽처럼 내 마음을 깨울 시간이 온 것 같다.
더 이상 숨겨두지 말고 마음을 토해내어 가시를 키우지 않도록 해야겠다.
가시 대신 부드러운 가지로 만들어 더 아름답고 풍성한 따뜻하고 달콤한 열매를 맺도록 말이다.
내게는 아직도 사랑하는 가족들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있기에 그들과 가시 대신 그 따뜻한 열매를 나누며 살고 싶다.
나도 그리할 수 있고 지금 나와 같은 상황인 그대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이 시간을 잘 토닥이고 다듬으며 건강한 양분을 듬뿍듬뿍 주어서 더 단단한 사랑의 열매를 맺으리라 생각한다.
이 시간 또한 따가웠지만 따뜻함과 고마움을 알게 되는 시간으로 나의 '삶'이라는 땅을 더 단단하게 해 주리라 믿는다.
이렇게 나는 힘든 겨울을 밀쳐내고 평온하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