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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13. 2022

꽃양귀비 피어나는 언덕 위에서

아드리아해 사구(砂丘)의 작은 보고서 VIII


사노라면 흐린 날씨도 있는 법이지..!!



    세월은 얼마나 빠른지 모른다. 어느덧 사흘 전의 일이다. 나는 하니와 함께 자주 찾았던 언덕 위에서 아드리아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날 따라 바람은 잔잔하고 볕은 따뜻했다. 하늘도 푸르고 바다는 더 푸를 데가 없어 보일 정도로 날씨가 화창했다. 아드리아해가 떠 밀어낸 이탈리아 남부의 겨울이 봄의 요정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는 곳.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꽃양귀비가 한 두 송이 보였는데 꽃양귀비 요정들이 무리를 지어 아드리아해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나도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녀석들과 속내가 달랐다. 녀석들은 희망을 노래하고 있었지만, 나는 급 우울모드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때 녀석들이 없었다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뻔했다. 녀석들이 고사리 손으로 나를 토닥거렸다. 그리고 부드러운 볼을 뺨에 문질렀다. 약간은 차기운 기운이 뺨으로 스치면서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8일, 나는 내 조국 대한민국에서 치러지는 대선에 대한 바람을 이렇게 말했다.



풀꽃 요정의 바람이 사구를 넘나드는 동안 녀석들은 연보랏빛 앙증맞은 꽃잎을 내놓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녀석들이 사구에서 떼창을 부르는 동안 내 조국 대한민국에서는 차기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치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일이면 대선정국의 대장정이 마무리되고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새로운 지도자가 국민들 손에서 선출되게 된다. 향후 5년 동안 대한민국의 국정을 책임질 새로운 대통령이 등장하는 역사적인 날인 것이다. 



나는 아드리아해가 등 떠민 풀꽃 요정의 바람이 아드리아해를 건너 이역만리 대선정국에 영향을 미쳤으면 하는 바람을 했다. 대통령을 뽑는 바람이 사람들의 바람에 따라 아름다운 결실로 맺어지기 바라는 것이다. 그동안 관련 포스트에 나의 바람을 썼으며 정직하고 유능한 대통령이 당선되기를 소망했다. 최소한 해방 이후 70년 동안 국민들 위해 군림하며 겁박을 일삼았던 정치검사 나부랭이가 두 번 다시 대한민국에 발을 디디지 못하는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기 바라는 것이다. 



먼 나라에서 기댈 언덕은 내 조국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억만금을 숨겨놓고 사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내일모레면 죽음을 맞이할 우크라이나 테러 서건의 주범인 푸틴은 그가 사용하지도 못할 천문학적인 돈을 해외에 빼돌렸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치검사들이 국민 앞에서 대놓고 빼돌린 검은돈도 다르지 않다. 모두 국민들의 세금 혹은 기망한 대가로 도둑질한 것들이었다. 



그런 녀석들이 공정과 상식을 외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과정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에 만난 매우 종요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밥도 못 챙겨 먹던 나라에서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접어들었지만, 세계의 선진국들은 여전히 한국을 후진국으로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 중에 청렴도가 꼴찌라는 것이다. 



청렴도가 무엇을 말하는가.. 공무원들이 정치인들이 검찰이 사법부가 통째로 썩어 자빠졌다는 말이다. 그중에 정부와 국민들의 봉사자가 되어야 할 정치 검찰의 행태는 이미 도를 넘었다. 아예 국민들 앞에서 대놓고 겁박과 사기질은 물론 도둑질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마치 영화에서 만난  양아치와 조폭들이 백주 대낮에 칼부림을 하고 있는 모습이랄까. 



이제 이틀 후면, 이런 볼썽사나운 꼴로부터 해방되는 기분 좋은 꿈을 사구에 피어난 풀꽃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대선 바람에 빠져있는 동안.. 사람들이 체력단련을 위한 운동 삼매경에 빠져있는 동안 잠시 잊고 산 풀꽃 요정들.. 녀석들이 이틀 후 다시 우리를 만날 때 방긋방긋 배실배실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 녀석들과 함께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다.



아드리아해 사구(砂丘)  작은 보고서


아드리아해 사구(砂丘)의 작은 보고서 I, 우리 동네 바를레타에 찾아온 봄소식

아드리아해 사구(砂丘)의 작은 보고서 II, 달님은 부끄럼쟁이

아드리아해 사구(砂丘)의 작은 보고서 III, 마음으로만 볼 수 있는 세상

아드리아해 사구(砂丘)의 작은 보고서 IV,  봄나들이 나선 귀여운 요정(妖精)들

아드리아해 사구(砂丘)의 작은 보고서 V, 매우 특별한 우리 동네 반찬가게

아드리아해 사구(砂丘)의 작은 보고서 VI, 그곳에 칠성무당벌레가 산다

아드리아해 사구(砂丘)의 작은 보고서 VII, 바람은 풀꽃 요정과 함께

아드리아해 사구(砂丘)의 작은 보고서 VIII꽃양귀비 피어나는 언덕 위에서




꽃양귀비 피어나는 언덕 위에서




그런데 웬걸.. 사노라면 내 바람대로 되는 일이 없을 때도 있다. 세상은 낮과 밤이 교차하는 것처럼 매 순간 변하는 일기처럼 당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선지자들은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키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 4:23]"고 말한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풀꽃들처럼 바람이 부는 대로 순응하며 살아가기란 여간 힘든 세상이다. 그래서 속 사람이라도 튼튼해야 하는 것일까..



아드리아해가 저만치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서면 바다 곁으로 널따란 공터가 보인다. 그곳은 이곳에 살면서 처음 봄나물을 만난 곳이다. 달래와 냉이와 씀바귀 고들빼기는 물론 미나리까지 아무런 값없이 내준 곳이다. 언덕을 내려서면 그곳은 아드리아해가 밀어붙인 사구가 길게 이어지는 곳. 



습지를 이루는 원천은 광천수로 미나리를 자라게 하는 미나리깡의 물로 얼마나 맑은지 모른다. 절기상 겨울일 때 이곳은 일찌감치 봄이 와 있는 것이다. 봄의 전령사들이 사구에 머리를 박고 시는 곳. 그곳에는 앙증맞은 풀꽃들이 떼창을 부르고 있었는데 나는 녀석들을 보면서 내 속마음을 일러준 것이랄까. 



나는 대선 결과를 장담하고 있었으며 내가 지지한 이재명 후보는 땡칠이(0.7% 차이 승자) 보다 지도자의 자질이 백배 천배 만 배는 더 나아 보였다. 무엇보다 정직함이 돋보였다. 그런데 사흘 전의 결과는 풀꽃들과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은 마음과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거짓에 능숙한 검사 나부랭이 출신 땡칠이의 사기극에 국민 절반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땡칠이의 놀음에 빠져든 것이다. 답답했다. 우울했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었다.


그때 찾은 아드리아해 바닷가 언덕에 꽃양귀비기 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떤 녀석들은 얼마나 마음이 급했던지 그 사이 시든 꽃잎을 내놓고 먼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만난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


녀석들은 아무런 불평불만도 없이,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비가 오시면 비를 맞고, 어둠이 깃들면 가슴 깊이 어둠을 끌어안고, 다시 아침이 오시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세상을 노래했지.. 그렇지만 나는 그 시간 나를 낳아준 어머니와 조국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 아파했다. 커뮤니티에서 깨시민 절반이 나처럼 우울을 겪으며 가슴 아파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조국이 통째로 힘들어하는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 우리는 다시 일제강점기를 떠올리는 참혹한 시즌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당분간은 힘이 들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상태를 '좋은 징조'라며 말을 아끼곤 했다. 국민 절반이 새빨간 거짓에 속아 넘어갔지만, 이를 통해 내 조국의 문제점이 오롯이 드러난 날이었던 것이다. 

마치 모르고 지냈던 암덩어리를 발견하고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것이다. 만약 좀 더 오래 두었다면, 암을 선고받고 두 번 다시 회생하지 못했을 경우의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위안하고 돌아서는 언덕에 붉디붉은 꽃양귀비기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볼을 비비며 입을 맞추는 게 아닌가. 우린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는 사이..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꽃양귀비에 빼곡히 깃들었다.



Notizie di primavera arrivate nel sud d'italia_il Mare Adriatico
il 12 Marzo 2022,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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