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녀가 네 명이예요.
큰 애와 막내가 띠동갑이고 중간 아이들은... 중간중간 있어요. 다양한 연령대죠.
그래서 최소 12년은 층간소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어요.
항의도 받아봤었고, 굽신굽신 머리 조아릴 일도 많았네요.
항간에 떠돌아다니는 층간소음 항의 쪽지 -협박편- 효과는 좋으나 관계가 틀어짐. 우리 집 층간소음
아랫집은 20대 미혼 자녀들이 있는 조용한 환경의 가정이었어요.
청소기에 바퀴가 없냐느니, 애는 혼자 키우냐느니(??????),
4백만 원을 들여 4센티 두께의 쿠션바닥 시공을 했는데도 오히려 항의는 심해졌죠.
가족여행 중에 "시끄러워 죽을 거 같다"고 연락이 왔을 정도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네 개 층 아래의 집에서 그 라인 모든 세대에게 민폐를 끼쳤던 거였는데, 아이들을 소파나 침대 밑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결박했음에도 자꾸 올라오셔서 제가 직접 팔 걷어붙여 범인을 검거했던 일이었습니다.
소음 원인이 무조건 윗집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였고요, 엄청 심각한 소음은 몇 개 층 위아래로 쓰나미를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참고하시라 말씀드려 봤어요.
사담이 길어졌네요. 많이 억울했었나 봐요.
아무튼 아랫집에서는 몇 년 전 손주가 탄생했고 그 아기가 걷고 뛰는 돌 무렵부터 올라오는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생각처럼 제어가 쉽지 않다는 걸 느끼셨을 거고요, 물론 저희 아이들도 그 사이에 많이 컸죠.^^
뛰는 거 위에 게임 있다
윗집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음을 표현해 보자. 그로 인한 우리 집의 구체적 피해상황을 곁들인다. 층간소음, 정중하게 항의하기
살人이 일어날 정도로 층간소음은 아주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데요, 참다 참다 폭발하지 마시고 그럴 기미가 보인다 싶은 초반에 수를 쓰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에는 층간소음 때문에 법적공방이 일어나기도 할 만큼 양쪽이 아주 첨예하죠. 소음전문가까지 대동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정도로 예민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시작부터 온도 올리지 마시고 차분히 소통해 보시는 게 가장 좋은 대응법일 겁니다. 좋은 이웃을 만들면 내 생활도 윤택해지니까요. 상부상조의 가치는 아직 싸라있거든요.
둥글둥글한 글씨체와 가운데 정렬로 정중함을 더해보았음. 나는 피해자라 화가 난다
'나는 피해자'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 자연스레 공격력이 꿈틀거리게 되요. 방어기제라는 게 작용하기 때문이죠. 자기의 감정 상태를 체크하고 조절할 줄 아는 것이 이성을 가진 사람으로서의 본분인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저희 아이들에게도 화가 날 땐 글로 정리해 보라고 권유하고 있어요. 하지만 뭐부터 써야 할지 모르기에 문답형으로 돌아보게끔 합니다.
예를 들자면, (패스해도 무관한 내용)
상황: 게임하다가 갑자기 책상을 쾅 치고 흥분했음.
1. 화가 났니? -응
2. 무슨 일이 있었어? -온라인게임을 하는데 누가 채팅창에 갑자기 욕을 했어
3. 욕을 왜 했을까? -내가 게임을 못한다고 오해함
4. 그래서 어땠어? -억울해
>"화나"가 "억울해"로 구체화됩니다.
5. 게임을 그만할까? -더하고 싶어
6. 그럼 어떻게 하지? -그냥 신경 끄는 게 좋겠다
>방안이 나옵니다.
아주 러프하게 적었는데요, 본인이 질문과 답변을 다 하며 감정을 정리하게 됩니다. 여자아이들은 길게 길게 몇 장에 걸쳐서 마음을 정리해 보는 경우도 있어요.
층간소음 얘기 하다가 왜 이 얘기를 하냐면, 소음 때문에 화가 난 본인을 객관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에요.
감정에 휩싸여 피해자 입장이 되어버리면 객관화가 안됩니다. 상대방의 입장은 어떠했을지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해요.
'너를 고통스럽게 하겠다'라는 의도를 가지고 쿵쿵거리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편지글을 쓰다 보면 마음을 시각화할 수 있기 때문에 진정이 되고, 또 그로 인해 아량이 생겨 무조건적인 공격 대신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부드러운 항의를 할 수 있어요.
같은 전우임을 밝히거나 우리 집의 일과를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 층간소음 항의의 목적
우리의 목적은 단 하나죠. 소음이 줄어들길 바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짜증을 여과 없이 보이는 것이 해결책일까요? 버럭 화를 내서 "내가 이만큼 화가 났어!"를 어필했다가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났을 때 닥터스트레인지를 부르고 싶어 집니다. 중요한 건, 상대에게 반발심을 줄 수 있다는 거예요.
여기서, '내가 당하고 있는데 왜 너그러워야 하냐!' 하실 수 있겠죠? 네, 충분히 그러실거예요.
아이들이 악을 쓰며 울 때, 그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 줌으로써 분노한 감정이 수그러드는 걸 볼 수 있어요. 이건 아이들 뿐만이 아닙니다. 흔하게 들어보셨겠지만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해 주는 것에서 출발해야 나의 의견도 잘 받아들이게 할 수 있거든요. 그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요.
모순 속의 배려, 불편함을 정중하게.
층간소음 말고도 불편한 내용의 쪽지를 보내게 되는 경우는 많이 있어요. 독서실에서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사람, 거슬리는 습관을 가진 옆자리 동료처럼 말이죠.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나의 루틴을 방해할 예정이거든요.
이렇게, 말로 하기엔 껄끄럽고 수가 안나오는데 어떻게든 항의를 해야겠을 때 정다운(?) 쪽지를 활용해 성난 마음을 부드럽게 전해봅시다. 우리는 어른이니까, 성숙하고 평화로운 해결책을 우선적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피해를 받았으니 응당 항의해야 한다!
문제가 생겼으니 해결을 해야 한다!
여러분의 로직은 어느 쪽인가요?
성숙한 대응으로 불편함을 해결하고 나아가 이웃 간의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소통의 기술을 펼치시길 바라겠습니다. 성급한 행동보다는 우아한 쪽지 한 장으로 여러분의 품위도 한껏 올려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