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있어도 나의 하루는 계속돼야 한다(3)

무표정한 행복

by 지하루

삶을 살아가다 보면 우울증이라는 벽이 어마어마하게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는 바로 행복할 때이다.

행복할수록 낙폭도 크고, 일단 행복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본능적으로 크다는 걸 때때로 느낀다.


마음껏 행복하기 어려운 느낌으로 가로막힌 느낌이랄까.

뿌듯함을 느끼기에는 자기혐오가 너무 크고, 즐거워하기에는 공허함의 구멍이 너무 커서 괴롭고

쾌락을 느끼기에는 죄책감이 밀려온다.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행복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행복할수록 어쩔 땐 괴로움이 커지기까지 하는 것 같다.

그나마 그래서 가장 찾게 되는 게 바람 쐬기가 최선인 거 같다.


죄책 감 없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행복이 무표정한 행복인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지루할지언정 멍이 자꾸 때려지고 쳐 지랑 말랑 할지라도 쳐지지만 않는다면 그냥 그 자체로 감사한 무표정한 무감각한 형태.

그 형태가 가장 안정적이고 감사하다.


그 와중에 아늑할 수 있는 시원한 바람에 쾌적한 환경으로 바람까지 쐴 수 있고 굳이 웃어대지 않아도 되고

마음껏 무표정할 수 있고 떠들지 않아도 된다면 그것이야 말로 최고로 아늑한 행복인 것 같다.


그걸 함께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얼마나 축복일까.


그래서 그렇게 조금이라도 힘이 나면 카페라도 나가서 가만히 앉아 있기라도 하나보다.


카페를 나갈 힘이 있다면 당신은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다.

행복은 큰 게 아니다.

웃고 기분이 높아져야만 행복이 다가 아니다.

오늘 하루종일 무표정하더라도 내가 아무렇지 않았다면 그 또한 행복이다.

내가 오늘 무표정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자.

내가 오늘 또 즐기지 못했다고 채찍질하지 말자.

아무 일도 없고 일어나지 않고, 일어날 일도 하지 않았고 그렇게 견딘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가.


그렇게 계속된 하루를 살아간 당신은 오늘도 어마어마하게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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