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를 채우는 것은 결국 진실한 관계
_나를 살린 치유의 문장들
너무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서 의미 부여를 하면 행복이 여기 있는 거예요.
흘러가는 이 시간 속에서 나에게 정말 의미 있는 것, 소중한 것들을 가져가세요.
내 삶이 6개월만 남았다고 가정할 때 해야하는 것, 그것들을 지금 시작해보세요.
상담의 언어가 내 삶을 움직이기보다 여울님의 마음이 여울님을 움직여야 하는거에요.
세상에 온기가 가득해지는 5월, 상담을 가는 동안 느끼게 되는 공기도 참 따뜻하다. 여름이 어느새 코 앞에 온 것 같은 햇살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집과 가까운 곳에 상담소가 있어 찾아가는 발걸음이 무겁지 않고, 나의 내면의 이야기를 안전하게 나눌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상담소로 향한다.
감사하게도 상담이 6회기에 다다른 요즘, 마음은 많이 편안해졌고 잠을 자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편안하게 잠에 들고는 한다. 휴직 기간, 쉼을 받아들이는 것이 참 버거웠는데, 이제는 쉼이 자연스러워졌고, 쉬어도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편안하게 쉬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내게 매주 한 번 찾아오는 상담의 시간은 참 많은 선물을 주었다.
상담사님과 마주 앉고 안부를 나누었다. 가족들을 만났던 5월, 오랜만에 만남이라 나를 많이 걱정했을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었다. 또 넓은 마음으로 어떤 것도 묻지 않은 채 나를 여전히 품어주는 가족들이 곁에 있어서 참 감사했다. 상담사님은 그런 내게 요즘 힘든 것이 있지는 않은지 물으셨다.
"혹시 요즘 삶에서 힘든 것이 있지는 않나요?"
"시간이 너무 많다는 것이 힘들어요. 그것이 왜 힘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힘들어요. 몇 가지 해야 할 일을 배치해두기는 했지만, 그래도 남는 시간이 많고, 과거에는 남아있는 시간에 많은 공부를 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으니 이 시간을 잘 보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요즘 나의 어려움은 너무 많아진 시간이다.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가 나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참 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 못지않게 치열한 삶을 살아온 나였다. 갑자기 마음의 병으로 휴직을 하게 된 후 찾아온 시간. 나의 의지가 아니었던 이 긴 시간의 휴식은 내게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의식적으로 쉼을 갖고자 내가 해왔던 공부도 내려놓았고 공부를 내려놓으니 내게는 정말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 그리고 그 긴 시간을 건강하게 잘 보내는 것, 지금의 내게는 쉽지 않은 숙제로 느껴졌다. 그런 내게 상담사님은 희한한 질문을 던지셨다.
"혹시 누군가 100억을 당신에게 준다면 받으실 것 같아요?"
누군가 내게 100억을 준다고? 고민을 하다가 역시나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대답했다.
"네."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100억을 받고 그다음 날 내가 존재하지 않아요."
"네? 그렇다면 의미가 없죠."
"이 의미는 우리의 하루가 100억보다 소중한 가치라는 거예요. 이 하루는 100억보다 더 소중한 거예요. 거기에 의미 부여하는 내 마음의 가치가 다른 것이에요. 너무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서 의미 부여를 하면 행복이 여기 있는 거예요. 흘러가는 이 시간 속에서 나에게 정말 의미 있는 것, 소중한 것들을 가져가세요. 장담하건대 여울님은 마음의 울림만 가져가면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갈 사람이에요."
하루하루의 가치가 100억을 지닌다는 이야기. 어쩌면 너무 진부한 삶으로 가져오기는 참 쉽지 않은 진리였다. 우리가 허비하는 오늘은 어쩌면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살아가고 싶었던 하루라는 것을 우리는 수 십 번, 수 백번도 듣지 않았던가. 지금 내게는 힘들게 느껴지는 이 시간. 그 시간에도 내가 의미 있다고 느껴지는 것들과 함께 한다면 이미 내 삶은 의미와 행복이 가득할 거라는 상담사님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다시 물으셨다.
"만약 당신에게 6개월의 시간이 남아있다면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의 시간을 더 가질 것 같아요. 그리고 공부의 시간은 좀 줄이지 않을까요. 세상과 나눌 시간이 너무 부족하니.. 만나지 못해서 후회할 만한 이들을 만나고 의미 있는 대화로 삶을 채우고, 신앙이 있으니 하나님과의 관계로 삶을 채울 것 같아요."
여기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을 했던 것은 관계와 소통이었고 상담사님은 그것을 내가 지금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셨다. 나는 나라는 존재를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를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삶이 무한하다고 느끼기에 정작 소중하다고 느껴지는 일은 멀리 미뤄놓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삶은 우리가 알고 있듯이 유한하고 그 안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나는 내게 6개월이 남았다면 내게 소중한 이들을 만나 그들과의 진심을 나누는 대화로 내 삶을 채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미래로 미루어 두었던 것은 소중한 관계와 소통이었다. 그리고 상담사님은 더 이상 그 소통을 미래로 미루지 말라고 이야기하셨다.
그리고 나는 내게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소중한 관계들에 대해서 떠올려 보았다. 이미 소중한 관계는 내 주변에 참 많았다. 비록 그 관계들을 다 챙겨가며 살아가지 못했지만. 소중한 가족들, 친구들, 교회에서 오랜 시간 나의 성장을 지켜봐 주었던 교우들, 다양한 모임에서 깊은 관계를 가져왔던 사람들. 그들은 내게 다른 것과는 바꿀 수 없는 삶의 의미를 주었다. 나에게 주어진 긴 시간을 그들과의 관계로 채울 수 있다면 내 삶은 새로운 행복감과 의미로 채워질 수 있을까? 내게 주어진 삶의 숙제를 감사와 행복으로 실행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