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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부 Oct 24. 2024

행복 에피소드 1 : 눈물의 출장마사지

서프라이즈에 실패한 남자친구

집에서의 일상이

하루하루 소중하고 행복했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더 행복한 일이 몇 번 있었다.


방사선 치료를 받느라

병원에 일주일 동안 입원하고

집으로 왔는데

유난히 힘들어서 푹 쉬어야겠다고 생각한 날이었다.


오빠도 오랜만에 집에 와서

기분이 편안한지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며 잘 자길래

거실에서 컴퓨터를 하며 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방에서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서

헐레벌떡 방으로 들어갔다.

요즘 오빠는 귀가 불편하여

통화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빠가 스피커폰으로 누구랑 전화를 하고 있었다.

0505로 시작하는 번호길래 스팸인 줄 알았다.

나 : 누구세요?

오빠 : 아니야 아니야, 내가 전화 건 거야

전화 상대방 : 저희 산후마사지 전문이에요

나 : 곧 다시 연락드릴게요

오빠 : 상의하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알고 보니,

내가 너무 피곤해 보여서

그런 나를 푹 쉬게 해주고 싶어서

집으로 서프라이즈로 출장마사지를 부르려고 했던 것이다.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고 바로 연결을 한 거라

안심번호라서 0505라고 뜬 것이었다.


오빠는 나 몰래 서프라이즈로

출장마사지를 집으로 불러서


초인종이 울리면

내가 "누구지?" 하면

오빠는 "짠 내가 준비했어!"

를 꿈꾸고

불편한 눈으로 네이버에서 열심히 찾은 것이다.


하지만

오빠는 요즘 무슨 원인불명의 청력저하로

스피커폰으로만 통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서프라이즈에 실패했다.


이놈의 귀때문에 서프라이즈도 못한다고

지금 전화 다시 걸어서 얼른 부르라고 하는 오빠 때문에

한참을 울었다.


우는 나를 보며

이 정도로 이렇게 울면 민망하다며

20회는 끊어줘야겠다고 너스레를 떠는 오빠


이제 몸이 조금 괜찮은지

아프기 전 모습의 오빠였다.


늘 나를 먼저 걱정해주고

일상 속에서 다양한 서프라이즈를 해주며

긴 시간 동안 나를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구나 느끼게 해주던 사람이다.


내가 몸이 힘든 걸

오빠에게는 최대한 티를 안 내고 있었는데

오빠는 다 알고 있었던 것 같아 눈물이 났다.


그리고 오빠가 엄청 아프고 힘들면서

잠깐 괜찮아진 순간에 내 걱정을 해준 게 너무 고마웠다.

그래서 정말 한참을 벅차게 울었다.


잠시 잊고 살았는데

내가 이렇게 간병할 수 있는 이유를

한번 더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많이 사랑받았고

지금 이런 아픈 순간에도 사랑을 주는 오빠


받은 게 너무 많아

이제는 내가 오빠한테 보답하고 싶다.


고맙고 미안하고 마음 아프고 많은 감정이 들었다.


다음날,

오빠는 일어나자마자

얼른 나가서 마사지를 받고 오라고 해서

시원하게 안마를 받고 왔다.


정신없는 일상에

잠시나마 이런 여유를 선물해 준

오빠한테 너무 고맙고

앞으로 더 열심히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한 하루였다.


이번에도 느낀 것은

주어진 상황이

정말 힘들고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일지라도

이 안에서도 "행복", "감동", "사랑" 다양한 감정이 있다는 것이다.


비록 주어진 상황이

갑작스러워서

당장은 감당하기 어렵더라도

이 안에서 살아가려고 노력하다 보면

이것도 사람 사는 삶이라는 것이다.


요즘 정말 많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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