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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떠는 옌 May 05. 2024

명상과 기도를 통해 깨달은 것

“감사한 마음으로 투병의 길을 걸을 수 있길 기도합니다."


입원을 마치고 일요일에 퇴원 소속을 밟았다. 오랜만에 본가로 돌아가 가족이 준비해 준 집밥을 먹기로 했다. 

분명 나는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인데,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풍기던 고등어구이 냄새가 어찌나 좋던지. 가족과 도란도란 모여 한 식탁에서 먹는 집밥이 마치 보약처럼 느껴졌다. 


여전히 어색하게 음식을 씹는 내 모습에 가족들이 울다 못해 그젠 웃음을 보였다. 내 모습이 웃기긴 했나 보다. 아버지께서는 웃으시면서 밥 먹는 내 모습을 보면 알파카가 생각난다고 농담도 던지면서 웃곤 하셨지만, 끝내 안쓰러운 표정은 감추시지 못하셨다. 


밥 한끼 후, 가족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자취방으로 돌아가야 했다. 다음날 학교에 가야 했기 때문. 고새 입원 며칠 했다고 나만의 공간에 돌아오니 청소부터 하고 싶었다. 

이번 기회에 기분 전환도 할 겸 밀린 집안일을 해치우고, 잠들기 전에 명상과 기도를 해보기로 했다. 명상과 기도가 스트레스 관리에 좋다고 한다. 


구석에 박아 놓았던 아로마 향초를 꺼내 피우고 잔잔한 배경음악을 틀었다. 마음이 안정되는 듯했다. 

두 눈을 감고 곧은 자세로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해서 생각하는 타입이라 그런지, 왜 이렇게 큰 병이 나에게 왔는가에 대해 또다시 깊게 생각해 보며 과거의 일상들을 되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생활을 고쳐 나아가야 하는 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기로. 


가장 먼저, 그간 과로를 부를 수밖에 없던 빽빽한 일정을 계획하는 집착과 잠을 기피하며 충분치 않은 숙면에 시달렸던 불면증(나는 이상하게도 잠을 많이 자면 그렇게 자괴감이 심하더라), 건강이랑은 거리가 멀었던 끼니(못 먹은 건 아니고 급격한 다이어트로 하루 두끼로 닭 가슴살과 곤약밥만 먹어왔던 때)로 하루를 버티며 수행해 온 일과들이 떠올랐다. 

그 다음으론, 급격하게 늘어난 활동량이 떠올랐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안 하던 운동을 하고 골격근 량을 키우다 보니 급격히 좋아진 체력을 믿었던 나는 밤낮으로 놀아 다녔다. 

이 또한 내 몸에는 무리였겠구나. 겉은 예뻐졌어도 속은 문드러져 온 것 같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의 기반이 되었던 세상에 대한 과한 의식과 눈치로 스스로를 조여오며 만들어낸 인생의 틀이 나를 벅차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생각이 많아 글을 쓰며 풀어내거나 그 생각에 지칠 땐 사람을 만나 풀곤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신경도 많이 쓰던 편이었고, 내 판단 보단 남의 판단을 더 옳게 생각했으며, 누군가 나에 대해 불편하게 생각한다면 모든 게 나의 잘못 같았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나 스스로를 정죄하며 주눅이 들 때도 많았다. 그리고 어디든 뒤처지지 않으려 아득바득 해온 것들. 과연 그것들이 모두 나에게 필요했던 것들이었는가 생각해 보면, 아닌 것도 많다. 

이젠 나에게 더 집중하며 스스로를 다독여 줄 시간이 온 것 같다. 


그 시선을 이제 나에게 돌리기로.



마지막으로 나 대신 아프고 싶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셨던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자취방에서 아프기 시작했을 땐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연락도 제대로 못 드려 외롭고 서러웠는데, 실은 가장 먼저 떠올랐고 가장 먼저 달려와준 감사한 존재들. 무엇보다 곁에 있을 때 가장 따뜻한 존재들이었다. 

결국 정답은 ‘가족의 품’이었구나.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곧장 달려와주는 사람, 아플 때 애지중지 돌보아주는 사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도록 내가 평생 어린아이 같을 수 있는 곳, 바로 가족이었다. 


“잊고 살았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준 귀한 시간이 온 거구나. 더 늦지 않게 와줬구나.”  


근래 어느 글귀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자고로 ‘기도’는 고난과 역경을 원망하고 없는 것에 한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에 감사함을 표하는 행위라고. 무엇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이라고.」  


그래서 나는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이 순간을 통해 잊고 지냈던 소중함을 자각하게 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더 큰 걸 보고 깨닫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은 고난 속에도 감사함을 찾을 수 있는 눈을 주심에 또 감사합니다. 앞으로 걷게 될 투병의 길에서도 감사함을 찾을 수 있는 자녀로 성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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