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출근길
아침 기온을 자주 확인하곤 한다. 오늘은 어제보다 5도씨나 높을 예정이다. 최저 10도씨 내외의 온도가 16도씨로 높아지고 낮 최고기온은 22도씨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어제 뉴스 한 토막이 생각났다.
"절기상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단 말도 이젠 옛말이 됐습니다. 처서는 이미 두 달도 더 지나 내일이면 11월인데 요즘도 모기소리에 잠 못 드는 분들 많다죠. (...) 끈질긴 가을모기에 비상이 걸린 건 사람뿐만이 아닙니다. 경북과 제주를 빼고 전국에 번진 럼피스킨병도 주로 모기가 옮기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내에서 소를 가장 많이 키우는 경상북도는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앵커는 모기의 때늦은 기승과 모기가 전파하는 신종 전염병의 빠른 전파를 걱정스레 얘기했다.
'럼피스킨병이라니…’
축산 농업인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듣도 보도 못한 병이 발생해서 농가에서는 우왕좌왕하는 상태고 아침저녁으로 소독을 매일 하고 있습니다."
축산 농업인의 말처럼 생소하고 낯선 말이었다. 럼피스킨 병명은 혹을 뜻하는 '럼피(Lumpy)'와 피부를 의미하는 '스킨(Skin)의 합성어다. 강낭콩 모양의 혹과 41도씨 이상의 고열이 나타난다. 눈물, 콧물 증상을 보이다가 식욕과 활동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소의 체중이 6에서 23 퍼센트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폐사율은 10 퍼센트 이하이지만 전염률을 의미하는 이환율이 45 퍼센트에 이르는 '제1종 법정 가축 전염병'이다. 다행히 소 외의 동물이나 사람에게 전파되진 않는다.
뉴스는 경북도의 고강도 방역체계 유지와 백신의 접종 계획, 11월 말까지 모기의 구제를 지속해야 한다는 관계자의 인터뷰를 들려주며 끝났었다. 럼피스킨병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20일 충남 서산시에서 발생했다. 겨우 11일이 지났는데 전국 70 여개의 농장에서 5천 마리가 넘는 소가 살처분 되었다.
구제역이니 뭐니 하는 이런 소식은 이제 익숙하지만 뭔가 단단히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평소보다 얇은 면바지를 입고 나섰다. 그럼에도 허벅지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열기가 느껴졌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바람막이 정도의 외투를 한 손에 잡고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셔츠의 소매가 접혔는데 한쪽 소매가 풀려 내리고 허리춤은 바지에서 삐져나온 헝클어진 모습이었다. 육중한 체격으로 서둘러 왔는지 얼굴에 열뜬 모습도 보였다.
지하철 승객들도 갑자기 더워진 기온의 영향을 보여주고 있었다. 외투 없이 니트나 면 티만 입은 모습이 적지 않게 보였다. 외투를 벗은 사람들도 열에 셋은 되어 보였다. 이들은 외투를 벗어 팔에 걸쳤는데, 트렌치코트나 재킷, 가죽점퍼나 얇은 패딩 점퍼류였다. 머리칼이 긴 여자 한 명은 손으로 머리칼을 흔들며 더위를 쫓고 있었다. 체격이 제법 있는 한 남자는 트렌치코트를 입었는데 양팔 소매를 밀어 올려 두툼한 팔뚝에 끼워져 있는 엉뚱한 차림이었다.
잦은 기상변화에 빈번하게 기상청을 들락거리며 살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백신을 맞고 위생을 챙기고 거리 두기를 하며 기후위기에 적응하고 있다.
"'기후위기 적응', 어려업지 않아 아-요-"
우리 사람은 요 정도로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11일 만에 소가 5천 마리가 죽어도 우리 사람은 그저 먹거리를 걱정하는 정도다. 우리 사람의 식량권만 염려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