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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

계절마다 비는 내리고

by 향기나는남자

비는 계절마다 내리고
계절마다 내리는 비는 모두 같다.


하지만 사람이 느끼는 비는
계절마다 느낌이 다르다.


봄비는 마음을 설레게 한다.
황무지 같은 세상에 생명의 씨앗 같은
마중물 역할을 하는 봄비는 그 자체로 따듯하다.


아직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면
춥고 으슬으슬 떨리고


우산을 들고 비를 맞아도
밖으로 나와 있는 손과 얼굴이 시리다.


여름비는 비가 내리기 전에는
불쾌감이 하늘을 찌른다.


푹푹 찌는 열기가
안 그래도 더운 여름을 더 숨 막히게 한다.


하지만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공기부터 확 달라진다.


열기 가득했던 세상은
빗방울로 인해 열기가 수그러들고


여름도 이 정도면 살만하단 생각이 든다.
여름비는 우산 없이 맞이할 수 있다.


물론 출근길이나 중요한 자리에 참석할 때는
비를 온전히 맞지 못하지만


미친척하고 비를 맞아야지 하면
더없이 좋은 날이 바로 여름이다.


우중런도 여름이 제 맛이다.
후끈후끈 열기가 오르면
촉촉한 빗방울이 나를 식혀준다.


가을비는 한 여름에 열기를 모두 앗아간다.
가을비가 한 번 두 번 내리기 시작하면
무더웠던 여름도 고개를 숙인다.


기온은 30°를 웃돌던 게 그 아래로 떨어지고
에어컨 없이 잘 수 없었던 밤은
이제 이불 없이 잘 수 없는 밤이 되어버린다.


가을비는 여름내 고생한 나무와
생명들에게 단비와 같다.


이제 후끈후끈한 더위 대신
시원하고 따뜻한 묘한 조화가 이루어진다.


가을비도 온몸으로 비를 맞기 좋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오는 지금 같은 시기.


이 시기가 우중런을 가장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 아닐까 싶다.


적당한 기온에 시원함까지
한 발을 내딛을 때마다
올라오는 열기는 바람과 비가 바로 식혀준다.


겨울비는 노랫말이 생각난다.
김종서의 겨울비~
잠깐 부르고 가자~


겨울비처럼 슬픈 노래를 이 순간 부를까
우울한 하늘과 구름
1월의 이별노래

별들과 저 달빛 속에도 사랑이 있을까
애타는 이내 마음과 멈춰진 이 시간들
사랑의 행복한 순간들 이제 다시 오지 않는가

내게 떠나간 멀리 떠나간 사랑의 여인아
겨울비 내린 저 길 위에는
회색빛 미소만 내 가슴속에 스미는 이 슬픔 무얼까

겨울비 -김종서-



날카롭게 불어오는 바람과
내리는 비는 생각만으로 오싹하다.


우산을 들고 있어도 손이 시리고
귀가 떨어져 나갈 것만 같다.


겨울비가 내리는 날은
그 누구도 반갑게 맞이하지 않는 것 같다.


비는 좋지만
비를 맞이하기에는 날이 좋지 않다 춥다 너무 춥다.


그냥 추운 게 아니라
얼어버릴 것만 같다 ㅋㅋ


겨울비는 이별을 이야기한다.
매년 12월이면 연말이기에 우린 마지막을
준비한다. 올 한 해를 아쉽지만 놔줘야 한다.


세월과 이별하기 좋은 날
바로 겨울이다.


이런 날 비까지 내려준다면
이별하기 딱 좋은 날이다.


세월을 보내기 싫어
대신 울어주는 하늘처럼


내 마음도 슬프지만
항상 끝은 새로운 시작을 암시한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가 경험하지 못하는 것은
단 하나밖에 없다.


"죽음"


그 외에는 우린 어떤 경험을 하더라도
끝이란 게 없다.


늘 끝과 마지막은 새로운 시작을 불러온다.


겨울비는 우리에게
마지막과 시작을 함께 보여준다.


겨울비는 맨 몸으로 비를 맞이하기엔
어려움이 있지만 또 못할 것도 없다.


겨울비를 맞으면 그 순간이 짜릿하고
비를 맞는 내내 거북선처럼
입에서 하얀 입김을 만들어 낸다.


또 심하게 비를 맞으면
감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겨울에 쉬고 싶을 땐
비가 내리는 날 그냥 비를 맞자


감기 걸리고 쉴 수 있다.
이 무슨 개소리냐고?!


사람에겐 휴식도 필요하단 말이다.


비가 내리는 오늘 바쁜 일상이지만
마음만은 빗소리를 들으며 쉬어가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오늘도 참 행복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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