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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LeeHa Apr 19. 2020

주고 나서 아까울 때가 있다

사랑도 우정도 잘 주고, 준 사실은 금세 잊자.


딸 너에게.


한때 네가 카톡을 싫어했던 적이 있었는데, 기억나니?

잘 안 하려고 했던 데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었어.


예전에 네가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는데 

하루 반나절이 넘도록 친구가 

카톡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했었지.

네 딴엔 나름 잘 대해 준 친구였는데 말이야. 


"그럴 수 있지. 걔가 바빠서 카톡을 못 봤을 수 있잖아."

그때 나는 별일 아니라는 투로 이렇게 말했어.

"안 바빴어."

네가 퉁명스럽게 대답했지.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여행을 가서 휴대폰을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고."

나도 지지 않고 말했어.

"내가 보낸 카톡도 못 읽을 정도로 바쁜 애가 

그 사이 프로필 사진을 두 번씩이나 바꿀 수 있어?"


너의 질문에 나는 아무 대답도 못 했어. 

프로필 사진을 시간 간격까지 두어 가며 

두 번씩이나 바꿀 여유가 있었다면 

카톡 확인 정도는 할 수도 있었을 거라는 

너의 말이 일리 있어 보였거든.


맞아, 그 친구는 네 카톡이 온 걸

알면서도 무시했을 거야.

그때 그 친구는 그러고 싶었나 봐.

너한테 곧바로 응답하기 싫었던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도 몰라.


그러나 네 말대로 그 친구가

'타인에 대한 조금의 배려'가

있는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네 카톡을 하염없이 벌세우듯 내버려 둔 채

프로필 사진을 바꿈으로써

네 기분을 엉망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거야.


그런데 말이야.

그런 일들이 너를 화나게 할 수는 있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서

그렇게 대단하거나 중요한 일은 아니라고

얼른 생각을 바꿔보면 어떨까?


사소한 일에 자꾸 마음이 지나치게 다치면. 

사는 게 점점 힘들고 짜증스러워진단다.

그래서 '이깟 일쯤 아무것도 아냐' 하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해.

노력하려고 해야 해.

너를 위해서 말이지.


물론 어디서나 좋은 사람을 만나고

예의 바른 대접만을 받고 싶겠지만

항상 그런 일만 일어날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지? 


너도, 나도, 우리 모두

마음이 자꾸만 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의 마음이 함부로 상할 정도로 

'그렇게 대단한 일'.

살아보니 별로 없는 것 같다. 


사랑도 우정도 잘 주자.

주고 난 다음에는 잘 잊자.

준 만큼 받지 못했다고

아파하지도 말자.



딸에게 , 친구에게 주는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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