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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희 Sep 03. 2024

백테크 대신 근테크

명품백 대신 잔근육 모읍니다.

결혼한 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나에겐 '신상 명품백'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 해마다 한 칸 한 칸 채워지는 내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의 옷장과는 대조적이다. 


그녀들의 컬렉션엔 혼수로 장만했던 명품백부터 출산 축하, 생일 등 기념일 때 사고받았던 가방들 뿐만 아니라 데일리 착용템, 소재별로 나뉘는 템 등로 나뉜 고가의 물품들이 법 가득이었다.


(SNS 등의 영향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명품족들 사이에서 초고가 액세서리에 대한 니즈가 커졌지만)


나도 나이론, MZ세대에 해당다. 하지만 위의 한국경제 기사에 언급된 것처럼 초고가 액세서리에 대한 니즈가  사람은 아니다.


MZ세대 부모들은 육아 패러다임을 바꾸고, 유아 명품 성장세를 가속화했다. 알파키즈(2010년 이후 출생 유아동)를 둔 1980~1990년대생 부모들은 ‘내 아이는 최고로 해주고 싶다’는 심리로 자녀를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알파 키즈를 둘 키우지만, 굳이 명품으로 내 아이를 최고로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 한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아낌없이 열 지갑이 없다.


하지만 유치원 졸업식, 초등학교 입학식, 참관 수업 세 행사에 가방 없이 가려니 한쪽 어깨가 시큰거렸다. 저마다 상 명품백뿐만 아니라 (그들 사이에서 특정 명칭으로 불리던) 시계, 팔찌, 목걸이, 신발 등을 패션쇼 수준으로 착장하고 왔던 터라 비단 움츠러들었던 건 어깨만이 아니었다. 없으면 없는 대로 별생각 없이 잘 살았는데, 런웨이 방불케 하는 고가템들 앞에 작아진 건 사실이다.



동생들에게, 요즘의 내 마음을 이야기하면서... 나에겐 그동안 어떤 보상을 해주었던가?! 원통해했더니


(언니도 제발 좀 사... 명품은 고민할 때 가장 싸!)

대답

‘재테크의 끝판왕 Bag테크!
샤넬은 오늘이 가장 싸다’

어느 여가수의 언급을 들이대 밀었다.


잘 열지 않던 나의 지갑은, 어디 분야가장 많이 열렸나. 난 나에게 그동안 어떤 보상을 주었나. 생각해 봤다.


그러다 운동선수 급 체지방 8.1kg 진서연 배우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되었다.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고, 간단한 수학문제도 종이와 연필이 있어야지만 풀이가 가능한 나의 셈 법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내 몸무게 대비 나의 체지방도, 근육량도 나쁘지 않지 않나 싶어 인바디 결과를 체크했다.


(체지방량 9.2kg 골격근량 24.8kg)


일자목에서부터 어깨가 말린 라운드 숄더, 백 머슬 활성화, 약한 코어 , 하리 과신전, 골반이 앞으로 회전하듯 틀어진 ‘골반전방경사’, 짧아 햄스트링 

운동을 해왔다고 하기엔, 유연하지도, 이슈가 많은 몸.

돌이켜보면 다리 찢기가 안 되는 와중에도, 블랙 벨트 로망으로 합기도장에 다녔었고. 캐나다에선 영어 말고 스쿼시를 배우러 체육관에 다녔었다. 지금은 10m도 자유형으로 못 가는 실력이지만 수영장도 다녔었고.  서울 고시원 살이를 하며 마른 누런 전기밥솥 밥에, 계란 프라이 하나 부쳐는 살림에도 '역삼역 핫 요가'에 다녔. 유연함을 넘어서 기이하기까지 했던 어느 인도 요가 강사의 시범을 보고서 요가 수련은 단념했지만! 두바이에선 인도 요가 수련을 버킷리스트 삼아, 인도에 가겠다며 요가 클래스에 다녔다. 퇴근 후엔 심심하면 헬스장에 들어서 거울이라도 보고 왔고. 골프 레슨도 등록해 몇 번 휘두르다 왔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꾸준히 요가와 필라테스는 다니며 열심히였다. 남편을 우연히 처음 만나 그에게서 전화번호가 적힌 책 한 권을 건네받았을 때도 난 요가복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남편과는 광주에서 목포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 영산포 홍어 정식 먹고 오는 코스로, 여러 군데 하이킹 데이트에 나섰다.


유연함은 없지만 민첩성이나 운동 신경이 아주 없지는 않다고 생각해서였는지, 중 고등학교 시절 100m 육상부 자부심이 여태 남아있었던 모양인지. 난 늘 짬짬이 운동을 해왔고 새로운 운동에 도전하는 데 서슴지 않고 지갑을 열었다. 잘하진 못해도, 중도에 포기한 운동도 제법 있었어도. 오랫동안 난 운동을 사랑해 왔다. 잔잔바리 열정만 가득한 운동 외사랑이었을지라도.


고령층으로 갈수록 ‘근감소증’ 예방을 위해 근육량 관리가 중요하다고 한다. 30대부터 1년에 약 1%씩 근력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60대에 이르면 그 속도가 더 빨라지니 노화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근육에 투자하는 것이라는 건데... 근육량 관리를 통해 노후 의료비를 절약하는 이른바 ‘근테크(근육 재테크)’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노년기 근감소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비 및 간병비 등 경제적 손실을 근육 1kg당 가치로 환산하면 1,400만 원에 달한다 한다. 계산기 어플을 슬그머니 열어, 지금의 근육량에, 1,400만 원을 곱해본다. 내 근육량을 어떻게 계산해야 할는지 모르겠지만 난 명품 재테크 대신 테크를 해온 셈인가.

직각 어깨라인 대신 울끈불끈 한 승모근, 배에 선명한 복근 대신 물렁한 뱃살만 눈에 띄는 몸지라도.


일단 잔 근육은 그렇다 치더라도, 서슴없이 걷고 뛰고 운동 나갈 생각으로 설레하며 집 밖을 나서는 내가 좋다. 나이 들어 좋아하는 것이 생긴다는 것. 그것이 운동이어서 다행이다. 여러 운동들을 돌고 돌아, 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종목 하나쯤 찾아 기쁘다. 내가 뛰는 동안 함께 킥보드를 타고 달리는 두 닝메이트들이 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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