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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rygallery Nov 12. 2019

#8. 그 밤의 꿈은 누구의 바람이었을까?

내 것인 꿈이지만, 누구의 바람이었을까...  

꿈을 꿨다.

그대 꿈을 꿨다.


그대와 내가 헤어지지 않았던 그때. 아니, 지금의 우리지만 헤어지지 않은 그대와 나의 꿈이었다.


우리 대학시절 자주 가던 선술집 같았다.

여기저기 낙서가 가득한 어슴푸레한 선술집에 들어서니 그때 그 사람들이 모두 모여있고 그 끝에 그대가 앉아 있었다. 너무 반갑게 내 손을 잡아 끄는 그대. 내가 참 많이 사랑했던 그 모습 그대로인 그대가 있었다.


‘아.. 우리 헤어지지 않았던 그때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그대 옆에 앉아 살갑게 손을 마주 잡았다. 꿈인데도 그대 온기, 냄새가 느껴졌다.


그렇게, 그대 잡은 손을 내려다보았다.

내 왼쪽 팔목 타투와 짙은 상처가 보인다.



그대와 헤어지고 한참 후에, 서른 중반 무렵에 새긴 타투였고, 그 타투 위로 깊게 파인 손목 상처가 났더랬다.


‘아... 우리 헤어졌는데…’



믿어지지 않을 만큼 행복하고 생생했던 그 순간이 현실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순간. 주변을 둘러보고 내 옆에 내 손을 잡고 앉은 그대를 봤다. 말갛게 웃으며 잡은 손을 살살 어루만져 주는 그대를 봤다.



“있잖아… 우리 헤어졌어.”라고 내가 말했다. 마른 울음이 섞여 나왔다.


그대는 여전히 말갛게 웃으며 내 눈을 보며,

“무슨 소리야, 꿈꿨어?”라고 말한다. 내 볼을 어루만진다.


그 웃음이, 그 손이 너무 그리웠던가 보다.

아니라고 대답하며 나는 그대 어깨에 가만히 기대어 눈을 감았다.



눈을 떴다.

꿈에서 깨어났다.

알람이 울리지도 않은 이른 아침에, 그 꿈에서 깨어났다.


꿈에서 처럼 가만히 내 왼손을 들어 본다. 손목 타투와 상처가 보인다.


너무 애틋했던 그 순간은 역시 꿈이었다.


내 꿈에 묻는다.



‘내가 원한 걸까, 당신이 원한 걸까?

애틋했던 그 꿈은 과연 누구의 바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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