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챌린지_Day 15
덥다는 핑계로 달리기를 2주나 미뤘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억지로 몸을 끌고 나섰지만, 숨은 금세 거칠어지고 다리는 무거웠다. 속도는 형편없이 느려졌고, 그마저도 자주 멈춰 서거나 걸었다. 겨우 4킬로미터를 거북이처럼 기어 마무리했다.
정작 내가 달리기보다 겁냈던 100일 챌린지 글쓰기는 생각보다 쉬워졌다. 하루 한 편 글을 써서 올리는 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첫 문장을 쓰기 시작했던 첫날은, 마치 돌산을 맨손으로 오르는 것처럼 더뎠다. 오늘은 15일째. 눈을 뜨고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신 후 글 한 편을 가뿐히 써 올린 뒤, 5시에 달리러 나갈 수 있었다. 글쓰기가 이렇게 가벼워질 줄 몰랐다.
읽기든, 쓰기든, 달리기든, 기도든… 비결은 단 하나였다.
한 번 꺼진 스위치는 다시 켜기가 어렵다. 처음 시작보다 몇 배의 힘이 든다. 중도에 멈춘 경험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난번에도 포기했는데, 이번엔 다를까?’ 의심은 마음을 무겁게 하고, 무거운 마음은 몸을 주저앉힌다.
왜 이렇게 '매일'이 중요한 걸까?
뇌과학은 답을 준다. 반복된 행동은 뇌 속 ‘기저핵’에 회로를 만든다. 그리고 그 회로가 자동으로 나를 움직인다. 마치 강물의 물길이 굳어지듯, 습관도 그렇게 흘러간다. 게다가 작은 성취 뒤에는 도파민이 따라온다. 사소한 기쁨이 뇌에 각인되면, 그 행동은 다시 나를 부른다. 심리학에선 이를 ‘도파민 앵커링’이라 부른다. 하기 싫은 일에 작은 보상을 연결해, 뇌가 그 일을 쾌감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독자 댓글 한 줄이, 글을 더욱 쓰게 만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지난 10여 년 동안 습관이라는 자산을 하나씩 모았다. 돈으로는 살 수 없지만, 그 어떤 보석보다 귀한 자산. 새벽 기상 14년 차, 식구들과의 성경 읽기 10년 차, 필사 7년 차, 독서 모임 운영 6년 차… 한 번에 다 시작한 것이 아니라, 하나가 자리를 잡으면 다음 것을 시도했다. 작은 길 하나를 완성하면, 그 끝에서 또 다른 길이 열렸다.
매일 하려면 강한 의지보다 가벼운 마음이 필요하다. 대충 해도 괜찮다는 마음. 아이들과 성경을 읽을 때 보통 하루 3~4장을 하지만, 너무 피곤한 날엔 한 줄만 읽는다. 한 줄이면 충분하다. 어쩌다 하루를 빼먹어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툭 털어낸다. 중요한 건 넘어지지 않는 완벽함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가벼움이니까.
우리가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이 우리 자신이다.
그렇다면 탁월함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나는 타고난 재능이 없다. 대신 꼬물꼬물거리며 매일을 채운다. 아주 사소한 행동이지만, 그 한 걸음이 뇌 속에 길을 내고, 또 다른 걸음으로 이어진다. 씨앗이 뿌리를 내리듯, 나의 루틴은 그렇게 깊어지고 있다.
대충이지만, 오늘도 나는 ON.
그리고 이 작은 불빛이, 내 하루를 다시 일으킨다.
책 읽어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단편소설 '지금, 정상'으로 소설가 등단.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윤소희 작가와 함께 책 읽기’ 등 독서 커뮤니티 운영.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심리장편소설 <사이코드라마>와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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