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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재선 Feb 05. 2020

마음속 탈옥수

취하면 안 돼요


술, 그만 마실게요.

저 취하면 큰일 나거든요.


마음속  구석에 굳게 잠가놓은 문이 있는데 

문 앞에 보초를 선 애들이 헤롱헤롱 거리면

느슨해진 문이 빼꼼히 열릴 거예요.


그 문이 열리면 숨어있어야 할 감정들이 용기를 낼 텐데

대책 없는 용기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시잖아요.

걔들은 좀 오랫동안 갇혀있어서 질서도 없을 거구요

넘지 말아야 할 선, 그런 것도 없을 거예요.

억울하게 갇혀있던 탈옥수가 뭐 무서울 게 있겠어요.


걔들이 저한테 줄 망신을 생각해보세요

이불킥으로 끝날 얘기가 아니잖아요.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동화처럼

뼈와 살이 생겨나고 부풀려져 기승전결을 갖춘 채

내게 되돌아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남들 시선이요?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근데 남들 중에 딱 한 명,

신경이 너무너무 쓰이는 사람이 있거든요.


내 이야기는

그 사람만 모르면 되거나

그 사람만 알면 되거나

하는 것들 뿐이에요.



억울해요. 이렇게 살다 죽을 순 없잖아요!

난 질투할 자격도 없잖아요!

아,,, 좀 취했나 봐요.


그 웃음,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까요?

그 잘난 척은 또 얼마나 귀여운지 알까요?


내가 어떤 얘길 이어가야 그대가 더 행복할지 생각해요.

내가 어떤 각도로 기울여야 더 예쁠지 고민해요.


예쁘져

저 기울어진 달이요.

뭐해요~ 잔을 더 채워봐요

 

달은 저리 계속  차 고  기 우 는 데

누구랑 그렇게 건배를 하는 거래요?


그러고 보니,

그래서 지구가 점점 취해가고 있었네요

그래, 만취와 숙취로~

빙글빙글 돌고 있었어


야, 그만해! 어지러워~~

놀이동산인 척하지 마~


알아요?

내가 왜 이러는지?

너를 취하게 하려고 이래요.

알아요?

난 알 것 같은데...

내일 아침,

.... 후회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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