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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놓인 일등 당첨 로또

십 원짜리 동전 봉지가 내 손에 놓였던 그날에  대한 기억


어느 평범한 아침 대학을 가기 위해 부모님께 차비를 달라고 다.
부모님은 조금은 미안한 표정으로 십 원짜리가 담긴 봉지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부유했던 유년시절부터 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내 손에 놓인 십 원짜리 동전이 담긴 봉지가 낯설었다.
갑자기 집이 가난해져 버렸다.
가난한 삶은 처절했다.

"가는 차비는 있는데, 오는 차비가 없. 우선은 학교는 가고 가서 친구에게 지갑을 놓고 왔다고 빌려서 집에 오면 내일은 꼭 차비를 마련해 놓을게."
부모님은 말씀하셨다.

십 원짜리들을 겨우 모아 딸아이를 학교 보낼 차비를 만드신 그때의 부모님은 어떤 마음이셨을까. 마음속으로는 처절하게 울고 계시지 않았을까. 


문득 마음속에 든 생각은
'우리 집이 이만큼 가난해졌구나.'
라는 생각.
학교 가는 내내 수업받는 온종일 어떻게 친구에서 자연스럽게 차비를 빌리지라며 전전긍긍했던 스무 살의 기억이 내 마음속에 아직도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어제만큼 생생하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를 다녀야 했기에 늘 잠이 부족했던 아이. 친구가 찍어준 대부분의 사진에서 나는 책상에 머리를 대고 자고 있거나, 지하철 의자에 기대어 잠이 들어있었다.
'잠이 많은 아이.'

학교 다녔던 시절 내 별명이었다.

집이 힘들다는 걸 내색하지 않고 다녔다.
다른 친구들에게는 단순히 잠이 많은 아이로 보였겠지만 나는 학교를 다니며 생계를 위해 평일에도 주말에도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쭈그려 앉아 학교 숙제를 했었다. 잠을 줄여 생계를 꾸리고 학교를 다니던 내가 첫 학기 장학금을 받게 된 어느 날. 먹먹한 마음으로 납부 고지서를 바라보던 나를 잊지 못한다.

편의점에서 사먹던 라면과 김치가 참 귀했던 시절. 그 시절 좋아했던 라면은 승무원이 된 지금도 좋아한다.
'소울푸드'라면 적절할까?

명품가방도 모르고, 그저 신촌에서 산 이만 원짜리 가방에 학교 책만 들고 다녀도 즐거웠던 시절.
그저 승무원이 되고 싶어 항공과에 들어가 불편한 정장과 하이힐을 신고 다녔던 시간들. 하지만 승무원을 꿈꿀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학교 가는 있는 신라명과에서 '초코머핀'을 사 먹었다. 비싸서 매일은 못 사 먹고 일주일에 딱 한번 간식으로 먹었던 그 초코 머핀 내 인생에서 가장 달콤한 음식이었다.

돌이켜보면 삶이 참 고단했던 시절.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찾아왔을까?'

라고 묻는 것도 사치였던 시절.
그저 버티듯 살아왔었다.
내 앞에 찾아온 인생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왔다.

그 힘든 시절을 지나 지금의 나와 마주했을 때 깨달았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소신과, 작은 것에 행복할 수 있는 성향이 모든 걸 포기하고 싶던 그 시절 많이 형성되었다는 것을.

그 시절에 비해 지금의 나는 많이 좋아졌다.
따뜻한 집에서 사랑하는 남편과 딸아이와 행복한 일상을 누리며, 차비 걱정 없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나는 안다.
이 평범한 일상을 얼마나 간절하게  꿈꿔 는지를. 어린 시절 만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던 가난이라는 늪에서 마침내 빠져나왔을 때, 가난이 없는 모든 일상 나에 감사으로 다가왔다.

코로나가 오기 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녔던 거리와, 비행을 다녔던 시간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해지지 않은 지금. 그 평범했던 일상은 우리에게 귀하게 다가온다.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없다는 걸 안다.
내 아버지의 말씀처럼.
'지금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

핸드폰만 열면 코로나로 도배된 기사와 매일 같이 증가하는 코로나 확진자 수와 비관적인 미래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삶을 포기하라는 것일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구에 찾아온 재앙을 처음 겪었기에, 코로나 이전보다 이후의 삶에 있어 앞으로 지구에 찾아올 현상들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지금 내가 지구를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들부터라도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사람은 고난을 통해 배운다.
나에게 찾아온 고난은 나에게 더 좋은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함임을 이제는 안다. 그 시절은 내가 고난의 나락에 떨어져 울고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 나락에서 올라와보니 그만큼의 나락을 견뎌낼 경험치가 나에게 생겼다.

차비가 없어 불안해하던 스무 살의 내가 결국 그토록 꿈꾸던 승무원이 되었다.
마치 기적 같이 전 세계의 아름다운 곳들을 눈에 담고, 돈을 벌며,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일상을 살게 되었다.


차가웠던 십 원짜리 동전들이 담긴 편도 차비코트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 거리며  불안한 마음으로 학교로 향했던 내가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누군가를 위해 작은 돈이지만 부를 하고 있다. 나도 그 힘든 시절을 겪어봤다고, 부디 포기하지 말라는 간절한 마음 담아.



'지극히 평범하지만,
감사한 날들의 연속.
수백 번 포기하고 싶었지만
 마음속으로 울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 시절의 내가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귀하게 살아가고 있다.

돌이켜보니 내 손에 놓인
처량했던 십 원짜리 동전 봉지는

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감사함의 눈으로 보게 해 준

내 인생에 찾아온
일등 당첨 로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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