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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녀노 Dec 03. 2016

왜 혼밥을 할까요?

혼밥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적 분석

본 포스트는 [대인관계와 커뮤니케이션] 수업에서 팀 과제로 진행한 보고서와 발표자료를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때문에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학문적인 내용이 다수 있습니다.

혼밥. 요즘 들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신조어 중 하나입니다. 혼밥은 혼자 먹는 밥 또는 그런 행위를 말하는데요. 사실 혼밥은 완전히 혼자는 아닙니다. 혼밥 옆에는 대부분의 경우 혼술이 따라 나오며 이 외에도 혼창(혼자 노래 부르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행(혼자 여행하기), 혼캠(혼자 캠핑하기), 혼놀(혼자 놀기), 혼클(혼자 클럽 가기) 등(김헌식, 2016)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은 몇 년 전부터 하나의 뚜렷한 현상이 되었습니다. 혼밥, 혼술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스스로를 혼밥족, 혼술러로 일컫는 사람들도 있고, 이와 함께 여러 미디어에서는 혼밥 현상이 왜 나타나는지에 대한 분석 역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혼밥에 대한 원인을 대인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그 초점을 20대에 맞추어서, 실태와 개념을 정리하고, 원인을 분석한 뒤에, 이에 기반해서 혼밥의 활용 사례를 보고 결론을 맺는 식으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는 혼밥이라는 단어가 고유명사화되다시피 했습니다. 혼밥에 관련된 조사를 보면 20대는 특히나 혼밥을 친숙하게 느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20대의 96.4%가 혼밥의 경험이 있다고 했고, 74%가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혼밥을 한다고 했으며, 54%는 그 이유로 혼자 먹는 게 편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보아야 할 점은, 혼자 밥을 먹는 형태의 식사는 예전부터 있어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혼밥을 바라보는 시각이 지금의 그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죠. 기존의 혼밥에 대한 시각은 사회성이 부족해서 혼자 밥을 먹는다거나(혹은 대학 복학생을 상징하거나), 여유가 없어서 불가피하게 혼자 먹는다거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요 몇 년 간 불고 있는 혼밥 열풍은 '혼밥'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나타났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해쉬태그로 #혼밥 #혼술 #혼밥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기존의 혼자 먹는 밥이 아니라 새로 나타는 혼밥 현상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개념 정의

주로 언급되는 혼밥의 원인에는 ‘1인 가구의 증가’가 있습니다. 실제로 2016년 현재 1인 가구는 총 738만 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34.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강수윤, 2016).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당연히 혼자 밥을 먹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1인 가구의 증가가 혼밥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겠지만, 20대가 하는 혼밥의 기저에는 그런 인구통계학적 원인 외에도 커뮤니케이션과 연관된 원인이 있을 것이라 가정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알아보기 위해 '혼밥'이라는 개념을 따로 정의했습니다. 여기서 정의한 혼밥은 20대가 자발적으로 혼자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는 행위입니다. 20대로 대상을 한정지은 이유는, 많은 조사에서 20대는 주체적으로 혼밥을 하지만, 30대 이후의 세대는 불가피하게 혼밥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존의 혼밥과 차이를 두기 위함입니다. 또 굳이 집에서 먹는 밥이 아니라 밖에서 사 먹는 혼밥을 가정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1인 가구 증가의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30대 이상이라도, 그리고 집에서 혼자 밥을 먹더라도, 자신이 원해서, 그리고 자발적으로 혼자 먹는 것이라면 여기서 다루는 혼밥의 범위에 물론 포함될 수 있습니다.


원인 분석

여기서 알아볼 혼밥의 커뮤니케이션적인 원인은 총 세 가지입니다.

한국의 식사문화에 대한 피로감

(자아 개념의 강화로 인한) 식사 개념의 변화

CMC(Computer-Mediated Communication)의 확대

이렇게 세 가지인데요. 이제 각각의 원인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한국의 식사문화에 대한 피로감

한국은 고맥락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맥락 문화라는 건 말 한마디를 던졌을 때 그 안에 담긴 의미가 많아서 청자가 깊은 수준까지 이해해야 한다는 문화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밥 한번 먹자'가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밥을 먹자고 하는 것은 단순히 밥만 먹고 헤어지자는 게 아니죠. 밥을 먹고 나서, 차나 커피를 마시든 술을 한잔 하든 식사와 그 이후의 시간까지 함께 보내자는 암묵적인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이런 고맥락 문화는 타인과의 식사 상황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요, 식사 예절이라는 커뮤니케이션 규칙으로 발현됩니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했을 때나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아랫사람인 경우가 많은 20대는 이런 암묵적인 규칙과 형식성에 피로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주는 한국의 식사 문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 메뉴 결정입니다. 윗사람과 식사하는 상황에서는 상대방의 기호에 맞춰 식당과 메뉴를 결정하는 것이 예의고, 중요한 약속의 경우 아랫사람이 식당을 예약하는 것이 좋죠. 단체로 식사를 하는 경우에는 메뉴를 두세 가지 안에서 통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음으로 식사 순서가 있습니다. 식사를 할 때는 윗사람이 수저를 들고 나서 식사를 시작하는 것이 예의죠. 식사 속도도 윗사람에게 맞춰야 하고, 식사를 먼저 끝내더라도 자리를 뜨는 행동은 결례로 여겨집니다. 또 식사 중간에 윗사람이 말할 때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고 눈치 없이 계속 밥을 먹고 있으면 나중에 좋은 소리를 듣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회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모두가 거쳐야 절차가 있습니다. 바로 회식인데요, 회식은 조직 커뮤니케이션의 일종으로써 아랫사람이 지켜야 할 규칙들이 참 많습니다. 우선 회식 장소에 들어서면 자리 배치부터 신경 써야 합니다. 상석은 가장 직급이 높으신 분께 안내해드려야 하고, 신입 사원 혹은 인턴은 가장 바깥쪽에 앉아야 합니다. 물과 반찬은 떨어질 때마다 적절히 채워야 하고, 고깃집이라면 고기도 열심히 구워야 하죠. 술을 받을 때는 두 손으로, 마실 때는 옆으로 꺾어서 마셔야 하고, 술을 따를 때는 상표를 가려서, 그리고 건배를 할 때는 상사의 술잔보다 조금 아래에 잔을 부딪히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모든 절차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규제적 규칙으로 작용해서 피곤하게 하는 것이죠. 밥을 먹는데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식사의 형식성도 언급할 필요가 있는데요.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의 고맥락적 의미 때문에 우리는 단 둘이 먹을 때도 계산을 나눠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이 또한 많이 변화하고 있지만요) 그래서 한쪽에서 밥값을 내면 상대방이 다음 장소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혹은 다음 약속을 잡아서 상대방이 계산을 하는 식으로 만남이 지속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형식적인 절차들이 혼밥족에게는 불필요한 과정으로 인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식사 이외의 상황까지 함께 하고 싶지 않아하는 20대 혼밥족들은 혼밥을 택하는 것이고, 여기게는 식사 예절에서 오는 구속감을 피하고 싶은 자유가 깔려있습니다.  


2. (자아 개념의 강화로 인한) 식사 개념의 변화

두 번째 원인은 자아 개념의 강화로 인한 식사 개념의 변화입니다.

모든 단어가 그렇지만 '식사'라는 단어 역시나 시간이 지나면 그 의미가 변하기 마련인데요. 이전에는 식사가 가진 위상이 높았습니다. 식사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노동으로 일구어낸 하나의 성과였고, 가족이 모두 모여서 하는 저녁 식사는 향상된 삶의 질과 물질적 풍요를 나타내는 척도였죠. 이 때는 식사가 공동체가 공유하는 하나의 절차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두레 성향이라고 하는, 집단주의의 특성이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20대에게서는 두레 성향보다는 홀로 성향이라고 하는, 개인주의적 특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실제로 많은 연구를 봐도 2000년대 이후에는 한국에서 점차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많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개인주의의 강화가 자아 개념의 강화로 연결되면서 혼밥 문화가 보편화된 것입니다.


자아란, 한 개인이 자기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모든 것(William James)


2000년대 이후에는 미국 못지않은 개인주의적인 국가가 됐다(서울대 김정오 교수)


여기서 자아 개념의 강화는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는데요, 자아 개념이라고 하는 것은 '한 개인이 자기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입니다. '식사'라고 하는, 이전에는 공동체의 소유물이었던 절차가 20대에게는 자기 자신을 나타내는 자아의 일부가 된 것입니다. 그러면서 20대는 타인들과 식사를 함께 해야 할 필요성을 덜 느끼고, 본인이 먹고 싶은 것을 먹는 데에 우선순위를 두게 됩니다.


CMC의 확대

세 번째 이유는 CMC 환경의 확장입니다. CMC는 Compuater-Mediated Communication의 약자로, 쉽게 말해 컴퓨터, 노트북 등의 디지털 기기와 스마트 폰 등의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말합니다.

이전에는 물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했다면, 최근에는 CMC가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을 대체해가고 있고, 오히려 CMC에서 더 많은 정서적 충족감을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혼밥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심리적 공간을 CMC가 담당하고 있는 거죠. 이렇게 이루어지는 CMC는 기존의 커뮤니케이션과 비교해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 광범위한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초대인적 커뮤니케이션이 그것입니다.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은, 시공간의 제약을 없애는 CMC의 특성 때문에 나타납니다. CMC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자유가 늘어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상대를 선택하는 데에 있어서도 자유도가 증가하는 것이죠. 그래서 혼밥을 할 때도 언제 어디서나 CMC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광범위한 커뮤니케이션이라 함은, 기존에는 밥을 먹을 때 내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한두 명, 많아야 열명 정도였고 그 범위도 내가 알던 사람들, 친한 사람들로 제한되어 있었지만, CMC에서는 대상의 수와 범위가 거의 무한정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SNS에서 활동하면 수많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죠.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경우에는 살아있지 않은 콘텐츠와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합니다. 초대인적(Hyper-personal) 커뮤니케이션은, 기존의 대인적 커뮤니케이션을 뛰어넘는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디지털 원주민에 해당하는 20대는 CMC에서 적합한 매체 선택 능력과 이 매체가 자신에게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판단하는 소셜 어포던스(Affordance)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CMC에서는 기존의 대인관계에서 존재하던 권력관계나 위계질서가 감소하거나 생략되기 때문에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에서 이루어지던 대인관계를 넘어선 관계를 맺을 수 있고, 더 효과적인 감정의 교류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세 가지 요인 - 한국의 식사 문화에 대한 피로감 / 식사 개념의 변화 / CMC 환경의 확대 - 로 혼밥의 커뮤니케이션적 원인을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이러한 혼밥의 원인들을 활용한 사례들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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