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특이한 버릇이 있다. 이것이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몰입을 좀 방해하지만, 글쟁이로서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바로 영상 속의 인물 행동, 대사가 머릿속에 텍스트로 그려진다는 것이다.(영화 '광해'때부터 병이 시작됨)
이 장면에서 왜 그런 말을 했고, 뛰어가며 왜 뒤를 돌아봤는지, 엉뚱한 이에게 인상을 왜 썼는지 천천히 생각해 본다. 왜왜왜... 그 속에 작가가 의도한 복선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나는 내용보다 이게 더 재밌다)
나의 이런 버릇 때문에 영화를 보는 도중에 나온 적도 많고(당연히 재미없어서) 때로는 흠뻑 빠져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적도 있다. 영화를 다 보고 지하로 내려가 차 시동을 걸려고 하는 순간 느닷없이 눈물이 펑펑 쏟아진 적도 있다. 영화 '동주'... 지금도 그 여운이 잊히지 않는다.
뜬금없이 드라마 1회만 보고 범인을 맞춰 보라는(밥 내기) 여자 후배의 연락이 왔었다. (미리 내용을 찾아보는 얄팍한 수법으로 재미를 반감시키는 짓을 나는 하지 않는다.)
저기서 왜 저런 행동과 표정을 짓게 했을까? 작가의 의도가 대체 뭘까? 관객을 어디로 밀어 넣으려고 수작을 부리는 거지? 1회를 보고 그 후배에게 문자를 했다.
올봄에 나눴던 문자인데 (말더듬이 표현은 극 중 인물의 이름이 기억 안 나서 쓴 말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내가 지목한 두 명 모두 범인이었다.
영상에 몰입하기 보다는 최대한 작가 입장이 되어 찾아보면, 그가 의도하는 바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어쨌든 후배 덕분에 공짜밥을...
그 드라마는 바로 '괴물'이다.
요즘 독학으로 시나리오 공부를 짬짬이 하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돈이 생기거나 응원하는 사람도 없다. 이것도 첫 소설을 쓸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로운 시간이다. 혹 그런 짓을 왜 하냐고 물어온다면 대답은 간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