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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가 되자, 두 명의 남자가 축하를 전했다.

승무원 작가의 탄생. 가장 기쁜 소식과 가장 슬픈 소식이 공존했던 한주.

핸드폰에 반짝이는 'b'표시와 함께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jpg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던 날

비가 내렸었다.

몸이 안 좋으신 아버지를 위해 복지리를

테이크 아웃을 하러 우산을 쓰고 

10분을 걸어서 집 근처 복집에 도착했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거라 맛있게 해달라고 이모에게 부탁을 드렸다.

음식을 기다리며 내리는 비를 보고 있는데, 핸드폰의 두 번의 진동과 함께 

내 핸드폰 상단에는 이제껏 본 적이 없었던

'b'라는 표시가 되어있었다.


'설마'


하는 생각과 함께 내 손은 새 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메일함으로 바쁘게 들어가고 있었다.


새 메일에는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라는 보기만 해도 설레는 문장이 적혀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처음 본 복지리 아주머니라도 껴안고

"제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어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다행히 나에겐 아직 이성이 존재했었고, 지리 포장이 다 되자 아주머니께 평소보다 조금 더 밝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가게를 나섰다.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전하자,

두 명의 남자가  일처럼 축하를 전했다.

사실 내가 글 쓰는 것을 응원하는

두 명의 남자가 있었다.


한 명의 남자는 바로 남편이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하자

남편은 너무나도 축하한다고 말해주었다.


사실 결혼 전부터 남편에게는

나는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고,

언젠가는 기회가 주워진다면 책을 내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2014년 다이어리의 기록 : 말 한마디로 흔들리는 나를 잡아주는 사람이 내 남편이 되었다.jpg

2014년 page 29


어떠한 인생을 살고 싶은지 자문해본다.

어떠한 삶을 꿈꿔 왔는지 물어본다.


차근차근

미래에 나에게 자랑스러운 내가 되길-

나 또한 누군가를 믿어줄 수 있는

깊이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과연 나의 책이 얼마만큼의 깊이 있는 책이 될지는 모르겠다. 사실 카네기 대화론 등의 책을 보곤 덜컥 겁이 났다.  이 한 권이라는 책이 담고 있는 지식의 깊이에 대해- 과연 내가 책을 쓴다면 얼마만큼의 깊이를 담아낼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자, 

당신이 말했다.


"누구도 당신에게 그만큼의 깊이를
바라는 이는 없다고,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한 문장의 글이
그 책에 존재한다면-
더 나아가 그것이
그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사실 그래서 쓰게 되었다. 이 책을

부족해만 누군가의 인생엔 작은 힘이 되길 바라며-


-2014년 내 나이 29살 시절, 다이어리 기록에서-


6년 전 다이어리에서

그 당시 남자 친구였던 남편과 나눈 대화가

내 마음에 씨앗이 되어,

그가 주는 믿음이라는 훌륭한 거름과

넉넉한 햇살 같은 사랑으로

나는 이렇게 브런치 작가라는 열매를 맺게 되었다.


그의 이런 면이 좋았다.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로
나의 폭풍우를 잠재울 수 있는 사람이

내 남편이라는 것.


그와 함께 인생에 

기쁜 날이 찾아오면 함께 기뻐하고, 

힘든 날이  찾아오면 괜찮다, 괜찮다 하며 견뎌내며,

슬픈 날이 와도 함께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내 남편이라는 것이,

평생 이 사람 옆에서 늙어 갈 수 있다는 건 신이 내게 주신 축복과도 같았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하자

나보다 더 기뻐해 준 한 남자는-

바로 나의 '아버지'였다.


아버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아버지는 브런치 작가가 된 나보다 더 기뻐하셨다.


브런치작가가 된 나보다 더  좋아하셨던 아버지.jpg


사실 이번 한주는 가장 기쁜 소식과 가장 슬픈 소식이 공존했던 한주였다.

가장 기쁜 소식은 그토록 바라던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것이었고,

가장 슬픈 소식은 폐암이신 아버지가 폐에 차신 물을 빼내지 못하시면

항암 치료를 받지 못하 실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문득 '포레스트 검프'라는 영화가 생각이 났다.


안녕. 포레스트.jpg
인생은 초코렛 상자와 같은 것.jpg

죽음을 앞둔 포레스트 검프의 어머니는 IQ 75의 포레스트에게 이해하기 쉽게 

인생초코렛 상자와 같다고 설명해 준다.


"인생은 초코렛 상자와 같아서
무엇을 집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자신에게 찾아온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IQ 75의 아들을 남겨놓고 세상을 떠나려는 어머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 많은 말 중 이 말을 전한 평생을 살아갈 인생의 지혜를 주고 떠나고 싶었던 게 아녔을까?


그리고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김삼순은 파티쉐 면접에서 포레스트 검프의 

이 문장을 인용한다.


내 이름은 김삼순.jpg
김삼순의 초코렛 상자.jpg


김삼순: 초코렛 상자엔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있거든요.

면접관: 그럼 지금까지 먹은 초코렛은
 다 맛있었나요?

김삼순: 아뇨. 좋은 것도 있었고,
나쁜 것도 있었고
하지만 뭐 어쩔 수 없잖아요.
그 상자는 제 거고
어차피 제가 다 먹어야 하는 거니까요.

언제 어느 걸 먹느냐, 그 차이뿐이겠죠.
바라는 게 있다면
제가 가지고 있는 초코렛 상자에
더 이상 쓴 럼주가 든 게
없었으면 좋겠어요.


 사실 요즘 나는 내 인생에 찾아온 럼주가 가득한 아주 쓴 초코렛을 먹으며 인생이 참 쓰네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자 하나님은 내 손엔 브런치 작가라는 달콤한 초코렛을 주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쓴 초코렛과 달콤한 초코렛을 동시에 먹으니

인생의 힘든 일이 꼭 힘들지도,

인생의 좋은 일이 꼭 좋지도 않다는

모순적인 감정이 드는 건 왜 일까?


하지만 다시금 깨닫는다.

쓴 초코렛을 먹을 때는 이 과정을 통해 분명

나는 배우는 것이 존재하다는 것.

자존감 수업이라는 책에서 읽은

'지금, 여기 (Here and Now)'

를 생각해 내, 내가 할 수 있는 을 묵묵히 해내가면 된다는 것.


그리고 나에게 찾아온 달콤한 초코렛을 먹을 때는

또 다음 초코렛은 어떤 것이 올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의 달콤한 초콜릿이 와주었다는 사실에 마음 깊이 감사해 온 맘 다해 기뻐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인생 찾아온 '희로애락'의 운명을 마주했을 때

그 운명을 살아내는 법이 되었다.


사실 바쁘다는 핑계로

글을 쓰지 않았던 나날들이 있었다.

그런 나에게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딸아.  비행을 나가며 느낀 점을 메모장에 적어보면 어떻겠니? 지나고 나면 네게 큰 자산이 되어있을 거란다."


그렇게 인생의 멘토이신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비행에 있었던 에피소드와 느낀 점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글을 쓴 지 1년이 되었고,

글로 남은 기록들은 나에게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아프신 이후 해외로 비행을 가면,

한 시간씩  아버지와 화상통화로 생각을 나누며

아버지께 삶의 지혜를 배운 나날들-

아버지는 이렇게 아프신 와중에도

나를 위해 사랑을 가르쳐주고 계셨다.


그런 아버지와 생각을 나누고,

함께 글을 썼던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건-

아버지와 나에 더 의미 있고. 기쁜 일이었다.


언젠가 한 번은

아버지께 인생을 살며

가장 감사한 순간이 있으신지 물어본 날이 있었다,

아버지는 대답하셨다.


"인생에 가장 감사한 순간은
건강이 있는 날도 아니고
돈과 명예가 있는 날도 아녔다고
아침이 밝았을 때
눈을 뜰 수 있다는
 그 사실 하나였다고-

오늘도 나에게  또 다른 하루가
주워졌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사는 것.
그런 감사한 하루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고
십 년이 되고
인생이 된다는 걸.


 아버지의 그 이야기를 듣고

매일 찾아오는 특별할 게 없는 아침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시대를 살아가며 집에만 있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매일 찾아오는 하루는 특별한 게 아니라 당연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오늘의 또 뭐하지?'


라는 관점을 아버지의 눈으로 바라보니,

당연하게 나에게 주워지는 하루하루가

누군가에게는 간절하고도 감사한 순간이라는 걸

늘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는 걸 또다시 배웠다.


아직 내 인생의 초코렛 상자엔

어떤 초코렛들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사랑으로 가득 찼던 지난날의 가르침으로

나에게 찾아올 인생을 지혜롭게 살아가겠다 다짐했다.


그리고 의지가 강하신 나의 아버지는

분명히 잘 견디실 거라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온 마음 다해 기도할 뿐.


유난히 아침 햇살이 좋았던 9월의 아침

잠에서 눈을 비벼되는 사랑스러운 딸에게 말한다.

"감사한 아침이 밝았어. 좋은 아침이야."

문득 내 아버지가 나에게 준 지혜가 담긴 사랑을

내 아이에게 주고 있었다.


브런치 작가가 된 나의 하루는

그런 하루였다.


그렇게 브런치 작가가 된 지 일주일이 된 오늘.

선물처럼 천명의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 주었다.


'천명'


입으로 되뇌어도 가슴이 벅찼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에는

단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읽어 준다면

너무도 행복할 것 같았다.


하지만 '천명'이라니-

이름 모를 누군가가 시간을 내어

내 글을 읽어준다는 것이

얼마만큼 고마운 일임을 알기에-

지금도 귀한 시간을 내어

내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께

마음을 울리는 한 문장이 존재하길 바라며-

그리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글이 되길 바라며-

감사한 마음을 가득 담아

오늘도 글을 써보려 합니다.


귀한 시간을 내주어,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당신의 인생에

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도록 길을

제시해준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두 남자.

지구별에서 내가 사랑하는 두 남자와의 만남은

내 인생에 기적 같은 일을 늘 기억할게요.

그 사랑 보답하며,

차근차근 잘 성장해 나갈게요. 지켜봐 주세요.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오늘도 나는 이렇게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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