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09. Written by 여울돌
22년 가을, 같이 지내던 친구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친구의 나이는 중1, 14살. 너무 어린 나이에 아빠를 떠나보내야 하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다.
몇 주 전, 아빠가 위독하다는 그 친구의 말에
후회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며 했던 조언이 무색하게 부고가 들려왔다.
장례식장에 가서 아이를 안아주고 이런저런 말을 한 뒤, 말없이 시간을 같이 보냈다.
병원 밖으로 나와 편의점에 데려간 뒤 바나나우유를 사서 벤치에 같이 앉았다.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아도, 고맙다는 말은 기억난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평소와 같은 일상으로 다시 돌아왔다.
올해로 함께 한 지 4년이다. 6학년, 말을 조금 거칠게 한다는 첫인상 뒤에 숨겨져 있던 따뜻함을 발견한 지가 어제 같은데 벌써 중3이란다. 센터에 근로하면서 눈 내리던 겨울날 놀이터에서 함께 했던 눈싸움, 힘겨워했지만 잘 따라오던 수학수업, 같이 먹었던 밥, 떡볶이 등 같이 보낸 시간이 길다.
센터에서의 근로가 끝난 후 예전처럼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내가 일하는 청소년문화의집에도 찾아오고
가끔 연락할 때 "나의 화목선생님"이라는 말로 애정을 표현해 주는 귀여운 친구.
오랜만에 오늘 다시 한번 연락해 봐야겠다.
"잘 지내요?"
이 한 마디에 지나온 길을 하나하나 풀어놓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 또한 의미 있겠지.
슬픔의 순간을 지나 지금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길 바란다.
여기에 너를 응원하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