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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an 08. 2020

돼지 껍데기 요리의 종결자

-돼지 껍데기 요리 시리즈 네 번째 

삼겹살인가 돼지 껍데기인가..?!!



오늘의 돼지 껍데기 요리 리체타를 소개해 드리기 전에 먼저 위 자료사진 한 장을 설명해야 순서인 것 같다. 은은한 갈색빛이 도는 먹음직스러운 돼지 껍데기 요리에 사용된 식 재료는 분명히 돼지 껍데기가 맞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봐 왔던 것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삼겹살을 닮았다.


우리나라에서 봐 왔던 돼지 껍데기는 너무 얇아서 그야말로 껍질(가죽)의 느낌이 강했다. 이 같은 모습은 상술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조금이라도 고기 부위에 더 많이 노출시켜 무게를 늘리려면 매우 정교한 손질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판매되고 있는 돼지 껍데기는 사진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외피로부터 비계층을 도톰하게 저민 게 눈에 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봐 왔던 방법을 이탈리아에서 적용 했다면, 그로부터 머지않은 시간에 마첼레리아(Macelleria_정육점)는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이곳에서는 소비자들이 당신들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않으면 그 즉시 불매를 하게 된다. 불매운동이 따로 필요 없다. 지천에 널린 게 우수한 식재료인데 알량한 상술을 용납하겠는가.. 


위 자료사진은 아내와 함께 설악산 소청봉에서 바라본 내설악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날 엄청나게 추웠다


이틀 전 음산한 날씨에 구입한 돼지 껍데기는 두께가 대략 2.5센티미터 정도였다. 엄지 손가락 굵기만 한 것이다. 우리 돈으로 1000원만 지불하면 200그램 한 팩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날 두 팩을 구입하여 즉각 요리에 착수했다. 그 시각 한국에 잠시 머물고 있는 아내와 통화를 했더니 한국 날씨는 엉망이었다. 눈이 오고 비를 뿌리는 겨울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의 음성 너머로 추위에 덜덜 떨던 설악산 겨울 산행이 생각났다. 꽁꽁 싸매고 등반했지만 매서운 바람은 영하 30도씨는 족히 되어 보이는 날씨였다. 더군다나 1000미터 이상의 고지를 하루 종일 걸어야 하는 산행은 당장이라도 하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정도였다. 그러나 한 번 발을 들여놓은 산행은 뒤로 돌아가나 앞으로 나아가나 같은 결과를 만들게 만들게 됨으로, 계획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다. 




이때 생각나는 것은 잠시라도 추운 날씨를 피해 따뜻한 곳에서 몸을 녹이는 것이었다. 이런 형편은 험준한 산 위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잠시 자리를 비운 도심에서도 같은 이유였다. 서민들이 기댈 수 있는 착한 가격에 몸을 녹일 수 있는 쉼터가 필요한 것이다. 


포장마차다. 돼지의 부산물로 만든 음식은 돼지국밥이나 삼겹살 구이 혹은 목삼겹살 구이나 찌게 등 다양하다. 그러나 유독 돼지 껍데기만큼은 푸대접을 받고 있었다. 지금은 '포차(포장마차 줄임말)'라는 이름표를 달고 실내에서 주로 판매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돼지 껍데기는 겨울 저녁의 풍경에 걸맞은 장소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위 자료사진은 설악산 겨울 산행에서 하산하면서 만난 천불동 계곡의 꽁꽁 언 풍경이다.


돼지 껍데기 요리 시리즈는 이렇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만든 돼지 껍데기 요리는 진화를 거듭하며 여기까지 와 있었다.  그렇다면 본문에 삽입된 먹음직스러운 요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확인 들어간다.


*돼지 껍데기 요리 시리즈

돼지 껍데기 요리의 눈부신 진화
차고 음산한 날씨에 찾게 되는 음식
돼지 껍데기 요리의 끝판왕


먼저 돼지 껍데기를 말랑거릴 정도로 아무런 양념 없이 잘 삶거나 쪄낸다. 그리고 잠시 식힌다. 이때 껍데기를 만져보면 탱글탱글하다. 살짝 칼집을 내 시식을 해 보면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이 느껴진다. 그 맛 그대로 우리 브런치 이웃이 알려준 요리법으로 콩가루에 찍어먹거나 갈치속젓에 찍어먹어도 된다. 기막힌 맛이다.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그런 부재료를 구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날은 잘 삶은 돼지 껍데기를 얇게 썬 다음 뜨겁게 달군 팬 위에 올려놓고 비노 비앙꼬 반 컵 분량을 참가했다. 그리고 아주 잠시 뚜껑을 덮고 잡내를 없앤 다음 간장 한 큰 술 반(식성에 맞게 조절하시라)을 첨가했다. 그리고 졸여주면 끝! 


그동안 한쪽에서는 이탈리아인들이 즐겨먹는 채소 치메 디 라파(cime di rapa) 나물을 올리브유와 간장에 조물조물 잘 버무려 놓았다. 돼지 껍데기와 환상적인 꼴라보이자 돼지 껍데기 요리 종결자의 환상적인 비주얼이다. 이날 식탁 위에 부족한 게 딱 하나 있었다.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는 최고급 와인 산지임에도 불구하고 돼지 껍데기 요리의 맛과 멋을 드높여 주는 소주가 빠진 게 옥에 티였다. 



COTEANNA DI MAIALE CON SALSA DI SOYA
il 08 Gennaio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Piatto e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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