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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쓰는 게 더 쉬운 이유: 의지가 아니라 회로다!

100일 챌린지_Day 15

by 윤소희

덥다는 핑계로 달리기를 2주나 미뤘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억지로 몸을 끌고 나섰지만, 숨은 금세 거칠어지고 다리는 무거웠다. 속도는 형편없이 느려졌고, 그마저도 자주 멈춰 서거나 걸었다. 겨우 4킬로미터를 거북이처럼 기어 마무리했다.


Weixin Image_20250813104039_99.jpg 힘겹게 4킬로미터 달린 후


정작 내가 달리기보다 겁냈던 100일 챌린지 글쓰기는 생각보다 쉬워졌다. 하루 한 편 글을 써서 올리는 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첫 문장을 쓰기 시작했던 첫날은, 마치 돌산을 맨손으로 오르는 것처럼 더뎠다. 오늘은 15일째. 눈을 뜨고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신 후 글 한 편을 가뿐히 써 올린 뒤, 5시에 달리러 나갈 수 있었다. 글쓰기가 이렇게 가벼워질 줄 몰랐다.


읽기든, 쓰기든, 달리기든, 기도든… 비결은 단 하나였다.

계속 ‘ON’ 상태로 두는 것.


한 번 꺼진 스위치는 다시 켜기가 어렵다. 처음 시작보다 몇 배의 힘이 든다. 중도에 멈춘 경험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난번에도 포기했는데, 이번엔 다를까?’ 의심은 마음을 무겁게 하고, 무거운 마음은 몸을 주저앉힌다.


왜 이렇게 '매일'이 중요한 걸까?

뇌과학은 답을 준다. 반복된 행동은 뇌 속 ‘기저핵’에 회로를 만든다. 그리고 그 회로가 자동으로 나를 움직인다. 마치 강물의 물길이 굳어지듯, 습관도 그렇게 흘러간다. 게다가 작은 성취 뒤에는 도파민이 따라온다. 사소한 기쁨이 뇌에 각인되면, 그 행동은 다시 나를 부른다. 심리학에선 이를 ‘도파민 앵커링’이라 부른다. 하기 싫은 일에 작은 보상을 연결해, 뇌가 그 일을 쾌감으로 기억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독자 댓글 한 줄이, 글을 더욱 쓰게 만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지난 10여 년 동안 습관이라는 자산을 하나씩 모았다. 돈으로는 살 수 없지만, 그 어떤 보석보다 귀한 자산. 새벽 기상 14년 차, 식구들과의 성경 읽기 10년 차, 필사 7년 차, 독서 모임 운영 6년 차… 한 번에 다 시작한 것이 아니라, 하나가 자리를 잡으면 다음 것을 시도했다. 작은 길 하나를 완성하면, 그 끝에서 또 다른 길이 열렸다.


Weixin Image_20250813104209_100.jpg 아침에 등교 전 성경을 함께 읽는 건 패밀리 루틴이다


매일 하려면 강한 의지보다 가벼운 마음이 필요하다. 대충 해도 괜찮다는 마음. 아이들과 성경을 읽을 때 보통 하루 3~4장을 하지만, 너무 피곤한 날엔 한 줄만 읽는다. 한 줄이면 충분하다. 어쩌다 하루를 빼먹어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툭 털어낸다. 중요한 건 넘어지지 않는 완벽함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가벼움이니까.



우리가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이 우리 자신이다.
그렇다면 탁월함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나는 타고난 재능이 없다. 대신 꼬물꼬물거리며 매일을 채운다. 아주 사소한 행동이지만, 그 한 걸음이 뇌 속에 길을 내고, 또 다른 걸음으로 이어진다. 씨앗이 뿌리를 내리듯, 나의 루틴은 그렇게 깊어지고 있다.


대충이지만, 오늘도 나는 ON.

그리고 이 작은 불빛이, 내 하루를 다시 일으킨다.



WechatIMG9835.jpg 윤소희 작가

책 읽어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단편소설 '지금, 정상'으로 소설가 등단.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윤소희 작가와 함께 책 읽기’ 등 독서 커뮤니티 운영.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심리장편소설 <사이코드라마>와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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